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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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작가의 신작 『라이프 임파서블』



수학교사였던 72세 그레이스. 옛 제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미스터리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들려주는 편지로 시작된다. 아들을 사고로 잃고 남편 마저 먼저 떠나보내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늘 죄책감에 자신을 가둬놓고 살아가는 그레이스에게 어느 날, 이비사섬으로의 초대장이 온다. 40년 전 같이 근무했던 음악 교사 크리스티나가 그레이스에게 이비사섬에 있는 집을 남기고 죽었다는데.. 아주 잠깐 함께 보냈던 것 말고는 어떠한 추억도 기억도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삶의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던 그레이스는 일상의 변화, 삶의 패턴을 깨기가 어려웠지만 스페인에 있는 이비사 섬으로 향한다. 크리스티나가 남겼다는 집을 갖게되었는데도 어쩐지 어딘가 다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한 걸음 나아가보는 그레이스.  아니, 근데!! 크리스티나의 집은 생각했던과는 너무 달랐다. '허름한 흰 상자 같은 집' (p.57)이었는데... 어쨌든 그레이스는 이 집에 왔다. 집 구경을 하고 발견한 크리스티나의 편지.. 그 안에는 그레이스는 아틀란스 스쿠버에 가서 해초대를 보라고 한다. 덧붙여 '거기 가면 제발 마음을 열어요.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예요. 날 믿어요.' (p.67)라는 크리스티나의 다정한 편지. 그레이스는 해초대를 보러가게 되고...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온 이후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데.... 섬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빛 '라 프렌시아'의 의문에 크리스티나의 죽음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빛을 마주한 그레이스는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다.  죄책감으로 살아온 그레이스는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 뒤로 경이롭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한다. 거짓말처럼 삶의 변화를 느끼는 그레이스...  


이비사에서 보낸 처음 며칠간 그동안 내가 간신히 눌러왔던 모든 것이 위로 올라왔다. 슬픔, 절망, 고독. 나는 부서지고 있었고,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내 마음이 열린 것이다. (p.143)



몰입도가 좋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레이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자신때문에 잃었다는 죄책감.. 꽤 오랫동안 그레이스는 그 감정들에 갇혀있었고, 그저 흘러가는 삶을 잘가라는듯이 놓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비사섬에 신비하고 마법같은 일을 겪으면서 삶의 의미를 알아가고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레이스. 그런 과정에서 남긴 나의 의미,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선이 머물게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우주를 가로지르며 빙빙 돌아가는 이 행성 위에서 우리가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그 사실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 우리가 무로부터 존재하고, 우주 전체가 무로부터 존재하며, 공허로부터 존재하게 된 불가능한 무언가인 우리가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 불가능한 삶. 소중히 간직해야 할 행운.  (p.225)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아름답고 나선형이며 엔트로피가 특징인 난장판. 

삶을 시험지로 생가하며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 그리고 지나친 깔끔함, 질서, 청결, 통제를 원하는 것이야말로 정신적 절망의 근간이야. 왜냐하면 그건 망상일 뿐이니까. 우린 이 세상에 있고, 우리가 바로 시험지야. 끊임없이 확장하는 우주의 고정되지 않은 세상에서 움직이는 행위자. 진실을 알고 싶다면, 충만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야 해. 미스터리와 움직임을 향해, 여행이나 변화를 향해. 왜냐하면 그 안에서 보편성을 발견하면 너 자신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너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 (p.275~276)


"의심에서 벗어나세요. 죄책감에서도요. 당신이 한 일에서 벗어나세요. 당신은 저 바다처럼 맑아져야 해요. 그동안 당신은 문제를 잘 풀어왔어요, 그레이스. 이제 당신이 정말로 풀어야 할 문제는 당신 자신이에요. 당신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어요." (p.384~385)


