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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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도서는 또 오랜만이다. 아니 올해는 처음이지만 아주 오래전 나나흰으로 활동했어서 개인적으로 꽤 반가운 출판사이다.

커버의 d는 'Dostoevsky의 d' 이니셜일까. 대문자 D 속에 채워진 그림들로 된 디자인을 펼쳐본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채운 그림들이 궁금했다.

도의 유명세에도 내가 읽어 본 소설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정도여서 더 호기심이 일었다.

새로움은 늘 흥미가 동반된다고 생각해왔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어쩌면 아주 오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지 못했던 아주 오래된 것에서 찾아내는 보석 같은 흥미.

그래서인지 도서를 고를 때 필요에 의해서보다는 호기심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차례를 보면

1부는 '성과 속', 2부 '미와 추', 3부 '생과 사'로 크게 나뉜다. 각각의 부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 사용된 문법, 그가 좋아했던 그림에서 얻은 영감. 이 영감의 근원이 되어 나타난 작품의 조각들, 가치관과 종교 등 다양한 감각들이 작품에 어떠한 형태로 녹아있는지 짚어볼 수 있다.

작가에 의하면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어린아이처럼'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찬사이며 궁극엔 '어린아이처럼 살라'라고 했을 만큼

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 유별나다. 어린이들을 순수 자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빛이 조명하는 어린아이들이 담긴 성경의 화폭을 보면 신화적 느낌마저 띈 순수한 긍정이 절로 느껴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유명세에도 내가 읽은 소설이 고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정도임에

아주 오래전 읽은 책의 장면을 다시 가져와 보여주는 책의 구조는 그때의 장면들이 다시 대입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익히 알고 있듯 그의 작품은 많은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치, 죄와 벌, 도박꾼, 미성년, 폴준코프, 작가 일기, 회고록, 악령, 지하로부터의 수기, 죽음의 집의 기록, 악령 등 책 속에만도 꽤 많은 작품이 소개된다. 그리고 글 속에 속속 숨은 미술에서의 영감과 표현, 예술 작품에서 느꼈을 순간의 매력. 그의 생각을 비추는 문장들도 함께.

또한 책의 내용 사이사이 담긴 초고의 스케치들은 왠지 모르게 내 마음까지 설레게 했다.

무엇보다 빛에 관한 작품을 묘사한 장면은 유독 새로웠는데 그중 쿠인지의 <자작나무의 숲>이라는 작품 앞에서는 시선이 멈추어 서 한참을 응시하게 되었다.

그림도 영화도 글도 모두가 시대를 반영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자작나무에 담긴 러시아인들만이 알 수 있는 짙은 문화적 향수에 대한 설명이 그랬다. 우리도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공감하는 표현과 장소 그리고 환경적인 요소들이 있듯이.

또한 2부에 등장하는 코레조의 <거룩한 밤>역시 인상적이었다. 극명한 빛의 대비로 이 좁은 책의 조각 안에서도 빛나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 밖에도 '돌아온 탕자', '목 잘린 인간' 그림 등 어리석음과 죽음의 미학까지도 흥미롭게 소개된다.

이처럼 이 책의 강점은 소개되는 그림 작품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어떤 지점에서 어떤 형태로 녹아 있는지, 해당 소설이나 책의 일부를 가져와 보여주어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이해하기 좋다.

아마도 각각의 이 유려한 그림을 따로 접했더라면 그림 자체는 훌륭하니 그것의 감흥은 느낄 수 있었겠지만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느꼈을 시선, 영감을 어떻게 재 가공하여 새로운 장르와 묘사로 사람들에게 다시 전했을지는 몰랐을 것이다.

영화 속에 숨은 이스터에그를 찾듯, 그의 책 속에 숨어 있는 그림과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일이 책의 일석이조의 재미였다. 가볍게 그러나 깊이 있게 읽고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많은 그림이 소개되고 그에 따른 책까지 소개하는 것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굳이 찾은 단점 역시도 아마 이점이 아닌가 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이 책은 어딘가로 흘러가기 위한 안내서의 느낌이다. 하나 나쁘지 않다. 자연스럽게 가면 될 일이다.

