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 님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김경일 지음 / 저녁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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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저자 김경일 교수님은 꽤 유명한 분이다.

인기 교수님의 책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과거의 내가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었던 분의 책이라니 그 내용에 호기심이 일수밖에 없었다.

책을 보니 지혜의 심리학,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적정한 삶, 십대를 위한 공부 사전 등 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수의 책을 이미 출간하셨었다.

개인적으로 인지심리학이라는 분야 자체를 처음 알게 해 준 분.

누구나 겪는 나의 힘든 시절. 수많은 주변인에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홀로 앓다가 검색엔진에 검색하던 관계의 회의, 가슴속의 응어리.

스스로 상처를 돌보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하곤 했다.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알만도 한. 알고리즘에 이끌려 교수님의 영상까지 흘러갔었다.

작가는 실생활 속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인지 심리학을 통해 바라보고 우리의 대처안을 전한다.

이미 그의 강의를 보았기에 중복되는 내용도 꽤 많았는데 한 번 더 리마인드 할 수 있었고 강조되는 것들은 항상 강조되는 것을 보며 그 중요도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구면이 외려 반가웠다.

책은 말 그대로 어쩌면 지칭하지 않은 '님을 위한' 그리고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1부 타인에 대처하는 자세 -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멘탈 강해지는 법,

2부 온전한 나로 서기 - 나에게 집중하면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워진다,

3부 한발 더 나아가기 - 삶에 긍정 에너지를 더하는 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힘든 인간관계에 봉착하여 여러 가지 고민과 고뇌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아마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멘탈이 약한 사람이 강해지는 법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도 느낀다.

누구나 멘탈의 흔들림을 겪는다. 아무리 강인한 인간도 때로는 슬퍼지고 고독하고 고통스럽고 혼자라는 생각을 느끼기에.

그래서일까 책은 어려울 것 없이 술술 읽히지만 눈과 마음으로는 멈칫거리며 여러 문장을 지나왔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Versus Negative Affect.

주관적 안녕감.

subjective well-being. - 에드 디너(Ed Diener)'

여러 문장과 이야기 중 ,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고 하는 에드 디너의 행복의 법칙부터

감각이 생각을 좌우한다는 현상으로 체화된 인지 현상의 일환으로,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자세를 취해보라 하는 작은 동작에 대한 코멘트까지.

세심하게 다가온다.

특히 주관적 안녕감이란. 참 맘에 드는 옵션이다. 저마다의 주관안에서 행복을 찾는 일. 나의 행복한 순간은 어디쯤이었을까. 커피였을까. 책이었을까. 사람일까.. 사람으로 아프고, 사람으로 치유한다.

그리고, '행복하니까 웃는다. 웃으니까 행복해진다.'

쓰고 보니 어디선가 들은 듯도 하고 늘 스스로를 격려하는 마음 안 어디 같기도 했지만.

이 작은 '터치'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는 '시간의 속도'에 관한 언급이 가장 와닿았다.

세대가 다르면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

사람마다 어떤 것을 인지하는 시간의 크기가 다르고

느끼는 시간 역시 그만큼 다른 것 말이다.

각각 타인은 그에게 맞는 시간이 필요하다.

빠르다고 좋은 것도 느리다고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인 바로 '나'이다.

누구나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이 온다.

좀 다른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강형욱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프로를 종종 보는데 이때 느낀 것 중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개와 사람.

그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저 같이 걷는 것. 산책. 그것이 되지 않아 개들은 교육을 받는데 불안해하는 녀석의 곁에 앉거나 서서 기다린다.

기다림.

기다리는 모습이 참 많이도 나오는데 문득 그 대목이 목에 걸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의 속도에 맞춰 사람들을 그러니까 타인을, 상대를, 판단하고 있어온 건 아닌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말하지 않고, 나쁜 소리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그저 기다려주는 일.

그 녀석에게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여겨졌다.

우린 무려 같은 언어를 쓰고는 있지만 저마다 모두 다른 의식과 사고와 세계관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만 같다.

그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고 오롯이 이해하는 데에 쏟는다.

기다리는 일.