날 가두는 죄책감과 슬픔, 고통이 사라지니 난 어디에나 있었다. 난 우리였다. 무한의 총합이었다. 모든 마음속에 있었다. 모든 모래알 속에 있었다. 모든 물방울 속에 있었다. 나라는 고립된 요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나였지만 다른 모든 사람이기도 했다. (p.457)


지난번 이메일에서 넌 네가 어둠 속에 있고 빛이 필요하다고 했지? 너무 서두르지는 마라. 언젠가는 빛이 비칠 거야. 가끔은 이미 빛이 있는데 우리가 깨닫지 못한 것일 수도 있어. (p.480)


우리가 삶에 무감각할 때도, 삶을 외면할 때도, 삶이 너무 시끄럽고 고통스러울 때도, 우리가 삶을 느낄 준비가 안 되었을 때도 삶은 우릴 기다려. 우리가 삶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주기를. 밤이 되기 전 우리에게 적어도 한 번 더 폭발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할 준비를 하면서. (p.486)



판타지 힐링 소설 『라이프 임파서블』 .. 사는게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어느 때, 삶의 의미를 잘 모르겠을 때, 그레이스처럼 상실감을 경험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이기도하고 생각이 또 많아지는 시기에 읽은 채이다. 정말 그냥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상 때문인지 사는게 너무 재미없다는 생각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찰나였다. 이 책을 덮고 '사는게 너무 재미없어!'라며 내적 요동치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잔잔해졌다.. 뭐 물론, 그런다고 내일이 기대되는 삶은 아니지만.. 작가가 전한 메세지가 아마 닿은게 아닐까..  감사하다..  :) 



#라이프임파서블 #매트헤이그 #인플루엔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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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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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추정경 신작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스스로 격을 갖춘 뒤 고양이를 만나길.  (p.9)



이야기는 두썸띵 동물 병원에서 시작된다. 길연주가 오픈한 동물 병원에 대학 동창 서준이 동생 테오를 데리고 있어도 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일을 하게 된다. 서준은 동물 복제 연구소에서 일을 했었는데 근친 교배로 태어난 백호 '티그리스'와 동생 테오는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티그리스가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순간 동물들의 언어와 감각을 알 수 있는 고양이의 다섯 번째 능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에 서준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연주의 동물병원에서 일해야만하는 이유가 있었다. 테오는 티그리스가 그렇게 된데에 충격을 받았고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기 때문인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연주는 테오에게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았는지 몸을 쓰게 했다. 그 덕에 점점 밝아지는 테오.   


몸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은 건강한 일상임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루가 건강하게 되풀이되고, 그날들이 쌓이다 보면 마음의 병은 점차 치유될 수 있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몸을 건강하게 쓰는 일이 필요했다.  (p.52)


그리고 주인공 고덕. 경찰이고 살해당한 고덕의 엄마 품에서 죽어가던 새끼 고양이로부터 '자신을 찾아달라'는 부탁과 고양이 언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받게 된다. 엄마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려는 고덕은 길고양이들과 소통하게 된다. 그 덕에 납치된 아이를 구할 수 있기도 했다. 


인간은, 인간이란 동물은 탈을 뒤집어쓰지 않고도 돌변한다.  (p.63)


고덕과 테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양이들을 보살핀다. 그러다 새끼 고양이를 찌르며 일부의 능력을 얻게 된 연쇄 살인마가 자신의 능력을 올리려 고양이들을 위협하고 해친다. 이를 막기 위해 천 년 집사가 되어야하는데.... 고덕은 천 년 집사가 뭔지도 모르겠고 도무지 반응이 없는데.. 고양이와 이야기를 많이 할 수록 고양이의 매력을 알아간다.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한 본심이 있음을..


천 년 집사는 누가 될까.. 억압받는 고양이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점점 궁금해지는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초반에는 테오, 서준, 연주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다(더 궁금한데...) 중후반에는 고덕의 이야기만이 흘렀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특히 고양이와의 대화에는 현웃 터지게 만드는 재미 포인트가 있었다. 고양이와 인간의 대화가 이렇게 찰떡콩떡찹쌀떡일 일인가..ㅋㅋㅋ 고덕도 고양이도 서로에게 다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한없이 다정해. 


