댜길레프의 제국 - 발레 뤼스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루퍼트 크리스천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에포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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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발레 공연은 남경주 님이 공연했던 '백조의 호수' 정도인 그야말로 발레 무지렁입니다만

20세기 초, 그 시대를 이끈 예술가들을 사랑하고 또 그때의 시와 시인, 문학에 흥미가 있어

과연 발레의 힘은 무엇이었을지, 발레의 구원자로도 불리는 댜길레프의 생애는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그 격변의 시대를 이끌었는지 모르는 분야여서인지 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발레 뤼스는 누구이며

그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발레 뤼스는

Saison Russe 1906~1908 불어로 '러시아 시즌' 이란 뜻이며

Ballet Russe 1909 ~ 1929 불어로 '러시아 발레단' 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발레 뤼스'는 발레의 전설과 다름없는 발레리노, 발레리나 니진스키, 안나 파블로바, 타마라 카르사비나, 올가 스페시브체바 등의 무용수들 배출, 독특하고 인상적인 안무가 포킨, 발란신, 마신을 탄생시킨 하나의 요람으로 발레단 자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댜길레프는 이 발레 뤼스의 단장으로

그의 발레 뤼스 창단 이전인 초기 직업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발레 뤼스가 남긴 위대한 업적을 따라 가다보면, 발레 공연의 다소 수모적 이미지를 갈아치우고 당대 파리와 유럽을 뒤흔들 새로운 생명의 활기를 끼얹은, 그 많은 공연마다 가히 그 파장이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설과도 같은 그때의 이야기들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마치 지금도 꿈틀거리는 현실처럼 제겐 느껴졌네요.

특히 그 특유의 새로운 것에 뛰어드는 댜길레프의 열망, 불꽃같은 열정의 행보는 뛰어난 예술과 들과의 끝없는 협업으로도 잘 느껴졌는데 작품에의 영감을 위한 바흐, 헨델, 모차르트부터 오스카 와일드, 코코 샤넬에 이르기까지 드넓게 등장합니다. 이 많은 뛰어난 예술가들과 호흡하면서

지금도 너무나 유명한 <분홍신>, <불새>, <돈키호테>, <돌아온 탕아>, <르 트랑 블루> 등 무수히 많은 작품들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특출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도 놀랍지만 시대를 읽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바흐, 헨델,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얻은 영감으로 태어나도록 돕는 작품들. 성경의 이야기에서 얻은 영감과 스스로를 믿었던 끓어오르는 열망의 신념이 시대를 이끈 예술로 피어났다는 것에 놀라게 되더군요.

파리와 유럽에 새로움을 전파했던 발레 뤼스의 작품들은 하나 하나 궁금했지만

특히 '분홍신'과 러시아적인 것을 내세운 '불새', '봄의 제전'은 책을 읽다 그 영상들마저 찾아보았는데

그 당시엔 없던 형태의 안무와 춤으로 초연에서 싸움마저 있었다는 <봄의 제전>도 흥미로웠고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맞춘 발레 <불새(1910년에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 불새 이후에 파리 시즌을 위한 작품에서 보여준 '받아들여지지 않는 어떤 사랑'의 묘사는 당시 러시안들의 모습으로도 해석된다는 것에,

또 그처럼 작품에 민족 정체성마저 담은 것으로 이해된다는 영상 속 해설마저도 끄덕이게 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종합 예술가 다운 스펙터클한 업적을 읽으며 가장 와닿는 수식을 해보자면

'고전적 모던 발레', '발칙하면서도 과감한',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도전적인'으로 말할 수 있겠네요.

죽음 이후에의 여운마저도 일렁이는 생명의 활기처럼 여전히 그 영향이 느껴집니다.

여러 나라에서 단원들과 수준 높은 공연을 계속해서 추구했던 그와 발레 뤼스.

물론 실패와 좌절 경쟁자와의 줄다리기도 있었지만 그는 계속 도전했습니다.

다른 아름다움에 매료된, 다길레프의 새롭고 사치스러운 정열, 열정, 야망

에로티시즘 열망, 그것들의 꽃피움.

현대적인 고전주의의 '매혹'이라는 말이 잘 맞아떨어지는 그런 예술가로 기억될 거 같네요.

진지하고 한결같은 예술에 대한 에너지,

오감과 때를 잘 알아 사람들의 감각을 끌어내는, 민감하면서도 어쩌면 비이성적인 그를 읽으며

시대마다 큰 흐름을 이끄는 사람들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그 시대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책을 통해 가늠해 볼 수나 있다는 것에 유익함을 넘어 감사한 생각마저 듭니다.

책을 다 읽고도 계속 읽고 싶었고

책을 보다 등장하는 발레 공연을 찾거나

언급된 시를 찾다가. 다시 책 속으로 파묻히게 되는... 그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에서 표현하듯 창조의 축제를 향하는 경향, 유행을 위한 유행을 좇는 다길레프처럼

다양한 예술가의 성향이 어떻게 빛나는지, 20세기 초 발레의 발자취가 궁금한 분, 작품의 영감과 협업의 역사, 그 큰 유럽과 파리를 흔든 발레의 파장이 궁금한 분,

창조의 분야에 임하는 모든 분에게 권하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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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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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도 금세 끝을 향해 달려왔네요.