기존에 도스토옙스키가 쓴 책들로, 그가 감명받고 영감 얻었을 그림들에게로, 그 시대의 어느 글 무덤으로 말이다.

나는 이 안내를 발판 삼아 언젠가 그를 하나씩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느끼며 서평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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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쓰레기 1제로 - 지금 바로 실천하는 101가지 제로 웨이스트
캐서린 켈로그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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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외국 저자 '캐서린 켈로그'의 것을 한국에서 옮긴 것으로 제로 웨이스트가 아니더라도 실생활에 바로 쓸 수 있는 유익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101가지의 방법을 소개한다. 내용은 논문 같은 설명의 것은 아니며 일상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분리하고 재 사용하며 또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그야말로 "HOW"가 담겨 있다.

사실 이 방법이 궁금하여 책을 선택하였다.

언젠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배달음식에 사용된 통과 생수병 배출을 위해 한쪽 공간이 쓰레기로 가득 채워지는 집을 보며,

문득 이 거대한 '부피' 앞에서 '아- 이게 줄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구나, 아예 사 오는 자체를 멈춰야겠다.'라고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이것이 트리거가 되어 정수 방법을 알아보았고 생수병을 사지 않는 브리타로 변경, 페트 맥주에서 캔 맥주로

클렌징 폼에서 비누로 변경하는 등 속속 내 삶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었다. 3년이 되어간다. 줄이는 삶을 시작한 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와 '미니멀라이프'라는 키워드를 만나게 되었다.

다들 그렇듯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을 발굴하며 내게 적당한 방법을 찾곤 했는데 그덕에 도서를 선택 할 수 있었으며 또한 궁금했다.

어떻게들 줄이는지? 더 좋은 방법은 있지 않는지-

샴푸나 설거지 등 매일 몸에 닿는 모든 물건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니 내 일상 하나부터 열 가지. 물건과 연결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사오고 모아온 물건들.

삶이 쓰레기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헌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라는 자신, 몸과 영혼 모두가 쓰고 있던 '당연한 것'들이 내 선택이 아니라 자라오며 자연스럽게 학습되어 온 문화적인 것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샴푸나 치약을 구매할 때 스스로 선택해 구매했던 것이 알고 보니 그 수가 별로 없었던 것이었다.

스스로 자각했을 때 나는 꽤 충격적이었다.

삶의 주체가 내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미니멀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느껴지게 되었고

많은 물건 속에 발이 묶여 있는 나를 풀어내려면 자연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수세미의 이름이 왜 수세미인지도 가공 수세미를 버리고 천연 수세미로 갈아탄 즈음 알게 되었다.

수세미의 실물도 처음 본 것이 불과 2년이 되지 않는다.

사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건 놀랍고 단순하게도 '사지 않는 것'에 많은 부분 달려있었다.

'덜 사고, 신중하게 하는 소비.'

책은 우리가 유행처럼 말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는 사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고

자연 친화적인 삶. 즉 미니멀리즘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스스로 느낀 일련의 과정이 결국 그 해답이 미니멀리즘에 있다 생각되었다.

이미 모두 알고 있지만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생수에서도 발견되고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무시무시한 것임을 또 한 번 인지할 수 있었다.

2050년에는 바다의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어느 유명한 지식인의 전망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소비를 멈추지 못한다.

아마도 하루아침에는 힘들 것을 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작은 것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만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그날이 더디 오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또한 들었다.

책은 마치 to do list를 체크해 나가는 하루처럼 책장을 덮을 때까지 이어지는 101가지의 항목들을 보며

내가 변화한 3년 동안, 101가지에 해당 사항이 있는지 확인 해 볼 수 있어 좋았고 단지 저자가 외국 분이다 보니 한국에 없는 대체 상품이나 상점이 있어 바로 매칭 되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어 아쉬움도 있었다. 그중 일부는 한국에 비슷한 것으로 주석을 해두는 옮긴이의 세심함도 엿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지켜지는 항목도 많아 격려 받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구매 시 마음가짐이다.

꼭 새겨 기억할 질문

이 물건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스스로에게 묻기를.

책도 나도 자연도 모두 말하고 있었다.