"이름은 주인 집사가 지어 주는 거라며?"

"인간과 인연이 얽히면 더 이상 길고양이라고 할 수 없어."

"그렇다고 내가 너를 집으로 들인 것도 아니잖아."

"오라고 해도 안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빨리 이름이나 하나 지어."

"그냥 108동으로 하면 되잖아." 

"장기 입원 환자 같은 그런 이름 말고. 좀 더 성의 있게 지어 줄 수 없어?"  

"난 작명에 소질 없어." 

"충고 하나 하자면, 이름을 부른다는 건 아주 큰 의미가 있어. (…중략) ."

"또, 뭘 그렇게 거창한 의미를."

"얼른 지어."

"그럼, 그냥 나비로 하자."

"한 골목만 털어도 줄줄이 뛰쳐나오는 게 나비란 이름이야. 경찰 인간, 너무 성의 없잖아."

"아, 놔ㅡ."    (p.211~212) 



(TMI.. 아하하하하핳하하하핳하..... 우리 집 고양이 이름 나비... ㅋㅋㅋ)  후에 108동이 아닌 누룽지란 이름으로 불러주는데 뭉클... (나 울어...)   아무튼. 고양이와 고덕의 대화에 웃음이 킥킥!! 아니 되게 무딘 것 같은 고덕과 고양이들과의 대화는 귀여운 대환장파티이면서도 뭉클하기도 했다. 


이야기의 흐름에는 동물 복제, 동물 학대, 동물 유기 등 생명이 존엄성을 무시하는 인간들에 대한 팩폭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많았다. 생각해 볼 문제들, 무시해서는 안될 문제들, 생명 존중 가치를 되새겨 볼 문제들이 담겨 있었다.  그런 문제들을 테오와 고덕을 중심으로 천 년 집사의 자격을 두고 펼쳐지는 전개되는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  쉴 틈없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어랏...?  


아닠!! 읽음서 어째 고덕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 듯 싶었는데... 테오와 서준이 그리고 연주의 이야기가 갑자기 끊긴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고 남은 페이지가 이제 얼마 안남았는데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아.... 뭐지이... 아... 이번에 끝날 수 있는게 아니었던 그런 이야기였구나.... 우워.... 그럼...  2권은 바로 볼 수 있나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아... 또 기다려야 하는거라니.... 어서요. 제발 어서요...... ㅎㅎㅎ


아유. 정말. 앉은 자리에서 그냥 다 읽어버린 책. 판타지, 추리,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몰입도 굉장한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 추천추천!! 



(추정경 작가의 처음인 것 같은데 첫인상이 너무 좋아서.. 전작들이 넘나 궁금해서 또 주섬주섬 담아봅니다..... :D)



#천년집사백년고양이 #추정경 #래빗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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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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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


감성 크리에이터 임승원의 첫 번째 에세이다. 사적이고 사소한 발견이 영감이 되는 기록들. 

저자는 스스로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때문에 기록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시작했고, 자주 끄적였다. 그렇게 독백을 하고 비디오를 찍었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방 날아갈 것들은 무조건 기록을 해두었다. 자신에게 영감이 되어 준 것도 힘든 삶을 견디어 이겨내게 해 준 것도 기록이었다고 한다. 기록들이 모여서 책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소속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탈락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받는' 것 보다 '선택하는' 쪽을 택했다는 저자. 유튜브 <원의 독백> 을 시작했고 꾸준하게 기록을 했다한다. 유튜브는 아직 찾아보지 않아서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을 잘 알고, 솔직한 것 같다. 