타인을 위한 시간은 어쩌면 나를 위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책에는 '세대'가 다르면 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엔 나이를 막론하고 서로 다른 의견과 시선을 가진 사람들끼리

이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필요해 보였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다들 내용이 거기서 거기, 뻔하다. 한다.

하지만 책은 저마다 깊이가 같아 뻔한 것이 아니라 작가마다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해야 할까,

같은 내용으로 보이지만 여러 도서를 보다 보면 저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하나 끊임없이 사랑의 정의를 찾고 내려온 우리.

관계에서 오는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를 찾아가는 이런 학문과 도서는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쭉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말한다. '트러블 슈팅'

어떤 문제와 원인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일.

아마도 이런 종류의 도서를 찾아온 나와 같은 독자.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이것이 간략하나마 매뉴얼이라면 이 책은 아마도 시작과도 같은 한걸음일거라고.

정답은 어디에도 없지만 힘에 겨운 요즘 우리에게

타인의 심리와 나의 심리를 인지하고 또 이해할 방법을 찾으며

어떤 형태로 대처할지. 어떠한 형태로 계기를 심어주는지 직접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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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위한 반성문
이대범 지음 / 북스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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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수필이 읽고 싶었다.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글의 핵심이 쏙쏙 박혀 있는 알맹이 '수필을 위한 반성문' 1부와 제2부 모색의 여정, 제3부 수필의 경계를 넘어.이다. 


200여 쪽의 어찌 보면 짧기도 한 수필을 위한 반성문은 '웃기는 짬뽕'부터 나를 빨아들이더니 그야말로 호로록 순식간에 책을 읽게 되었다. 



흔히 글 소재로 생각될만한 이슈나 사건, 그냥 담담한 글쓰기에 개인적으로 목말랐음에도 


수필에 대한 관심이 있어 책을 선택했고 소설에 대한 두르뭉슬한 공포가 있었던 나로서는 '소설이 안되면 수필이나 쓰지 뭐'라는 짤막한 생각을 풀어내는 대목과 글의 구간에는 와닿았던 점이 많았다. 


나 역시도 인상적이었던 도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대표적인데 작가의 필력, 서사에 대한 의견에 매우 공감하기도 했다. 


최근 나를 압도했던 도서 '인간실격'에서 느껴지는 서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저자가 말하는 '압도감'이 잘 이해되었다. 


얼마 전 장르적 착각으로 알퐁스 도데 소설집을 수필집으로 오 기재한 필자의 서평이 있었는데 이는 재미와 감동, 책이 전하는 지식에만 초점을 두고 책을 읽고 있어 왔던 나의 단편적인 감상자적 태도에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 또한 되었던 것 같다. 


허나 무엇보다 수필에 대한 공부를 조금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글쓰기를 비롯하여 어느 것이라도 알면 알수록 그 깊이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책 중 공감되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부분 1부에서 나왔는데, 아까도 언급한 밀란 쿤데라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은 저자가 '단어의 의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전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것'과 수필 쓰기에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사유가 꼭 필요한 까닭이라는 대목이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최근  빨강 머리 앤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고 나 역시도 자주 쓰는 나만의 표현, 어투, 단어가 있어 그 의미나 마음가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알량한 글재주로 소설을 쓰겠다고 호기를 부렸던 날을 부끄러워'한다고 말하던 저자의 마음까지도.



중국 문장가인 구양수의 삼다를 언급한 것도 반가웠다. 읽기가 70, 쓰기가 30. 


물론 수필을 잘 쓰려면 다독 다상량 등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연륜과 철학이 필수적이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웃기는 짬뽕'이라는 하나의 화제를 두고 떠오르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스스럼없이 녹아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추억과 여행 기억이 잘 녹아 있는 중국 여행 일화인 '캐새키' 역시 인상적인 수필이었다. 


잘 흘러 이어지는 이야기.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이해되는, 맛있는 글들. 


