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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유명해진 광고 카피가 있다.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단 한줄의 카피는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말도 안되, 절대 할 수 없을거야, 상상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야. 우리가 쉽게 불가능이라고 말해온 것들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고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이 바로 그런 선구자 중의 한명이다. 다섯살때 '수막구균혈증'에 걸려 팔,다리를 잘라낸 더스틴은 토르소맨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한 아이가 병에 걸려 팔,다리를 자르게 됩니다. 그리고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투브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더스틴은 팔, 다리가 없는 레슬러이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그 격렬한 운동을 과연 팔도 다리도 없는 사람이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한다고 해도 남들처럼 잘, 훌륭히는 할 수 없을거라 여겼다. 상대 선수는 더스틴을 동정해서 봐주고 아니면 쉽게 이겨버리라가 생각했지만 더스틴은 정정당당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팔, 다리 없는 선수가 어떻게? 이유는 간단하다. 포기하지 않은 불굴의 의지와 노력. 이 두 가지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손과 발이 아파왔다. 영화를 보거나 티비를 볼때 누군가 손을 다치고 발을 다치면 나 역시 그 곳이 아파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친 사람을 보는게 싫었다. 토르소맨을 읽는 내내 발이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신체가 없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몇십번, 몇백번의 노력 끝에 얻어내는 값진 승리이다. 손가락중에 엄지손가락 하나만 없어도 생활이 엄청나게 불편해진다고 하던데, 손 자체가 없는 것은 비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불편한 것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적응력과 의지는 장애보다 강하다.
예전에 tv에서 더스틴을 본 기억이 난다. 아주 짧게 그가 넘어졌을때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이었는데, 놀라웠다. 그리고 아주 특이하게도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그가 밝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청년은 울지 않았다. 오히려 해맑게 웃고 농담을 건내는 모습이 매력적이기까지했다. 그가 팔, 다리가 아니라 눈이나 코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입이 괴상하게 삐뚫어지거나 뇌의 일부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팔, 다리가 없는것 또한 고통이지만 다른 고통과 장애들도 분명히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스틴은 그 어떠한 장애가 있었어도 이겨내고 지금처럼 웃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나같은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강인한 정신력 덕분이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끊임없이 노력해서 이루고자 했던 것은, 나 같은 '보통'사람의 삶이기도 했다.
장애가 없다고 해서 완벽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라는 책의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 장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장애가 없다고해서 완벽한 사람인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장애인의 반대말이 '정상인'이었다. 지금은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장애의 반대는 정상이 아니라, 비장애일 뿐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장애가 없다고 해서 정상인 것은 아니다. 더스틴에게는 팔, 다리가 없는 지금의 모습이 그의 정상이고 당연한 모습니다.
감히 누가 누구의 인생을 동정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난 남의 인생을, 삶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팔, 다리가 없다고 나보다 삶이 힘들까? 우울할까? 고통스러울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건 장애의 유무를 떠나 한사람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살아가게 하는 의지의 유무에 달린것이다.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많지만, 더스틴을 보면 그런 말조차 우습다. 오히려 그는 비장애인에게 강연을 하고 그들의 삶에 힘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을 끊임없이 믿어주는 사람들과 본인의 불굴의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희망이 될 수 있다.
그가 홀로 일어설 수 있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아버지, 다른 선수들보다 오히려 혹독하게 훌련시킨 코치들, 그의 신체보다 그의 정신을 사랑하는 여자친구. 이들의 모든 노력과 사랑이 지금의 더스틴을 만들었다. 나는 어떠한가? 나 역시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와 형제와 애인이 있는데 왜 이러고 있는가? 책을 읽으며 가슴 뭉클한 순간이 있었다. 그런 순간마저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는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다. 함부로 동정하거나 판단하지 말것. 왜냐면 이 세상에 더이상 normal한 사람은 없으니까. 모두 각자의 장애와 상처를 가지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 2009 04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