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위한 반성문
이대범 지음 / 북스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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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수필이 읽고 싶었다.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글의 핵심이 쏙쏙 박혀 있는 알맹이 '수필을 위한 반성문' 1부와 제2부 모색의 여정, 제3부 수필의 경계를 넘어.이다. 


200여 쪽의 어찌 보면 짧기도 한 수필을 위한 반성문은 '웃기는 짬뽕'부터 나를 빨아들이더니 그야말로 호로록 순식간에 책을 읽게 되었다. 



흔히 글 소재로 생각될만한 이슈나 사건, 그냥 담담한 글쓰기에 개인적으로 목말랐음에도 


수필에 대한 관심이 있어 책을 선택했고 소설에 대한 두르뭉슬한 공포가 있었던 나로서는 '소설이 안되면 수필이나 쓰지 뭐'라는 짤막한 생각을 풀어내는 대목과 글의 구간에는 와닿았던 점이 많았다. 


나 역시도 인상적이었던 도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대표적인데 작가의 필력, 서사에 대한 의견에 매우 공감하기도 했다. 


최근 나를 압도했던 도서 '인간실격'에서 느껴지는 서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저자가 말하는 '압도감'이 잘 이해되었다. 


얼마 전 장르적 착각으로 알퐁스 도데 소설집을 수필집으로 오 기재한 필자의 서평이 있었는데 이는 재미와 감동, 책이 전하는 지식에만 초점을 두고 책을 읽고 있어 왔던 나의 단편적인 감상자적 태도에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 또한 되었던 것 같다. 


허나 무엇보다 수필에 대한 공부를 조금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글쓰기를 비롯하여 어느 것이라도 알면 알수록 그 깊이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책 중 공감되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부분 1부에서 나왔는데, 아까도 언급한 밀란 쿤데라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은 저자가 '단어의 의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전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것'과 수필 쓰기에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사유가 꼭 필요한 까닭이라는 대목이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최근  빨강 머리 앤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고 나 역시도 자주 쓰는 나만의 표현, 어투, 단어가 있어 그 의미나 마음가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알량한 글재주로 소설을 쓰겠다고 호기를 부렸던 날을 부끄러워'한다고 말하던 저자의 마음까지도.



중국 문장가인 구양수의 삼다를 언급한 것도 반가웠다. 읽기가 70, 쓰기가 30. 


물론 수필을 잘 쓰려면 다독 다상량 등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연륜과 철학이 필수적이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웃기는 짬뽕'이라는 하나의 화제를 두고 떠오르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스스럼없이 녹아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추억과 여행 기억이 잘 녹아 있는 중국 여행 일화인 '캐새키' 역시 인상적인 수필이었다. 


잘 흘러 이어지는 이야기.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이해되는, 맛있는 글들. 


좋은 재료와 좋은 양념이 버무려져야 맛을 내는 요리처럼 수필 또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수필에 대한 반성문은 수필이며 동시에 수필에 대한 고민, 그가 소재로 삼았던 그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회상, 철학, 일상에 대한 짙은 사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기억과 다독의 일환으로 수필 속에서 저자가 읽어온 다양한 책과 영화 스토리도 등장한다. 영화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문에는 직접 그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히곤 했다. 


또 어떤 영화는 내가 보았던 작품이어서 글을 대하는 몰입도가 더 좋기도 했고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여 그때 내가 느낀 기분을 떠 올려 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수필. 수필의 가장 큰 요소는 삶인 것만 같다. 



삶의 기억과 추억, 철학이 깃들지 않은 글이 있을 수 있을까. 


소설도 사실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은 밋밋하고 일반적인 표지와 서체로 보이지만 205쪽의 작은 분량에도 내용과 몰입도는 매우 좋았다. 


이 책을 계기로 수필 관련 서적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지금이라도 냉큼 내 기억속의 이야기를 소환하여 글을 그리고픈 마음이 든다. 


몸이 많이 아픈 3월이지만


이 아픔 때문에 책을 더 사랑하게 되는것도 같다.


아픔에는 꼭 아픔만 있지 않는 그 때문이려나.


마치 수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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