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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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히 둘러쌓인 견고한 벽. 읽으면서 끊임없이 연상되던 답답함이 자꾸 머릿속에서 철제 벽으로 그려졌다. 현실과 책임에 대한 두려움과 지켜내기 어려운 정직함 사이에서, 개인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텐데, 하물며 회사라는 상하구조가 확실하고 수십명, 수백명의 밥줄이 걸린 곳에서 그런 결정은 어떨까. 대부분은 두려움에 손을 들고 현실과 타협하려 들 것이다. 그만큼 먹고사는 문제는, 위태로운 명예와 더불어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문제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를 벗어나 타인들에게 실질적인 피해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정의로운 누군가는 총대를 매기 마련이다. 그 총대를 매는 사람마다 족족 “대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윗 선들의 판단으로 변두리 한직으로 밀려나지만. 이케이도 준은 사내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사고와 은폐를 연관된 사람들을 하나씩 엮어가며, 정의로운, 혹은 가끔 사사로운 복수심에 불타서 정의로 위장한 그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회의”들과 그들 개개인의 이야기로 레이어를 천천히 추가해 나간다. 끊임없이 밀려나고 권위와 권력의 벽에 부딪히지만, 그들이 그런 답답함의 연속에서도 결국은 끝까지 싸워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부고발자로 손가락질 당하더라도 끝끝내는 “가치”를 지켜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그래도 약간의 희망을 갖게 해준다. 론, 픽션이니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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