불과 3년 사이에 배출일의 내 쓰레기는 어마하게 줄어 들었고 나는 디자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에 다가가기위해서도

패키지를 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 3년 후 더 가벼워지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내가 되기 위해 미니멀하게 살겠다는 작은 마음을품고 서평을 줄인다.





꼭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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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 님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김경일 지음 / 저녁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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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저자 김경일 교수님은 꽤 유명한 분이다.

인기 교수님의 책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과거의 내가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었던 분의 책이라니 그 내용에 호기심이 일수밖에 없었다.

책을 보니 지혜의 심리학,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적정한 삶, 십대를 위한 공부 사전 등 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수의 책을 이미 출간하셨었다.

개인적으로 인지심리학이라는 분야 자체를 처음 알게 해 준 분.

누구나 겪는 나의 힘든 시절. 수많은 주변인에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홀로 앓다가 검색엔진에 검색하던 관계의 회의, 가슴속의 응어리.

스스로 상처를 돌보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하곤 했다.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알만도 한. 알고리즘에 이끌려 교수님의 영상까지 흘러갔었다.

작가는 실생활 속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인지 심리학을 통해 바라보고 우리의 대처안을 전한다.

이미 그의 강의를 보았기에 중복되는 내용도 꽤 많았는데 한 번 더 리마인드 할 수 있었고 강조되는 것들은 항상 강조되는 것을 보며 그 중요도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구면이 외려 반가웠다.

책은 말 그대로 어쩌면 지칭하지 않은 '님을 위한' 그리고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1부 타인에 대처하는 자세 -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멘탈 강해지는 법,

2부 온전한 나로 서기 - 나에게 집중하면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워진다,

3부 한발 더 나아가기 - 삶에 긍정 에너지를 더하는 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힘든 인간관계에 봉착하여 여러 가지 고민과 고뇌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아마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멘탈이 약한 사람이 강해지는 법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도 느낀다.

누구나 멘탈의 흔들림을 겪는다. 아무리 강인한 인간도 때로는 슬퍼지고 고독하고 고통스럽고 혼자라는 생각을 느끼기에.

그래서일까 책은 어려울 것 없이 술술 읽히지만 눈과 마음으로는 멈칫거리며 여러 문장을 지나왔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Versus Negative Affect.

주관적 안녕감.

subjective well-being. - 에드 디너(Ed Diener)'

여러 문장과 이야기 중 ,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고 하는 에드 디너의 행복의 법칙부터

감각이 생각을 좌우한다는 현상으로 체화된 인지 현상의 일환으로,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자세를 취해보라 하는 작은 동작에 대한 코멘트까지.

세심하게 다가온다.

특히 주관적 안녕감이란. 참 맘에 드는 옵션이다. 저마다의 주관안에서 행복을 찾는 일. 나의 행복한 순간은 어디쯤이었을까. 커피였을까. 책이었을까. 사람일까.. 사람으로 아프고, 사람으로 치유한다.

그리고, '행복하니까 웃는다. 웃으니까 행복해진다.'

쓰고 보니 어디선가 들은 듯도 하고 늘 스스로를 격려하는 마음 안 어디 같기도 했지만.

이 작은 '터치'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는 '시간의 속도'에 관한 언급이 가장 와닿았다.

세대가 다르면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

사람마다 어떤 것을 인지하는 시간의 크기가 다르고

느끼는 시간 역시 그만큼 다른 것 말이다.

각각 타인은 그에게 맞는 시간이 필요하다.

빠르다고 좋은 것도 느리다고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인 바로 '나'이다.

누구나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이 온다.

좀 다른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강형욱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프로를 종종 보는데 이때 느낀 것 중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개와 사람.

그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저 같이 걷는 것. 산책. 그것이 되지 않아 개들은 교육을 받는데 불안해하는 녀석의 곁에 앉거나 서서 기다린다.

기다림.

기다리는 모습이 참 많이도 나오는데 문득 그 대목이 목에 걸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의 속도에 맞춰 사람들을 그러니까 타인을, 상대를, 판단하고 있어온 건 아닌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말하지 않고, 나쁜 소리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그저 기다려주는 일.

그 녀석에게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여겨졌다.

우린 무려 같은 언어를 쓰고는 있지만 저마다 모두 다른 의식과 사고와 세계관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만 같다.