올해도 어김없이 동화를 몇 편 골라 읽어 봅니다.

아이 있는 가정에는 이미 유명한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집을 이 책으로 만나봅니다.

표지엔 파스텔톤의 일러스트와 함께 윤석중 문학상 수상 스티커가 보이는데

한국 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윤석중 님의 문학정신과 어린이 애호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인만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책 '건조주의보'는 2012년 초판 도서, '사료를 드립니다'의 개정판으로

[건조주의보], [닮은 꼴 모녀], [이상한 숙제], [요술 주머니], [사료를 드립니다] 다섯 가지 동화가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마다 개울가에 던져진 납작한 돌멩이처럼,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고 유년 시절의 흐릿한 기억도 드문드문 들었습니다. 특히 '이상한 숙제'는 아직도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어른이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동화집을 읽으며 작가님의 그간의 동화 행보를 보며 다른 글들도 읽고 싶어졌고, 느낀 점도 있네요.

이금이 작가님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감각과

삶에서 만나는 주변인들에게 얻은 영감을

아이의 눈으로, 사랑의 맘으로, 잘 그려내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미에 담긴, 작가 스스로의 말처럼 주위에서 발견한 글감을

씨앗처럼 마음에 심어 따뜻한 에피소드로 잘 피워내는.


많은 책을 읽어야 작가의 자양분이 된다는 말도 맞지만

내 삶이 피어나고 있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일상 속에서 무수히 흩어지고 생겨나는 모먼트 역시

작가에겐 소중한 자양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칠법한 순간을 작은 예쁨으로

다시 일궈 내는 일이 글쓴이의 마법 같은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네요.


함께 담긴 일러스트도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듯한, 어떤 꿈처럼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수채 느낌으로 이야기들과 잘 어울리네요.


아이의 눈은 사실 어른의 눈이기도 하겠지요.

어른 아이인 제게도 잔잔한 따스함이 있지만

역시나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들이 읽어주면 좋겠구나, 하는 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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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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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움을 자극하는 검은 말과 백색의 대비되는 표지의 여백이 시선을 사로잡네요.

책을 읽고 나서 알았지만 '口は禍の元(もと) : 입은 재앙의 근원'이라는 속담으로 말과 표주박이 나오는 일본 속담이 이 디자인의 모티브라고 합니다.

모든 일이 항상 정진하고 공부해야 함이 같지만,

디자인의 경우 감각의 유지를 위한 트렌드의 공부를 매일 옷 갈아 입듯 해야 하는 분야겠지요.

해서, 2월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의 저자이기도 한 최경원 님의 신간을 골라봅니다.


이 책은 최경원 님의 안목으로 선별된 굿 디자인들을 모으고

그것을 그의 안목과 해석으로 함께 다시 보는 모음집이며 일본 그래픽 디자인들입니다.

디자인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레퍼런스의 수집'인데 그 것에 가까운 용도의 느낌이 듭니다.


전체적으로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많이 융화된 지금의 굿 디자인,

심플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디자인은 시적인 작품들도 많았다고 생각되네요. 모든 디자인의 해석과 설명에 모두 이해되고 동의하는 것은 또 아니지만 세상에 흝어져 있는 디자인을 디깅하지 않고도

이렇게 고운 정수를 모아 볼 수 있음에 좋았습니다.

마치 선배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요약집을 빌려 보는 듯한 기꺼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른 도시로의 여행이 있어 시집과 함께 품고 다녔는데

읽기를 시작하자 시집보다도 두툼한 도서가 한 번에 읽힐 정도로

흡사 잡지처럼 수르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 또한 좋았네요.



물론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많았지만

2개의 이미지를 교차하여 마치 면사포를 쓴 것 같은 이 여인의 얼굴 포스터도

강렬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어려웠을지도 모르는 콘셉트, SM이라는 글자도 이렇게 모던 하게 표현하다니 신선했습니다.

이 몇 작품들을 포함하여 또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말해보자면

'키쿠치 카즈히로'의 것인데,

한 덩어리의 오브젝트, 하나의 컬러로도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했고 사용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디자인의 또다른 재미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츠나가 마하루', '호시마 유이치'의 작품은 서로 결은 달라도

파스텔톤 안에서 귀여움과 포근함이 공존하네요. (등장하는 디자이너들의 정보는 책의 말미에 p350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토 타쿠의 작품은 포장 패키지 자체의 첫 기능이 다한 후

일상에서의 활용까지 고려한 실용적 디자인도 선보입니다. (p108 식초 패키지 디자인)


저자는 이것처럼 우리 디자이너들이 나아갈 방향이 있다면

기능과 심미에서 그치지 않고 여운 있는 두번째 아름다움도 입혀야 함을

일상 너머까지 고려된 디자이너의 철학마저 담아낼 높은 능력을 희망하라 말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기억나는 디자인이야많지만 유독 책에 한번 더 소개한 '타카하시 유타'의 작품은

첫 장부터, 3장에서도 등장했는데

특히 '인식의 길과 성령' 북 디자인은, 압형만을 이용해

세련된 질감과 세련미가 느껴지 디자인이 좋았습니다.


