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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 이야기는 신에 관한 이야기이고,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며, 고난에 관한 이야기이며, 기적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파이가 공부한 전공으로 시작한다. 파이는 동물학과 종교학을 공부했다. 어떻게 이렇게 성격이 정 반대인 학문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인도 소년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파이의 특이한 점은 “단지 신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힌두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믿는 소년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41개의 언어로 번역 됐을 만큼 유명한 소설이다. 하지만 내용에 관해서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한 난 삼분의 일 가량을 읽을 때까지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는 성인이 된 파이 이야기 몇 개가 끼여 있었다. 파이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떠나버린 리처드파커를 그리워한다. 리처드파커가 누굴까?
파이가 열여섯 살 되는 해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고 파이의 가족들과 동물원의 동물들이 타고 가던 화물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한다. 구명보트에서 정신을 차린 파이는 벵골호랑이와 위험한 동거를 시작한다. 파이는 구명보트에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한 목록을 만든다. “배멀미 약 192알, 500밀리리터 들이 물 124깡통, 구토용 비닐 32장... ... 벵골호랑이 한 마리, 구멍보트 한 척, 바다 하나, 신 한 명.”
파이는 자신과 호랑이가 살기 위해서는 호랑이를 길들여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만들면서 한 소년과 호랑이 한 마리는 227일 동안을 태평양에서 떠돈다. 생존을 향한 파이의 행동은 몹시 처절하다. 채식주의자였던 아이는 생선을 잡아먹고, 인육조차 먹게 된다. 그럴 때마다 과연 그렇게 생존하는 게 죽는 것보다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지만, 모든 생은 존재함으로써 의미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나의 문제였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도 같은 배에 타고 있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터였다. 그가 죽으면 절망을 껴안은 채 나 혼자 남겨질 테니까.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니까. 내가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그는 나를 계속 살아있게 해주었다."
만약 구명보트에 파이만 혼자 있었더라면 이야기는 어땠을까? 호랑이에게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없었겠지만 이 긴 시간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호랑이는 파이에게 많은 걸 의미한다. 감당해야 할 공포이면서 동시에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던 것이다. 결국 파이는 호랑이와 함께 육지를 밟는다.
책의 머리말을 보면 진짜 인도에서 만나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이것 역시 설정일까 아니면 정말 있었던 이야기일까 책을 덮으면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