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기프트 - 삶을 선물로 바꾸는 12번의 치유 수업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책의 빛깔도 참 예쁘죠.
이번에 소개 드리는 책은 커버 디자인도 꽤 마음에 들었는데 자주 볼 수 있는 그라데이션 컬러지만
희망이나 삶 빛 등을 컬러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 잘 어울린다 생각되더군요.
그리고 빛을 표현하는 듯한 사선들을 감싸고 있는 중앙의 긴 동그란 타원은 창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하나의 알약같은 느낌도 들어 '치유'를 내포하고 있는 책의 정서가 담긴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 소개를 잠깐 하면, 유명한 상담가이자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홀로코스트의 몇 남지 않은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발간했던 책으로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다>가 있습니다.
책 <더 기프트>는 현실에 존재했던 유일한 지옥이라고도 볼 수 있는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심리치료 상담가 '에디트 에바 에거'
의 내담자들과의 심리치료 상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심리 상담을 진행한 저자들의 책이 거의 그렇듯 직접 상담한 내담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겪은 바, 긴 통찰과 버텨냄이 있던 그녀 삶의 통찰을 통한 그녀의 치유 방식을 버무려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옥으로도 묘사되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서 돌아온 사실만으로도 물론 경이로왔지만 그녀의 도전은 살아돌아 온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십이 넘는 나이에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40년이 넘도록 내담자들을 치료해왔다고 하죠.
이런 부분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또 느끼게 되고 타인의 삶에 참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스스로는 잘 알지 못하는 선물. 과연 이것은 무엇일까요?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선물'이라는 것은 '삶' '살아있음' 그 자체라고도 말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필자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녀의 이런 삶의 모습 자체가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그 이유때문인데
학창 시절을 지나 오면서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잘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나치와 홀로코스트 등에 대한 것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영화로 마주했는데 어림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고통의 크기나 엄습했을 삶의 무기력함 절망 죽음에의 공포 등은 사실 상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내담자들의 마음 상태 역시 그런 지옥 안에 있을 때와 다름 없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왜 지옥을 다시 방문해야 하지?'라는 말은 그녀가 주장하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질문 같기도 했는데
이는 고통이 되는 사건이나 슬픔을 꼭 벗어나야 하는 어떤 굴레처럼 여기고, 그저 도망칠 것이 아니며
이상주의에 가까운 마음으로서 근거없는 '괜찮아', '잘 될거야' 같은 주문을 자신에게 하며 회피 할 것이 아니라 말합니다.
나에게 닥친 슬픈 현실, 어떤 고통의 상황을 직접 마주하고 이때 표출되는 감각들. 눈물이나 우울해지는 상황 또한 오롯이 느끼고 받아들이며 나의 현상을 잘 알고 지내는 것이 결국 고통에서 스스로 걸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이죠.
누군가에게 말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수 많은 어떤 고민들처럼, '이런 일련의 일들을 공유하는 것이 심리학의 핵심 원리라고도 할 수 있다'는 부분은 많은 심리학 도서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개념으로 또 한 번 각인되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나의 자유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비밀'이라고 한다면 아우슈비츠나 스스로의 일생에 서린 비밀을 만천하에 내놓는 방법으로 전작<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라는 책의 출간 또한 그녀가 그간의 고통을 치유한 한 형태로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나 자책과 죄책감의 시간은 있겠지만 '나는 가치가 없어'라고 생각하던 시간이 분명 저에게 있었고, 여러모로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 많이 알려진 말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그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고 애원했던 '내일'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슬픔이나 죽음 등 사람들이 선뜻 말하기를 꺼려 하는 많은 주제들이 사실은 더 자유롭게,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최악의 경험이야말로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되어 새로운 것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말, 즉 고통으로 내재된 삶이라도 그 고통들이 결국 내안의 마음 감옥의 문을 열어 준다는 저자의 강한 신념과 믿음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기심, 기쁨, 충격, 고통, 슬픔, 절망, 희망과 환희. 이렇듯 다양한 표정을 품고 있는 우리의 삶. 이 것은 하나의 선물 <더 기프트> 인 것이죠. 좋아하는 책의 부분을 옮기며 글을 줄입니다.
마늘에 초콜릿을 씌우지 말기 바란다.
맛이 좋을 리가 없다.
희망은 어둠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
희망은 어둠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