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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평점 :
💬과학책은 단순히 정보를 담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감탄이 엮인 서사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내 책장에 꽂힌 여러 과학책을 다시 보게 됐다.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괜한 호승심으로 덜컥 구매한 (물리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안본다는) 프린키피아와 그 외에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다 읽지 못했어도 괜찮다. “엉겅퀴에 만족하던 나귀”도 언젠가는 상추를 먹게 되니까.
📖이 책은 시대별로 관통하는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서 과학자들의 삶과 저술을 짚으며 핵심을 자세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해주었다. 과학이라는 거대한 지식의 흐름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따라가면서, 고등학생 때 공부하던 과학이 얼마나 옛 것인지를 깨닫고, 소개해준 책 중에서 북킷리스트도 추려보았는데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앞으로가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각 장별로 인상깊었던 과학자나 그들의 저술을 간략히 언급만 해보자면,
1장(고대 세상의 기록: 초석을 놓다)과 2장(출판의 르네상스: 책의 혁명)에서 소개하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저술은 사실 과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많이 들었던 이름과 제목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이름은 익숙하지만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고대 과학자들이 ‘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조금은 가까워졌을까. 하지만 너무 옛날이야기기도 하고, 후반부의 장들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져서 추후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거의 없었다. 단연 기억에 남는 과학자는 마지막 점성술사이자 첫번째 천체물리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다.
3장(근대의 고전: 19세기의 안정)부터는 비교적 최근으로 오면서 관심이 생기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기기 시작했다.
출판을 하는 대신 구독자를 모집해서 그림을 5장씩 낱장으로 제공했던 『북미의 새』는 총 435장 구성으로 전부 모았을 때의 가치가 지금의 돈으로 3,600만원이라는데 이게 진짜인지 믿기지가 않아서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전체론적 관점에서 기술한 로버트 체임버스 『창조의 자연사가 남긴 흔적』,
찰스 다윈이 HMS 비글호의 로버트 피츠로이 선장과의 항해하던 때의 이야기를 담은 『비글호 항해기』,
존 틴들의 강의 자료를 모아서 낸 세 권의 학습서인 『소리: 여젋 편의 강의』, 『열: 운동 방식』, 『빛에 관한 여섯 편의 강의』,
에드윈 애벗 애벗의 차원을 다루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플랫랜드—다양한 차원 이야기』
를 읽고 싶은 책으로 꼽아보았다.
4장(고전을 벗어난 과학책: 뒤집힌 세상)에서는 양자물리학을 다룬 과학저술은 거의 나오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지만
과학책의 메시지가 격렬한 논쟁을 지피게 했던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현대 인류를 진화론에 근거하여 동물학적 생태를 분석한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과학자가 직접 연구를 저술한 책의 문제점이 대두되긴 했지만 과학적 발견을 드라마처럼 묘사한 제임스 D. 왓슨의 『이중 나선』
과 같은 책들이 눈을 끌어 당겼다.
5장(다음 세대: 지식의 변화)은 1980년대 이후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들어보거나 읽어본 책도 많았다. 그런데 그럴수록 보이는게 많은지,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정말 많다.
뇌과학 분야의 최전선에 있었던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이야기 중심의 저술 방식으로 수학의 대중화를 이끈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 새로운 과학의 출현』,
경도를 알아낼 방법을 찾기 위해 힘쓰는 존 해리슨의 이야기를 담은 데이바 소벨의 『경도 이야기』,
불멸화 세포주 제작 이야기를 다룬 리베카 스클루트의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까지 너무나도 궁금한 책들이 많다.
💬고등학교 이과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내 주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독서를 취미라고 말하기조차 어쩐지 껄끄럽게 느껴지던 시간들. 그런데도 내가 계속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하다. 책이 책을 부르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은 그 내용, 작가, 참고문헌, 시리즈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다른 책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렇기늘 다음 책을 향한 문을 열고, 그렇게 연결된 독서의 고리는 멈추지 않는다.이 책을 통해서도 수많은 책을 다시 잡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여전히, 책을 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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