그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고 오롯이 이해하는 데에 쏟는다.

기다리는 일.

타인을 위한 시간은 어쩌면 나를 위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책에는 '세대'가 다르면 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엔 나이를 막론하고 서로 다른 의견과 시선을 가진 사람들끼리

이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필요해 보였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다들 내용이 거기서 거기, 뻔하다. 한다.

하지만 책은 저마다 깊이가 같아 뻔한 것이 아니라 작가마다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해야 할까,

같은 내용으로 보이지만 여러 도서를 보다 보면 저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하나 끊임없이 사랑의 정의를 찾고 내려온 우리.

관계에서 오는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를 찾아가는 이런 학문과 도서는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쭉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말한다. '트러블 슈팅'

어떤 문제와 원인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일.

아마도 이런 종류의 도서를 찾아온 나와 같은 독자.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이것이 간략하나마 매뉴얼이라면 이 책은 아마도 시작과도 같은 한걸음일거라고.

정답은 어디에도 없지만 힘에 겨운 요즘 우리에게

타인의 심리와 나의 심리를 인지하고 또 이해할 방법을 찾으며

어떤 형태로 대처할지. 어떠한 형태로 계기를 심어주는지 직접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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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위한 반성문
이대범 지음 / 북스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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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수필이 읽고 싶었다.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글의 핵심이 쏙쏙 박혀 있는 알맹이 '수필을 위한 반성문' 1부와 제2부 모색의 여정, 제3부 수필의 경계를 넘어.이다. 


200여 쪽의 어찌 보면 짧기도 한 수필을 위한 반성문은 '웃기는 짬뽕'부터 나를 빨아들이더니 그야말로 호로록 순식간에 책을 읽게 되었다. 



흔히 글 소재로 생각될만한 이슈나 사건, 그냥 담담한 글쓰기에 개인적으로 목말랐음에도 


수필에 대한 관심이 있어 책을 선택했고 소설에 대한 두르뭉슬한 공포가 있었던 나로서는 '소설이 안되면 수필이나 쓰지 뭐'라는 짤막한 생각을 풀어내는 대목과 글의 구간에는 와닿았던 점이 많았다. 


나 역시도 인상적이었던 도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대표적인데 작가의 필력, 서사에 대한 의견에 매우 공감하기도 했다. 


최근 나를 압도했던 도서 '인간실격'에서 느껴지는 서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저자가 말하는 '압도감'이 잘 이해되었다. 


얼마 전 장르적 착각으로 알퐁스 도데 소설집을 수필집으로 오 기재한 필자의 서평이 있었는데 이는 재미와 감동, 책이 전하는 지식에만 초점을 두고 책을 읽고 있어 왔던 나의 단편적인 감상자적 태도에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 또한 되었던 것 같다. 


허나 무엇보다 수필에 대한 공부를 조금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글쓰기를 비롯하여 어느 것이라도 알면 알수록 그 깊이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책 중 공감되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부분 1부에서 나왔는데, 아까도 언급한 밀란 쿤데라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은 저자가 '단어의 의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전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것'과 수필 쓰기에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사유가 꼭 필요한 까닭이라는 대목이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최근  빨강 머리 앤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고 나 역시도 자주 쓰는 나만의 표현, 어투, 단어가 있어 그 의미나 마음가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알량한 글재주로 소설을 쓰겠다고 호기를 부렸던 날을 부끄러워'한다고 말하던 저자의 마음까지도.



중국 문장가인 구양수의 삼다를 언급한 것도 반가웠다. 읽기가 70, 쓰기가 30. 


물론 수필을 잘 쓰려면 다독 다상량 등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연륜과 철학이 필수적이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웃기는 짬뽕'이라는 하나의 화제를 두고 떠오르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스스럼없이 녹아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추억과 여행 기억이 잘 녹아 있는 중국 여행 일화인 '캐새키' 역시 인상적인 수필이었다. 


잘 흘러 이어지는 이야기.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이해되는, 맛있는 글들. 