책 속을 들여다보면 공감이 가득하다. 생각의 기록이 이렇게 공감을 나눌 수 있구나 싶어서 나도 기록을 꾸준히 더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던 『원의 독백』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의 화면은 더욱 커졌고 화질은 선명해졌다. 대신 현실은 보잘것없어지고 감각은 흐릿해졌다.  (p.37)



언젠가는 모든 게 사라진다. (…) 언젠가는 먼지가 되어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다. 아니, 기억해줄 사람조차 없어지겠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사는 걸까. 왜 미워하고 사랑하는 걸까. 왜 상처 주고 치유하는 걸까. 왜 더 가지려고 하고 더 나누려고 하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죽음 뒤에는 어떤 것도 느끼지 못 할 거라는 것이다. 죽고 나서는 살아 있을 때의 경험을 곱씹으며 평생을 그저 존재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최대한 선명하게 모든 것들을 느끼고 겪고 싶다. 


우주 속을 홀로 떠돌다가 만난 


이 알록달록한 삶을.  (p.143)




약간의 유머가 있다가도 이렇게 진중한 글을 만나니..점점 더 궁금해지는 작가님. 

덕분에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일이 얼마나 멋진일이라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조금 느슨해졌다 싶을 때 그러니까 재미가 없다라고 느껴졌을 때.. 용기가 필요할 때.. 그냥 누군가의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은 에세이 『원의 독백』  .. 추천.  :D 



#원의독백 #임승원 #필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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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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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열 번째 『고행의 순례자』



1141년, 성 위니프리드 유해를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으로 옮긴지 4년이 되었다. 유골 이장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모였다. 성 위니프리드의 은총과 기적을 기원하며 순례길에 오른 사람들이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두 명의 순례자, 키아란과 매슈가 오고 그 틈에서 수상한 순례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캐드펠 수사. 그러던 중에 한 기사가 비극적인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캐드펠 수사는 또 한번 수사 능력을 발휘해 기사의 죽음에 가려져있는 진실을 밝혀나간다. 


키아란과 매슈가 순례길에 오른 이유를 알게되는 캐드펠 수사. 그들은 성 위니프리드를 기리기위함이 아니였다. 깊은 갈등과 복수의 욕망이 가득한 과거의 사건 때문이었는데.. 순례길에 올라 자신이 구원되기를 바라는 키아란. 사건의 진실에 근접해갈 수록 기사의 죽음에는 키아란의 참회가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자꾸만 의문이 불어나는 캐드펠은 진실과 정의를 찾아내야만하는 과제를 마주하게 된다. 


흐륀이라는 소년은 성녀의 은총을 받아 목발없이 두 발로 걷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 있었던 반면 캐드펠 수사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올리비에를 기적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흐륀은 아기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듯 제단의 휘장을 붙잡고 일어섰다. 그 순간 틀림없이 성녀가 그의 양쪽 겨드랑이를 떠받쳐 일으켜 세웠으리라. 그는 금발로 덮인 머리를 숙여 휘장에 입을 맞추곤 똑바로 일어서더니, 실제로 성녀가 누워 있든 말든, 오로지 그분의 것이며 그분의 주권하에 있는 이 참나무 관의 은빛 테두리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런 다음 비로소 뒤로 물러나 세 개의 계단을 차례로 밟고 내려갔다. 뒤틀렸던 발과 위축되었던 다리는 이제 아무 방해도 되지 않았다. 계단 발치에서 그는 성녀께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보인 뒤 돌아서서 떨고 있는 이모와 누나를 안심시키듯 싱긋이 웃어 보이며 열여섯 살 먹은 어느 청년처럼 기운차게 걸어갔다.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목발은 계단 아래 얌전히 놓여 있었다.  (p.200~201)


중세 시대의 신앙, 순례 문화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추리 소설을 기반하면서도 중세 기독교, 종교 행사 등 종교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안에 인간의 욕망, 인간의 나약함, 인간의 죄책감 등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내면의 갈등, 내면의 변화를 통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여운이 남은 「고행의 순례자」 .. 