좋은 재료와 좋은 양념이 버무려져야 맛을 내는 요리처럼 수필 또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수필에 대한 반성문은 수필이며 동시에 수필에 대한 고민, 그가 소재로 삼았던 그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회상, 철학, 일상에 대한 짙은 사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기억과 다독의 일환으로 수필 속에서 저자가 읽어온 다양한 책과 영화 스토리도 등장한다. 영화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문에는 직접 그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히곤 했다. 


또 어떤 영화는 내가 보았던 작품이어서 글을 대하는 몰입도가 더 좋기도 했고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여 그때 내가 느낀 기분을 떠 올려 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수필. 수필의 가장 큰 요소는 삶인 것만 같다. 



삶의 기억과 추억, 철학이 깃들지 않은 글이 있을 수 있을까. 


소설도 사실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은 밋밋하고 일반적인 표지와 서체로 보이지만 205쪽의 작은 분량에도 내용과 몰입도는 매우 좋았다. 


이 책을 계기로 수필 관련 서적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지금이라도 냉큼 내 기억속의 이야기를 소환하여 글을 그리고픈 마음이 든다. 


몸이 많이 아픈 3월이지만


이 아픔 때문에 책을 더 사랑하게 되는것도 같다.


아픔에는 꼭 아픔만 있지 않는 그 때문이려나.


마치 수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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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끼야콩! 웅진 우리그림책 86
황은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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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핑크 컬러 중에서도 형광의 기운이 도는 핫핑크의 예쁜 하드커버

표지는 둥근 윈도우가 나있는데 이 둥근 창 속에 주인공 여자아이가 있는 디자인이 시선을 확 끈다.

나의 경우 동화나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들도 가끔 읽곤 하는데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 역시 어른이기에,

동화 역시 내 마음속 어린 시절 나의 어딘가를 툭 하고 건드리듯, 따스한 마음이 잘 전해져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번 도서 역시, 그림체에 매료되어 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녹아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만났다.

먼저 도깨비를 닮은 듯한 몬스터가 등장한다. 동화 속의 도깨비들은 왜 모두 사랑스럽고 복슬복슬 한지!

도깨비처럼 생긴 녀석이 문득 보이는 천 조각의 꼬리를 잡아당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작게 나부끼는 핑크빛 헝겊을 도깨비가 당기자 다른 세상의 아이와 연결이 되며 시작된다.

마치 몬스터 주식회사가 생각나는 전개라고 생각되었는데 '핑크 헝겊'이 연결고리가 되어 이 흔적을 따라 이야기도 일러스트도 신비로운 여행으로 쏘옥 들어가게 된다. 미로처럼 생긴 통로를 지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처음의 출발은 그저 따라감이었지만 이내 아이는 다양한 도깨비들을 만나 행복한 미소와 소리를 내며 하늘을 마음껏 누빈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것이어서 몇 장 되지 않아도 한 장 한 장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주체가 되는 핑크의 몰입도도 적당했고 마치 실크스크린을 보는 듯한 따스한 일러스트의 느낌과 검은색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무겁거나 기괴하지 않고 포근한 느낌을 오래 이어가는 것이 좋았다.

'아칫핑, 후추춥, 크히키큿카!, 우부다바, 히리룽!'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동화 속 대사 역시도 일반적 서체를 썼을 때 오는 밋밋한 글처럼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매 장면마다 한 덩어리의 큰 그림 작품을 보는 기분이 되어 기분이 몽글몽글했던 것 같다.

정해져 있지 않은 상상 속의 이미지. 예쁘고 보기에도 좋은 디자인과 이야기를 잘 녹여낸 장면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할 것 같다.

책 속에 줄곧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는 '핑크 헝겊' 조각은 슈퍼맨의 그것처럼 상상의 힘으로 날아오른다.

이야기를 모두 눈으로 읽고 나면, 구름 속에서 신나는 비명을 지르는 '끼야아아아'와 꿈이라는 마법에서 돌아오는 '콩'이라는 의성어 합성이 마치 주문처럼 느껴진다.

'안녕, 끼야콩'은 아이들의 잠자리에 반짝이는 자장가가 되리라 믿는다. 읽어주는 책이 아닌 보면서 상상하는 동화.

