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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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우 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작년쯤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이었다.
서점에서 그 매력적인 표지를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그때 보았던 이야기는
나완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졌었다.

근 1년만에 그의 두번째 소설인
「좋아하길 잘했어」를 만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매력적이다.
작가님의 문체에 빠져들었다.

실제로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을 것만 같은
저자가 그려낸 세 편의 회의적인 주인공,
인생에 무던한 태도들은 여전했다.

그에 관련돼서 '시시포스' 신화의
바위가 반복되어 언급된다.

전 작품과 꽤나 겹치는 것들이 등장하는데,
그걸 찾는 게 소설을 읽는 묘미 중 하나였다.
크리스마스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세어보시길.

회의적인 주인공, 책, 스타트렉, 크리스마스.
이정도쯤 되니 작가님은 문학 동아리로 SF를 썼고,
인생엔 회의적이지만 미래에 소망을 가진 분 같았다.
그런 의미로 「당기는 빛」에도 '안미래'란 인물이 나온다.

그리고 스타트렉과 크리스마스엔 작가님의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을지 궁금해졌다.
아마 소설 곳곳에 그 이야기가 녹아져 있는 듯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소설 속 글도 흥미로워서
원래 이야기를 잊어버릴 뻔했다.

또한 항상 책의 앞부분에
표지에 관한 설명 글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도 묘하게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다.

각 이야기별로 장면이 전환될 때
표시되는 아이콘과 숫자도 달라진다.
디테일 변태 같다..
이런 디테일이 너무 좋다.

세 편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의 결말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타협하고 회의적인 주인공에게
'미래'와 같은 존재가 나타나게 되면서
그들의 갇혀있던 마음들이 깨어난다.

그들은 이제,
그들만의 알을 깨고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 문장 한 줄 ───────────────

📌 “미래 씨, 우리는 실패했어요.”
그리고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그래서 그 실패를 끝이 아닌 과정으로 만들 것이다. _「당기는 빛」

📌 그곳엔 분홍빛 노을이 눈높이에 펼쳐져 있었다. 얇은 커튼을 거친 듯 은은하면서도 동시에 대낮처럼 환한 빛이었다. 허공에는 하얀빛의 결정들이 봄철에 날리는 씨앗의 솜털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어딘가 가렵다고 생각한 순간 낮과 밤이 교차하듯이 세계가 밝음에서 어둠으로, 다시 밝음으로 아주 느리게 변화했다. _「내부 유령」

📌 행복이란 최대의 만족과는 다른 상태라고. 우리는 여전히 결핍되어 있고 서로를 위해 각자의 욕심을 포기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 하나 대단히 부족하지 않다. _「좋아하길 잘했어」

📌 이 이야기의 3분의 1은 진짜고, 3분의 1은 가짜다. 나머지 1은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리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일. _작가의 말

✔️ 래빗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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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김지수 지음 / 싱긋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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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행하는 인테리어 방법이 들어있는
가벼운 책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구’란 집 가(家) 갖출 구(具),
즉 ‘집을 갖추다’라는 뜻이다.

이 내용이 「가구, 집을 갖추다」 라는
책의 제목에 고스란히 담겼다.

책 속엔 우리가 그동안 잘 본적 없던
예술 사조, 고대•중세의 역사와 사상,
그리고 현대 시대의 흐름과 연결된
가구 연대기가 담겨 있다.

표지에 적혀있는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이라는 부제가 책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

독립하며 ‘나만의 작은 문명’으로
만들고 싶었던 나의 집은
짐이 늘어나게 되면서
심미성보단 생계형으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가볍게 읽어보려 펼친 책에서
내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좋은 쪽으로)
우리가 그동안 겪어왔던 가구, 집의 문화엔
시대적 사상과 흐름이 온전히 담겨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내용이 너무 많았는데..!!
특히, 각 목차의 뒷편에 달린
PS(추신)이 너무너무 재밌었다.

2022년에 나온 책을 왜 이제 알았을까..
작가님은 이 재밌는걸 혼자 알고 계셨던 걸까...