심플하면서도 그들만의 정취를 잘 녹여낸 일본 그래픽 디자인.

그 특유의 맑은 맛이 생각날 때 열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디자인 중 몇 편을 보여드리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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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춘문예 당선시집
안수현 외 지음 / 문학마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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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품어본 마음

듣기만 해도 어쩐지 설레는 신춘문예 네 글자

한 번도 도전해 보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수없이 도전했던 꿈의 숙제와도 같은,

그것의 최신 당선 시 묶음집.

하 수상한 시절을 딛고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 2025년

올해 첫 책은 어떤 것이 좋을까? 하던 중 문득 시가 고팠습니다.

이만한 신선함과

글쟁이들의 생명감

이제 막 시와 시조를 지어 입고 따뜻한 겨울을 맞이한 시인들의 수상소감은

마치 연말이면 우리가 함께 보는

영화배우들의 시상식처럼 제게는 설레는 감각입니다.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도서 소포를 받았는데

마침 4박의 부산 일정도 있어,

시가 함께 하였습니다.


나를 사로잡는 신작시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덜컹이는 차에서 순서대로는 말고

파라라락 들춰 아무 곳에 멈춘 후

시 한입 풍경 한 모금

글 내음을 맡는 재미와 사색의 시간으로 덕분에 여행마저 즐거웠네요.

이번 2025년 신춘문예 시집은

나이가 어리든 아니든, 젊은 새 시인 13인의 당선 시, 수상소감, 심사평 그리고 수상자의 신작시도 몇 편 공개되었습니다.

시인으로써의 수상 소감은

작가라는 직업적 뽐냄이 아닌

아이들의 두근거림처럼 예쁜 긴장이 스며있었는데요

소감을 보면 좋은 것이

평소 시인의 마음이나 인생관, 심경을 엿볼 수 있어

그들이 지은 시와 연결해 다시 느껴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얇다면 얇은 몇 장의 종이들,

작은 손에도 한 번에 잡히는 시집 그러나 귀한 수상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을 고뇌하였을지,

같은 고민을 해본 마음에 작게나마 짐작해 봅니다.

시와 시조 중 특히 김용희 님과 백아 온 님의 시가 인상에 남았는데

그중 김용희 님의 <구인>광명기업은 구태여 절절하지 않고 긴 묘사에도 지루함 없이아린 맛을 잘 담아냅니다. 밝기까지한 흰 웃음 지으며, 아직 뜨겁게 현재진행형인,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자각까지도 느낄 수 있죠.

어쩌면 시란 우리들이 가진 하루로 누구나 한 벌 지어 입을 수 있는, 그런 등딱지일지도, 이 거친 섬유의 조끼를, 짙은 먼지 탁탁 털어내고 마침내 세상밖으로, 이렇게 선보였구나 싶은 감탄까지 여러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 시인들의 더 많은 시들이 태어나길 기대하며 어느 시골구석에서 고요한 축하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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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김기갑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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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은 특이함이라기 보다 특별함임을 우리들은 알기에

그 누구의 노래도 울음도. 그 누구의 시도, 소설도, 한 줄의 문장도.

출신과 이력에 얽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믿습니다.

'코이'라는 시로 등단하신 시인의 새 시집이 기대되어 책을 선택했고

일상 속에서 만나는 스스로의 감각을 사랑이라는 줄에 엮어

말간 얼굴 편안한 마음으로 만납니다.

나의 이야기와 나의 감각을 다듬어 세상에 내어 놓을 수 있는 일이 그저 부럽기만 한 요즘,

더 많은 동 시대 시인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의 계절이네요.

누군가의 시집을 만나고 이렇게 나의 느낌으로 적을 때는

시집 전체를 보기도 하지만 하나의 시에 머물러 오래 있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후자네요.

삶은 아름다워야 하고,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 107개를 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하나 하나의 시가 어떤 느낌으로 귀결되더라도 '사랑'안에서 읽고자 생각해가며 본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시들이 간결하고 짤막한 단편적인 감상을 느낄 수 있었고

하나의 시를 떠올려 보자면 문어보다는 외려 '심장'이 생각나네요.

시 역시도 목숨을 유지하기 위하여 평생을 밤낮으로 뛰는 것같은

오직 그것을 위하여 우리가 매 순간의 서정적 감각을 시로 묶어 세상에 또 하나의 생명으로 꽃피우듯.

시의 그림이 마치 잘린 사과의 단면을 오래 보아야 알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 묘사가 좀 다양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도 들곤 했네요. 더 많은 글과 새 이야기가 있을 거라 믿으며 감상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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