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부분이 많지만 심벌에 빠질 수 없는 컬러
빨강.
"전투적이고 정열적이고 남자다운 최고의 색이다. 정복과 웃음의 색이다. 노래와 열정과 기쁨의 색... 그 색은 피를 연상시키며 우리를 자극해 승리로 이끈다."
빨간색에 대한 이야기는 국기에 사용되는 빈도만큼 참으로 다양한 상징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왜 국기에는 색의 다양함보다는 강렬한 원색의 것이 더 많고 사용된 색이 서로 대조적이며 또한 보색적 문양이 많은가?에 대한 나의 오래된 의문은 네덜란드를 지배하고 있는 오렌지색의 이야기에 의해서 일부 해소되기도 했다.
흰색 또한 빨강만큼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태리와 프랑스처럼 자유를 연상시키는 국기에 사용된 것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탈레반 집단의 하얀 깃발까지 그 상징의 범위가 천차만별인 것도 있었다.
우리가 국가나 단체의 심벌로 이미지를 정하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일생을 건 목숨마저 펄럭일 수 있어 왔던 것은
옛것과 새것의 융합, 다양성, 포용, 존중, 문화 그리고 자유까지.
깃발은 아마도 의념을 도구로 나타낸 가장 큰 우리의 흔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인류가 분명하고 또한 가장 간단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
이것이 깃발(심벌)의 가장 큰 역할로 느껴졌다.
상징의 다른 이름이자 한편으로는 국가 홍보의 수단이기도 함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능력은 그 상징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정치 수단이 됨과 동시에 분쟁 그 자체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은 국기의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인 나라도 있고 아직도 정치 운동에서의 상징의 중요성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그것을 둘러싼 법적 투쟁을 벌이는 사례도 책에 소개된 바 있다.
아마도 이것은 상징이라 믿는 오랜 인류의 정체성인지도 모른다.
마하트마 간디의 표현 중에, 국가가 '이상'을 상징하며 국기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으며 동시에 여러 이유로 삶과 죽음을 바칠 수 있는, 국가라는 체제에는 공통의 깃발이 꼭 필요함을 시사하는 글귀도 있다.
그만큼 국기나 깃발이 공동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고 하나로 결속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도 월드컵 등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선수가 태극기를 휘감고 각국의 펄럭이는 국기 사이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는 것을 많이 느껴왔기에.
태극기 이야기를 하자니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팀 마셜의 태극기 칭찬이었다. 그는 한국의 국기에 대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한다.
동양 철학에서 태극 문양이 음양을 상징하는 것과, 서로 반대되는 우주적 힘을 나타내지만 하나로 합쳐지면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철학 말이다.
4 귀퉁이의 검은 괘 역시, 고대 중국의 책 역경(변화의 책)에서 유래한 문양으로 전설에 의하면 2천 년 전부터 있었던 책이라는 점,
하늘, 땅, 물, 불 등 달, 순수 등 상징으로 가득한 우리 국기를 보니 괜한 마음의 진동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처럼 내포하는 의미는 되새기고 다시 새길수록 얼마나 짙어지는지.
"수많은 깃발이 같은 색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아랍인들이 한일족인 것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깃발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개념으로 존재하는 이 민족이 여러 면에서 분열되어 있음 또한 말해준다. "
이 한 문장에서도 느낄 수 있듯 국기와 깃발은 그 공통적인 점들이 눈에 보임에도 또한 여러 면에서 다양성을 가지고 있음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민족들의 다양함. 인류의 사상 또한 그만큼 다양함을 역사가 바로 말해주고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힘찬 심벌 전쟁. 꼭 전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정체성이 죽지 않는 한 이 힘찬 펄럭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깃발! 책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분류된 단원의 앞에 깃발과 상징에 관한 글귀들이 하나씩 있는데
명언이나 감동의 글이 그렇듯 나라별 깃발에 관련된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어서 책의 짤막한 묘미 중 하나였다.
당연하겠지만 저자는 깃발이 감정적 주제임을 잊지 않음과 동시에 손자병법과 같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서적 자료부터 국기에 관한 인터뷰까지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고 40여 개 나라를 직접 방문했던 그의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다양한 깃발의 상징의 해석을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바라보려 노력한 흔적이 책 곳곳에 있다.
프랑스와 이태리의 국기가 왜 닮은 꼴인지, 미국 성조기와 하와이의 국기가 왜 닮은 꼴인지, IS의 검은 깃발, UN, 체크무늬 깃발까지 평소 궁금했지만 선뜻 찾아 알지 못했던 역사가 버무려진 심벌의 이야기. 개인적인 의견이 담겨있긴 하지만 누구라도 보기 재미있는 도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