이케아는 가구 브랜드가 아니다?
화장대는 토일렛 테이블(𝐓𝐨𝐢𝐥𝐞𝐭 𝐓𝐚𝐛𝐥𝐞)로 불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테라스에서 만난 게 아니다?
북유럽은 모든 색이 톤다운 되어있다?

‘리빙 인문학’이라고 해서
고루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사조와 역사, 문화, 트렌드로 적절히
이야기를 풀어가며 흥미거리도 던져온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우리들의 가구(家具), 즉 집은
자신만의 취향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오늘 하루 고군분투한 밖의 ’나‘는 잠시 내려두고,
나만의 작은 문명에서 안의 ’나‘로 가득 채워보자.”

이 글을 읽고있는 모든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자신만의 ‘작은 문명’을 채워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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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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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내가 책을 잘못 펴들었나 싶었다.
분명 산문집이었는데 마치 소설을 읽는 듯했다.
‘문학은 소다.’

어느 장은 잔잔한 반면에
어느 장은 뜨겁게 끓어오르는 불씨가 느껴졌다.
아마 그의 마음 속엔 뜨겁게 활활 타고 있으리라.
그의 작은 불씨가 글을 타고 나에게 왔다.

저자가 어떤 단어에는
그들의 시대, 그들의 삶이 담겨있다고 했듯
그의 글에는 그의 시대와 삶이 담겨있었다.

고단하고도 뜨거운 삶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소설가가 되는 과정에 대해서,
문학에 대해서,
소설가로서의 이야기를 꽉차게 담고 있다.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없던
튀르키예, 팔레스타인, 베트남, 인도 등의
다양한 나라의 문학 이야길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곤
작가가 글을 퇴고하듯 삶을 퇴고,
즉, 수정해나가는 듯했다.

굵은 선과 같은 글은
단단하게까지 느껴졌다.

스스로의 삶과 문학을 꿰뚫어
써내려간 듯한 글 속엔 위로도 담겨있었다.

잔잔하게 위로하겠다고 다독이는 것이 아닌
묵직한 인생 속의 깨달음 속에서
미처 나도 몰랐던 마음을 위로를 당한 듯했다.

짤막한 세 개의 단편이 실린
미니픽션은 순식간에 빨려 들어 읽었다.
그의 소설도 꼭 읽어보리라.

감히 말하자면,
오래도록 기억될 소설가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미니픽션의 소설가처럼.

책의 마지막, 미니픽션 중에는
한 노인 소설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쩌면 스스로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미니픽션으로 그려본 것이 아닐까.

그가 누군가를 뜨겁게 위로했듯
그에게도 위로를 전하고 싶다.

단 한 사람이 읽어도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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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고래 -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박지음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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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이후 ─────────────

「우주로 간 고래」는 50년 후의 한국을 그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6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떨까?

누군가는 그 이후에 태어나 알지 못하며
누군가는 바쁜 일상에 그 일을 잊었으며
누군가는 슬픔에 젖어 마음에 그저 담아두며
누군가는 여전히 아파하며 외치고 있다.

어떤 이는 잊지 못하는 이에게
“그 배에서 이제 내려올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나이가 칠십인 주인공 '라한'은 과거 진상 규명을 위해 뛰던
'시원'을 도왔으나 '시원'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라한' 때문이라며 손가락질과 고소까지 당하며 떠나게 된다.

미래에,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 행성 패키지가 생겼다.
7년 전, 여행을 떠난 우주선은 사고가 나고 만다.

우주선 참사로 언니를 잃은 '신율'과
60년 전 배 참사로 많은 죽음을 목도한 '라한'
그리고 딸을 위해 한국에 오게된 파키스탄인 해체공 '옴'

셋은 우주선이 해체 되고있는 새안시에서 만나게 된다.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만난 셋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서로의 위로가 되었다.


➤ 고등학교 3학년 ─────────────

우리는 그들의 상처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나는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땐, 고등학교 3학년 봄이었다.
큰 배가 바다에 가라앉았다고 했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반아이들이 라이브 뉴스를 틀었고,
학원이 끝나고 밤 늦게 집에 가면 라이브 뉴스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감정에 쉽게 젖어드는 아이였다.
등교하면 뉴스에서 실시간 소식이 들려왔고,
하교하면 잠들기 전까지 뉴스를 보았다.