좋은 재료와 좋은 양념이 버무려져야 맛을 내는 요리처럼 수필 또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수필에 대한 반성문은 수필이며 동시에 수필에 대한 고민, 그가 소재로 삼았던 그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회상, 철학, 일상에 대한 짙은 사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기억과 다독의 일환으로 수필 속에서 저자가 읽어온 다양한 책과 영화 스토리도 등장한다. 영화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문에는 직접 그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히곤 했다. 


또 어떤 영화는 내가 보았던 작품이어서 글을 대하는 몰입도가 더 좋기도 했고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여 그때 내가 느낀 기분을 떠 올려 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수필. 수필의 가장 큰 요소는 삶인 것만 같다. 



삶의 기억과 추억, 철학이 깃들지 않은 글이 있을 수 있을까. 


소설도 사실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은 밋밋하고 일반적인 표지와 서체로 보이지만 205쪽의 작은 분량에도 내용과 몰입도는 매우 좋았다. 


이 책을 계기로 수필 관련 서적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지금이라도 냉큼 내 기억속의 이야기를 소환하여 글을 그리고픈 마음이 든다. 


몸이 많이 아픈 3월이지만


이 아픔 때문에 책을 더 사랑하게 되는것도 같다.


아픔에는 꼭 아픔만 있지 않는 그 때문이려나.


마치 수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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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끼야콩! 웅진 우리그림책 86
황은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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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핑크 컬러 중에서도 형광의 기운이 도는 핫핑크의 예쁜 하드커버

표지는 둥근 윈도우가 나있는데 이 둥근 창 속에 주인공 여자아이가 있는 디자인이 시선을 확 끈다.

나의 경우 동화나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들도 가끔 읽곤 하는데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 역시 어른이기에,

동화 역시 내 마음속 어린 시절 나의 어딘가를 툭 하고 건드리듯, 따스한 마음이 잘 전해져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번 도서 역시, 그림체에 매료되어 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녹아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만났다.

먼저 도깨비를 닮은 듯한 몬스터가 등장한다. 동화 속의 도깨비들은 왜 모두 사랑스럽고 복슬복슬 한지!

도깨비처럼 생긴 녀석이 문득 보이는 천 조각의 꼬리를 잡아당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작게 나부끼는 핑크빛 헝겊을 도깨비가 당기자 다른 세상의 아이와 연결이 되며 시작된다.

마치 몬스터 주식회사가 생각나는 전개라고 생각되었는데 '핑크 헝겊'이 연결고리가 되어 이 흔적을 따라 이야기도 일러스트도 신비로운 여행으로 쏘옥 들어가게 된다. 미로처럼 생긴 통로를 지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처음의 출발은 그저 따라감이었지만 이내 아이는 다양한 도깨비들을 만나 행복한 미소와 소리를 내며 하늘을 마음껏 누빈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것이어서 몇 장 되지 않아도 한 장 한 장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주체가 되는 핑크의 몰입도도 적당했고 마치 실크스크린을 보는 듯한 따스한 일러스트의 느낌과 검은색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무겁거나 기괴하지 않고 포근한 느낌을 오래 이어가는 것이 좋았다.

'아칫핑, 후추춥, 크히키큿카!, 우부다바, 히리룽!'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동화 속 대사 역시도 일반적 서체를 썼을 때 오는 밋밋한 글처럼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매 장면마다 한 덩어리의 큰 그림 작품을 보는 기분이 되어 기분이 몽글몽글했던 것 같다.

정해져 있지 않은 상상 속의 이미지. 예쁘고 보기에도 좋은 디자인과 이야기를 잘 녹여낸 장면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할 것 같다.

책 속에 줄곧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는 '핑크 헝겊' 조각은 슈퍼맨의 그것처럼 상상의 힘으로 날아오른다.

이야기를 모두 눈으로 읽고 나면, 구름 속에서 신나는 비명을 지르는 '끼야아아아'와 꿈이라는 마법에서 돌아오는 '콩'이라는 의성어 합성이 마치 주문처럼 느껴진다.

'안녕, 끼야콩'은 아이들의 잠자리에 반짝이는 자장가가 되리라 믿는다. 읽어주는 책이 아닌 보면서 상상하는 동화.

'숨어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앞으로 더 많은 그림책을 낸다고 하니 어른 아이인 나 역시도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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