'숨어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앞으로 더 많은 그림책을 낸다고 하니 어른 아이인 나 역시도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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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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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이미지의 다른 이름 '깃발'

심벌이나 로고를 주력으로 하는 디자인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창 보았던 드라마 빅뱅 이론에서도 깃발에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국가 심벌을 소개하는 대목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역사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그 짤막한 부분에서 꽤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었던 터라 책의 제목에서부터 끌렸다.

1월은 탐독할 책이 많았음에도 꼬옥 읽어보고 싶었던 도서.

무엇보다도 유명한 저자의 지리의 힘이라는 대표작의 차기작으로 그 기대가 두 배로 컸던 것 같다.

깃발의 세계사.

책은 제1장 성조기, 2장 유니언잭, 3장 십자가와 십자군, 4장 아라비아의 깃발, 5장 공포의 깃발, 6장 에덴의 동쪽, 7장 자유의 깃발, 8장 혁명의 깃발, 9장 좋은 깃발, 나쁜 깃발, 못생긴 깃발까지 목차는 따로 없지만 총 9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기업 로고이고 브랜드이듯 하나의 민족인 국가를 나타내는 심벌이 바로 국기(깃발-깃대에 달린 심벌)이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깃발이 꼭 국가만을 나타내는 이미지는 아니다. 특정 목적을 가진 집단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사상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인류가 국가를 나타내기도 하고 나라가 품고 행했던 시대상 그 자체로 인식되어 왔음을 설명한다.

그 예로, 프랑스의 삼색기가 대표적이었다. 삼색기는 책의 후반에 가면 알 수 있는 인도의 티랑가 역시도 '삼색기'를 뜻하지만 우리는 주로 삼색기라 하면 프랑스의 것으로 인식하곤 한다.

프랑스 삼색기에서 너무나 잘 볼 수 있듯 나라만의 표식을 넘어 인류 전체의 이념을 상징하는데 '자유'가 파랑 '평등'이 하얀색 '박애'를 빨간색으로 3개 색의 조합으로 나타낸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국기는 당연하게도 그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요리나 먹거리의 상징과 동일 시 되기도 했는데

필자가 아주 어렸던 때에도 이태리 국기나 프랑스 국기를 보면 사람들은 으레 파스타나 피자를 떠 올리곤 했었다. 게다가 국기의 색에 상응하는 식재료를 넣어 요리 자체로도 그 나라를 느끼게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대목에서, 프랑스의 피자 파스타, 일본의 오세치가 그렇듯 나는 매우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하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예는 나치의 상징이었다.

'스와스티카'가 가장 많이 사용된 곳이 인도였다는 것과 그 역사가 생각보다 꽤 오래되었다는데에 썩 놀랐다.

가설이라고는 하지만 고대 중국 문헌에서 혜성의 빠르게 회전하는 모양을 스프링클러가 회전할 때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모양처럼

휘어진 리본의 형태를 보이는데 이처럼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문양을 보아왔으며 그로 인해 익숙한 이미지의 생성 근원을 역사 속에서 유추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다.

게다가 나치의 상징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종교적인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독일의 하겐 크로이츠는 꺾인 십자가 모양인데 나의 경우 애정하는 반지의 디자인과도 닮아있었고 일상에서 자주 보던 브랜드가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해 새삼스러웠다.

한때 여러 국제 매체에서 연일 보도되기도 하던 깃발에 관한 기사 중에는 유럽인에게 침략이나 공포를 느끼게 하는 상징이 나치의 하겐 크로이츠라면 아마도 한국인에게 욱일기가 주는 악마적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있었는데 당대를 겪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매우 동감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지만 심벌에 빠질 수 없는 컬러

빨강.

"전투적이고 정열적이고 남자다운 최고의 색이다. 정복과 웃음의 색이다. 노래와 열정과 기쁨의 색... 그 색은 피를 연상시키며 우리를 자극해 승리로 이끈다."

빨간색에 대한 이야기는 국기에 사용되는 빈도만큼 참으로 다양한 상징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왜 국기에는 색의 다양함보다는 강렬한 원색의 것이 더 많고 사용된 색이 서로 대조적이며 또한 보색적 문양이 많은가?에 대한 나의 오래된 의문은 네덜란드를 지배하고 있는 오렌지색의 이야기에 의해서 일부 해소되기도 했다.