주말이 되었고, 고3이니 자습을 가야했다.
도저히 학교에 가서 집중할 자신이 없었다.
아이들이 살았으면 좋겠고, 나의 앞길은 막막헀다.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남겼다.
부모님은 나를 산으로 데려갔다.
나는 그렇게 싫어하는 등산을 했다.

그 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모가 고등학교에 있는 동네에 살아서
이모와 통화하며 이야길 나눴던 것 같다.

참으로 억울하고 마음이 찢어지는 일이다.
어제 겪은 사소하고 억울한 일도 잘 잊히지 않는데
가족과 친구를 잃은 아픔을 어찌 잊으리.

그러니,
여기선 마음껏 슬퍼하길.
그리고 마음껏 그리워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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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영화 - 할리우드 키드의 시네마 천국 날마다 시리즈
류동현 지음 / 싱긋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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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영화, 그리고 코로나 ────────

「날마다, 영화」는 미술비평가의 영화 에세이다.
마치 영화 덕후인 동네 삼촌에게 영화 이야길 듣는 듯했다.
책 속에서 삼촌의 '작은 시네마 천국'이 펼쳐졌다.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시절의 '책받침 여신들'을 넘어 홍콩 영화, 코믹스,
세계 영화관 순례, 그리고 영화 음악까지 이어진다.

사실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를 보지 않았던
나에겐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시대별 영화관 이야기가 나오면서
상상의 나래 속 '그 시절 극장'에 빠져들었다.

신문의 작은 광고만 보고 감상하는 영화는 어땠을까?
길이 엇갈려 각자 본 영화 이야기를
전화로 나누며 보내는 밤은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카데미 극장’에 한 번이라도 가봐서 다행이다 싶다.

직원만 남은 텅 빈 매표소에서 자리없는 표를 샀다.
지키는 이도, 관람객도 없는 1관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지금은 전자기기로 어디서든 광고하고
줄거리는 물론, 예고편, 해석까지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코로나 때 급부상한 OTT로
수많은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코로나, 혹은 그 이전부터 무너져 가고있다는
영화계의 이야기를 점차 접하게 되니 안타깝다.

어릴 적 동네 문화센터에서, 학교에서, 명절에
보던 영화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성인이 되고부터는 영화가 보고싶을 때면
집 근처 영화관에 가서 혼자 보곤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독립 영화도 자주 보았다.
적은 수의 관객 속에 가끔 같은 사람을 다시 마주치면
속으로 괜한 동질감과 친근함이 들기도 한다.

영화계가 다시 날개를 달아
더 많고 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영화 음악 ───────────────

영화에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책 속엔 장르불문하고 영화 음악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작가님의 말을 빌려 “이른바 ‘바흐부터 김흥국까지’다.”

당시엔 CD를 구해서 듣기도,
아예 듣지 못하도록 금지된 앨범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왠만한 노래는 다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OST, SF 영화음악 모음집, 가수 퀸 앨범,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등이 소개된다.

지금 이 피드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곡이다.

영화는 스토리,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연출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출, 영상미, 음악이 하나가 되노라면,
영화가 막을 내려도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긴 여운으로 남아 그 음악을 수없이 듣게 된다.
영화를 보기 전보다 수 백 배의 감동이 밀려온다.

그렇기에, ‘영화의 맛’을 살려주는 음악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
.

이 책을 굉장히 즐기면서 읽었다.
영화를 꽤나 봤다고 생각했지만
영화의 세계는 참 넓고 다양했구나.

읽지 않았다면
‘인생에서 벌어지는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개똥철학’을 <에반게리온>에서 얻었다던 작가님의 이야기와

“나는 스타가 되지 않을 거야. 전설이 될 거야.“라던
프레디 머큐리가 진짜 전설이 되고 영화로 나온 이야기는
어쩐지 평생 들어볼 일이 없었을 것 같다.

하나하나 풀어주는 에피소드들이
시대를 넘어, 영화를 넘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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