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에 대한 아버지의 걱정은 당신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평생 튼튼한 몸으로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며 살던 이 단단한 작은 남자는 쉰이 되면서 밭은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15쪽
이제 다시는 저 자신이 이러니저러니 설명하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을 위해 제 특성 목록을 보여주지도 않을 거고, 제 염병할 의무감 따위도 이야기하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아버지의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는 듣지 않을 거예요. -22쪽
이 경쟁하는 대학들 사이의 학문적인 면의 차이는 알지 못했다. 득점표. 대학은 그냥 대학이었다. 우리 가족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가족에게는 어떤 대학이든 다녀 어떤 학위든 따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26쪽
어쩌면 오로지 잠뿐인지도. 그래서 영원히 사라진 과거에 대한 꿈이 죽은 사람과 영원히 함께 있는 것인지도. 그러나 꿈이건 아니건 여기에는 지나간 삶밖에 생각할 것이 없다. 이것이 ‘여기’를 지옥으로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천국으로 만드는 것일까? 망각보다 나은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죽음에서는 적어도 불확실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뭐 하는 존재인지, 내가 이런 상태로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전히 지속되는 것 같다. -65쪽
나는 아버지만큼이나 나빴다. 내가 바로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를 뉴저지에 두고 온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불안에 나도 둘러싸이고, 불길한 예감에 나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하이오에서 나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 -78쪽
나는 마지막 순간에 어젯밤에 연습할 때 사용했던 ‘견딜 수 없다’는 말 대신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을 사용했다. -98쪽
나는 모두 A를 받는 학생이었다. 왜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가? 나는 주말에 일을 했다. 왜 모든 사람이 그정도면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왜 모든 사람이 그 정도면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내가 나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입증하려면 뭘 더 해야 한단 말인가? -101쪽
‘선호하는 게 없으니까요. 이 종교를 믿는 게 저 종교를 믿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102쪽
신경쇠약이라는 게 어떤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거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굴복해버리는 거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무너지는 거라고. 아기처럼 자기감정을 통제 못해. 그럼 병원에 입원해서 회복될 때까지 아기처럼 보살핌을 받아야해.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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