흰색 또한 빨강만큼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태리와 프랑스처럼 자유를 연상시키는 국기에 사용된 것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탈레반 집단의 하얀 깃발까지 그 상징의 범위가 천차만별인 것도 있었다.

우리가 국가나 단체의 심벌로 이미지를 정하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일생을 건 목숨마저 펄럭일 수 있어 왔던 것은

옛것과 새것의 융합, 다양성, 포용, 존중, 문화 그리고 자유까지.

깃발은 아마도 의념을 도구로 나타낸 가장 큰 우리의 흔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인류가 분명하고 또한 가장 간단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

이것이 깃발(심벌)의 가장 큰 역할로 느껴졌다.

상징의 다른 이름이자 한편으로는 국가 홍보의 수단이기도 함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능력은 그 상징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정치 수단이 됨과 동시에 분쟁 그 자체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은 국기의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인 나라도 있고 아직도 정치 운동에서의 상징의 중요성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그것을 둘러싼 법적 투쟁을 벌이는 사례도 책에 소개된 바 있다.

아마도 이것은 상징이라 믿는 오랜 인류의 정체성인지도 모른다.

마하트마 간디의 표현 중에, 국가가 '이상'을 상징하며 국기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으며 동시에 여러 이유로 삶과 죽음을 바칠 수 있는, 국가라는 체제에는 공통의 깃발이 꼭 필요함을 시사하는 글귀도 있다.

그만큼 국기나 깃발이 공동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고 하나로 결속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도 월드컵 등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선수가 태극기를 휘감고 각국의 펄럭이는 국기 사이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는 것을 많이 느껴왔기에.

태극기 이야기를 하자니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팀 마셜의 태극기 칭찬이었다. 그는 한국의 국기에 대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한다.

동양 철학에서 태극 문양이 음양을 상징하는 것과, 서로 반대되는 우주적 힘을 나타내지만 하나로 합쳐지면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철학 말이다.

4 귀퉁이의 검은 괘 역시, 고대 중국의 책 역경(변화의 책)에서 유래한 문양으로 전설에 의하면 2천 년 전부터 있었던 책이라는 점,

하늘, 땅, 물, 불 등 달, 순수 등 상징으로 가득한 우리 국기를 보니 괜한 마음의 진동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처럼 내포하는 의미는 되새기고 다시 새길수록 얼마나 짙어지는지.

"수많은 깃발이 같은 색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아랍인들이 한일족인 것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깃발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개념으로 존재하는 이 민족이 여러 면에서 분열되어 있음 또한 말해준다. "

이 한 문장에서도 느낄 수 있듯 국기와 깃발은 그 공통적인 점들이 눈에 보임에도 또한 여러 면에서 다양성을 가지고 있음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민족들의 다양함. 인류의 사상 또한 그만큼 다양함을 역사가 바로 말해주고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힘찬 심벌 전쟁. 꼭 전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정체성이 죽지 않는 한 이 힘찬 펄럭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깃발! 책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분류된 단원의 앞에 깃발과 상징에 관한 글귀들이 하나씩 있는데

명언이나 감동의 글이 그렇듯 나라별 깃발에 관련된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어서 책의 짤막한 묘미 중 하나였다.

당연하겠지만 저자는 깃발이 감정적 주제임을 잊지 않음과 동시에 손자병법과 같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서적 자료부터 국기에 관한 인터뷰까지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고 40여 개 나라를 직접 방문했던 그의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다양한 깃발의 상징의 해석을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바라보려 노력한 흔적이 책 곳곳에 있다.

프랑스와 이태리의 국기가 왜 닮은 꼴인지, 미국 성조기와 하와이의 국기가 왜 닮은 꼴인지, IS의 검은 깃발, UN, 체크무늬 깃발까지 평소 궁금했지만 선뜻 찾아 알지 못했던 역사가 버무려진 심벌의 이야기. 개인적인 의견이 담겨있긴 하지만 누구라도 보기 재미있는 도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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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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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으로의여행

알퐁스 도데.