작은 것 하나에도 추리력을 발휘하는 캐드펠 수사. 이번에도 멋있었네..?! :) 




아니 근데, 작가님은 어떻게.. 이렇게.. 열 편을 읽도록 새롭고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끌어가는지... 조용히 쌍 엄지를 들어봅니다..  총 21권이라는데... 남은 책들도 기대된다.  :D 





#고행의순례자 #엘리스피터스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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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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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생활 20년 차, 화려한 도쿄에서의 일상 기록 『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이 책은 자신을 도쿄의 '천천히' 고양이라 말하는 저자의 일상 에세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적응하기 어려웠던 일본에서의 생활, 외로움과 고독이 생겨나기도 했고 서툰 일본어로 일본에 적응하는 모습부터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느리게 느리게.. 아니 더 정확하게는 천천히 천천히 저자만의 속도가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게 참 매력적이게 닿은 에세이지 않나 싶다.  :D 


마음이 멈춘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 그러니 좋았던 시절을 부정하지 말 것. 마지막 인사는 꼭 하고 돌아설 것.  (p.107)



궁금해지는 일본의 풍경.. 공감되는 문장을 만날 때면 반가웠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는 페이지를 만나면 한참을 생각에 잠긴 것 같다. 107페이지의 문장에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공감의 문장. 아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마음의 멈춤, 부정하지 말자는 좋았던 시절.. 그리고 돌아설 때의 마지막 인사. 지나온 시절이 생각나는 문장이었네...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의 글이라 내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반면에 적막함, 외로움과 그리움이 함께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온전하게 좋았던 개인적인 느낌.. :D 




■ 책 속 문장 pick 


시련은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드는 돌멩이 같다. 가끔은 피할 새도 없이 그저 맞고 있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맞을만한 것 같기도 했다가, 어떤 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 아닌가 싶기도 했다. (중략) 울다가 눈물도 말라버리면 세상에 저항하듯 침대에 누워 꼼짝도 안 하는 무의미한 시위도 벌여봤다. 허나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변하는 건 내 몸무게와 피부탄력뿐. 상황은 그대로였고 아이들의 배고프다는 말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한 시간대에 들려온다.  (p.34)


6월과 11월은 도시의 채색이 전혀 다르다. 선명해지려는 6월과 차분해지려는 11월. (중략) 떠나온 곳에서 낯선 일상을 보내고 싶다면 이때다.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 6월과 11월.  (p.47)


나이를 먹으니 절로 이해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나이든 사람도 제 속이 시끄러우면 다 귀찮아져서 아이같이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지난날의 말과 행동, 당시에는 진심이었던 각종 약속과 그로 인한 책임을 다 저버리고 그저 편하게만 지내고 싶은 비겁함은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 의무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미성숙할지라도 어른이 더 절감하니까.  (p.113)


상처가 지겨워서 지우려고 노력했건만 한 번씩 개어낼 대마다 아직도 올라올 게 더 있구나 싶다. 그래서 옆으로 치워놓고 살아보기도 하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잊은 척도 해봤다. 그럼에도 의도치 않은 순간에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는 걸 보고는 이제야 상처는 지울 수 있는 게 아님을 안다. 내 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 마음이 피투성이인 채로 그렇게 굴러다니다 이유도 모르고 죽겠구나 생각되니 끔직하다. 아파도 나는 나를 정면으로 봐야 한다.  (p.114)




사실 제목만 봐서는 고양이 집사로서의 에세이가 아닐까 했었는데 그렇지 않다. 저자 자신을 고양이에 비유한 것일 뿐. 

일본 여행이 고파지기도 하고, 일본에서의 생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럽기도 했다. 아마 전혀 다른 곳에서의 삶이라 그랬을테지만..  저자의 삶의 속도, 도쿄 생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느린 듯 했지만 차분해서 좋았던 에세이 『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고양이는대체로누워있고우다다달린다 #전찬민 #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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