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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잠깨어 -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
정약용 지음, 정민 엮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고된 세상살이에 지쳐 잠을 설칠 때
《한밤중에 잠깨어》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한시 집이다. 정민 교수가 유배지에서 지은 다산의 한시 중 120여 편을 골라 풀이를 덧붙였다. 정약용은 스물두 살에 과거에 급제한 뒤 관직에 진출해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2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지만 신유박해로 18년에 걸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한순간에 정상에서 곤두박질쳤으니 긴 유배생활이 더 고단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절망하다가 모든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울고 좌절하는 다산의 내면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칭찬은 만 사람 입 필요하지만/ 훼방은 한 입에서 말미암는 법./ 근심 기쁨 경솔하게 바꾸지 말라/ 잠깐 만에 티끌과 재가 되나니. 讚誦待萬口 毁謗由一脣 憂喜勿輕改 轉眼成灰塵” (「자벌레」중에서, 76쪽)며, “세상은 어차피 제멋대로 간다. 괜히 마음만 다칠라. 경전 공부한다고 너무 애쓰지 마라. 남 이기려 들지 말고, 남 해코지도 말고 구슬땀 흘리며 그렇게 살아라. 있는 것 만족하며 그렇게 살아라.” (107쪽) 고도 한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좌절과 절망 속에 힘들어하지만 위대한 정신을 드러낸 위인들을 떠올리며 자신 또한 견딜 수 있다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그도 견뎠는데, 나라고 못 견딜까?’라며 살아갈 힘을 추스른다. 그러면서 자신의 평상심은 독서에서 온다고도 했다. “낡은 책 일천 권을 장차 어디 놓아둘까/ 구덩이도 평지 같음 바로 네 공인 것을.” (28쪽)
다산은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포장하는 대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본래의 자신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시를 썼고, ‘목민심서’, ‘경세유표’ 같은 책들도 남겼다. 세상을 향한 허망함이 읽히기도 하지만 평온함을 찾아가는 다산의 모습에 나 또한 살아갈 힘을 추스른다. 고된 세상살이에 지쳐 잠을 설칠 때마다 들춰보며 다산의 정신력과 지혜를 배우고자 발버둥 친다.
높아지면 언제나 떨어질 걱정/ 떨어지면 마음 외려 후련하다네./ 수레 탄 벼슬아피 우러러보면 아등바등 거꾸로 매달린 듯해.(「자유」,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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