명성만으로 압도되어 그의 글이 고파왔다. 생각보다 작품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소중한 티타임마다 품에서 함께하는 프로방스의 소담하고도 따사롭게 빛나는 단편이라니.

코끝 시린 2월 이보다 더 어울리는 책이 없을 것 같았기에.

바람이 따스하게 흔들리는 남 프랑스의 오래된 풍차 방앗간.

나무 내음과 흙 내음 풀 내음이 나는 어느 낮은 공간에 걸터 앉아, 이곳의 숨은 이야기를 듣는 듯한 그런 기분이 책장을 넘나드는 내내 스며든다.

수록된 모든 이야기들은 세포 세포 아름다움을 모두 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의 이야기 『별』이었다.

마치 자줏빛 보다 투명한 보라, 푸른 수정, 눈보다 흰빛을 띈, 형형색색의 보석들을 버무려 놓은 듯, 아름다운 형용사와 은은한 암시로 가득한 어떤 시들을 버무린 듯한 느낌이 든다.

사물과 자연을 오래 관찰하고 바라보고 느끼면서 글로 밑그림을 그리고 예쁜 생명을 불어 넣어 갖가지 색을 입힌 글들이다.

또한 『오렌지』는 파리의 다른 상징과도 같았다.

데 얼마 전 보았던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도 파리로 떠나자는 내용의 대사에 오렌지 나무와 향기를 두번이나 강조해서 사뭇 궁금했는데, 정말 파리에서 잠들 수 있다면 풍겨오는 오렌지 향기에 눈 뜰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작가가 오렌지 나무숲을 표현한 한 대목을 조금 가져오자면,

'서리를 동반한 차갑고 짙은 겨울 안개가 고요히 잠든 이 도시를 엄습했다. 알제리의 대기 속에서 눈은 진주 가루처럼 보였고 흰 공작의 깃털처럼 빛났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오렌지 나무숲이었다.'

나는 어쩐지 외국어를 대하는 또 다른 나라의 사람의 감정이 모두 그런가는 알 수 없으나, 프랑스의 사람의 이름, 지명, 공원의 생소하고 긴 이름들마저도 눈부신 어떤 조각처럼 글에 녹아 부드럽게 느껴지는 알퐁스 도데만의 글의 맛이 있었다.

책이 꼭 낭만만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독한 술 압생트와 커피가 등장하는 『고셰 수사의 약초 술』, 『메뚜기 떼』나 『아를의 여인』에는 폐허가 된 농가를 바라보는 한때의 기억, 부서진 생명의 나뭇잎들이 힘없이 나부끼는 공허하고 헛헛한 장면들이 나오기도 한다.

땅에 남은 메뚜기의 지독한 흔적인 알을 파내는 등의 생경한 묘사는 아름다움에서도 그러했듯 세밀했고 지금 다시 떠 올려도 토독 소름이 돋을 정도다.

처음에는 단편이라 하여 각양 각색의 서로 다른 이야기일까 했는데 막상 읽고 보면 모두 커다랗게 한 덩어리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알퐁스 도데가 연재하던 소설을 포함, 추가로 창작한 것을 모아 연재 이후에 출판 한 것이라고 한다.

이 24개의 잘 다듬어진 단편 속에는 그가 실제로 여행했던 장소와 한 때 머무르며 몽상에 잠겼던 곳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기억과 어우러져 작가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이 담뿍 담긴것 같다. 도데 역시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 예쁨의 조각 모음인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남프랑스 프로방스의 '낭만'이다.

고전의 매력은 '낡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찰나의 감격, 그것의 포착, 숨길 수 없는 생명력의 힘 곳곳에 베어있는 순수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누군가의 젊음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현재는 세계의 시국이 모두 흉흉하여 차마 떠나 찾아갈 수는 없지만 오래된 프랑스의 한적한 남쪽, 아름다운 자연과 그 때 사람들의 비밀을 간직한 풍차 방앗간의 기억 속으로 책 한 권을 통로 삼아 바로 떠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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