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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평점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작가의 신작 『라이프 임파서블』
수학교사였던 72세 그레이스. 옛 제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미스터리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들려주는 편지로 시작된다. 아들을 사고로 잃고 남편 마저 먼저 떠나보내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늘 죄책감에 자신을 가둬놓고 살아가는 그레이스에게 어느 날, 이비사섬으로의 초대장이 온다. 40년 전 같이 근무했던 음악 교사 크리스티나가 그레이스에게 이비사섬에 있는 집을 남기고 죽었다는데.. 아주 잠깐 함께 보냈던 것 말고는 어떠한 추억도 기억도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삶의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던 그레이스는 일상의 변화, 삶의 패턴을 깨기가 어려웠지만 스페인에 있는 이비사 섬으로 향한다. 크리스티나가 남겼다는 집을 갖게되었는데도 어쩐지 어딘가 다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한 걸음 나아가보는 그레이스. 아니, 근데!! 크리스티나의 집은 생각했던과는 너무 달랐다. '허름한 흰 상자 같은 집' (p.57)이었는데... 어쨌든 그레이스는 이 집에 왔다. 집 구경을 하고 발견한 크리스티나의 편지.. 그 안에는 그레이스는 아틀란스 스쿠버에 가서 해초대를 보라고 한다. 덧붙여 '거기 가면 제발 마음을 열어요.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예요. 날 믿어요.' (p.67)라는 크리스티나의 다정한 편지. 그레이스는 해초대를 보러가게 되고...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온 이후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데.... 섬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빛 '라 프렌시아'의 의문에 크리스티나의 죽음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빛을 마주한 그레이스는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다. 죄책감으로 살아온 그레이스는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 뒤로 경이롭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한다. 거짓말처럼 삶의 변화를 느끼는 그레이스...
이비사에서 보낸 처음 며칠간 그동안 내가 간신히 눌러왔던 모든 것이 위로 올라왔다. 슬픔, 절망, 고독. 나는 부서지고 있었고,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내 마음이 열린 것이다. (p.143)
몰입도가 좋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레이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자신때문에 잃었다는 죄책감.. 꽤 오랫동안 그레이스는 그 감정들에 갇혀있었고, 그저 흘러가는 삶을 잘가라는듯이 놓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비사섬에 신비하고 마법같은 일을 겪으면서 삶의 의미를 알아가고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레이스. 그런 과정에서 남긴 나의 의미,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선이 머물게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우주를 가로지르며 빙빙 돌아가는 이 행성 위에서 우리가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그 사실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 우리가 무로부터 존재하고, 우주 전체가 무로부터 존재하며, 공허로부터 존재하게 된 불가능한 무언가인 우리가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 불가능한 삶. 소중히 간직해야 할 행운. (p.225)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아름답고 나선형이며 엔트로피가 특징인 난장판.
삶을 시험지로 생가하며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 그리고 지나친 깔끔함, 질서, 청결, 통제를 원하는 것이야말로 정신적 절망의 근간이야. 왜냐하면 그건 망상일 뿐이니까. 우린 이 세상에 있고, 우리가 바로 시험지야. 끊임없이 확장하는 우주의 고정되지 않은 세상에서 움직이는 행위자. 진실을 알고 싶다면, 충만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야 해. 미스터리와 움직임을 향해, 여행이나 변화를 향해. 왜냐하면 그 안에서 보편성을 발견하면 너 자신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너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 (p.275~276)
"의심에서 벗어나세요. 죄책감에서도요. 당신이 한 일에서 벗어나세요. 당신은 저 바다처럼 맑아져야 해요. 그동안 당신은 문제를 잘 풀어왔어요, 그레이스. 이제 당신이 정말로 풀어야 할 문제는 당신 자신이에요. 당신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어요." (p.384~385)
날 가두는 죄책감과 슬픔, 고통이 사라지니 난 어디에나 있었다. 난 우리였다. 무한의 총합이었다. 모든 마음속에 있었다. 모든 모래알 속에 있었다. 모든 물방울 속에 있었다. 나라는 고립된 요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나였지만 다른 모든 사람이기도 했다. (p.457)
지난번 이메일에서 넌 네가 어둠 속에 있고 빛이 필요하다고 했지? 너무 서두르지는 마라. 언젠가는 빛이 비칠 거야. 가끔은 이미 빛이 있는데 우리가 깨닫지 못한 것일 수도 있어. (p.480)
우리가 삶에 무감각할 때도, 삶을 외면할 때도, 삶이 너무 시끄럽고 고통스러울 때도, 우리가 삶을 느낄 준비가 안 되었을 때도 삶은 우릴 기다려. 우리가 삶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주기를. 밤이 되기 전 우리에게 적어도 한 번 더 폭발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할 준비를 하면서. (p.486)
판타지 힐링 소설 『라이프 임파서블』 .. 사는게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어느 때, 삶의 의미를 잘 모르겠을 때, 그레이스처럼 상실감을 경험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이기도하고 생각이 또 많아지는 시기에 읽은 채이다. 정말 그냥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상 때문인지 사는게 너무 재미없다는 생각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찰나였다. 이 책을 덮고 '사는게 너무 재미없어!'라며 내적 요동치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잔잔해졌다.. 뭐 물론, 그런다고 내일이 기대되는 삶은 아니지만.. 작가가 전한 메세지가 아마 닿은게 아닐까.. 감사하다.. :)
#라이프임파서블 #매트헤이그 #인플루엔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