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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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콕토, 페소아에게서 배우는 더 나은 실패를 위한 성찰 『각별한 실패』



"실패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이미 졌다."  - 장 콕토


실패하며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각별한 실패』 

저자는 문학을 하는 것이 각별한 실패에 있다고 본다. 실패의 과정, 깎이고 다듬어져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보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터. 번역가이자 소설가 클라로는 카프카, 콕토, 페소아를 소환하여 실패의 틈을 들여다본다. 


글 쓰는 이에게 실패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이유도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기술을 따지고, 패배에 대한 열정을 논할 수 있을 만큼 이 바닥도 다채롭다. 하고, 또 한다. 이미 한 것을 도로 해체한다. 말했다시피, 여기서 못 빠져나간다. 다행이다. (p.21)


저자는 실패를 나쁘게만 보지않고 조금 덜 실패하며 조금 더 괜찮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알려준다. 본인 스스로 체감할 수 있을 오늘보다 더 나은 실패를 기회라 생각하게끔한다. 실패를 크게 부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과정. 와. 잦은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주저앉지 않고 발판삼아 성장하길 원한다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면서, 실패한다. 완전히 제로는 아니고 제논을 추종하는 거북이처럼 모든 행에서 하나하나 축적해 간다. 그렇지만 텍스트 앞에서 ㅡ 행 앞에서, 시구 앞에서, 페이지 앞에서 ㅡ 좌초할 때도 텍스트를 읽으면서 읽지 않는 때만큼은, 혹은 그 이상으로 배우는 바가 있다. 텍스트는 펜 가는 대로, 오직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인 것처럼 보인다. (p.204~205)



 이제 나는 이 책을 읽었으니 실패하더라도 조금 나은 실패를 할 수 있으려나. ㅎ 글쓰기 뿐만 아니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제시하는, 더 나은 실패.. 실패에 대한 서사를 새롭게 바라본 『각별한 실패』 .. 그래서 추천..!!  :D 


#각별한실패 #을유문화사 #클라로 #을유문화사_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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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레이첼 웰스 지음, 장현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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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마음을 이어주는 고양이 알피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사람들은 모를 거야. 나 같은 작은 고양이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자신을 사랑해 주고 아껴주던 집사를 잃은 알피. 주인인 마거릿이 죽게 되어 하루아침에 보호소 신세가 될 참인데 알피는 내 가족은 내가 찾겠다며 길을 나선다. 


내 삶은 완전히 뒤집혔고, 내 마음은 찢어졌으며, 내 기분은 황량할 정도로 외로워졌다. 게다가 이제는 떠돌이 신세가 되게 생겼다. 대체 나더러 어쩌란 거지? 난 그저 고양이일 뿐인데! (p.11)


알피는 이곳저곳 다니며 머무를 곳을 찾아다녔다. 집에서만 지내던 알피는 세상 밖은 두렵고 지치는 곳이었다. 그렇게 다니고 다니다 조너선과 클레어를 간택한 알피. 그들은 알피를 쫓아내지 않고 밥도 주고 보살피는 듯했지만 알피는 늘 혼자인 시간이 더 많았다. 예전에는 사람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혼자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알피는 예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나는 대단한 고양이였다. 겁에 질리고, 마음은 갈가리 찢긴 내가, 길거리에서의 삶에서 살아남아 지금은 이렇게 함께 마음을 나눌 친구 두 명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p.103)


알피는 점차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는 듯해 보였다. 클레어는 아름다워지고 있었고, 조너선은 여전히 복잡한 사람이지만 행복해지고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단단하고 분별력이 있어 이내 마음을 잡은 것 같았고, 폴리는 반대로 연약해서 부서질 것 같았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알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알피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그들을 도와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네 집을 왔다 갔다 하려니 너무 타이트한 알피의 일상.. ㅋㅋㅋ  알피의 생각도 이해되는 게.. 또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는.. (나 울어..ㅠㅠ) 


"타이거, 난 그 누구도 나처럼 힘들지 않기를 바라. 인간이든 고양이든 말이야. 난 연민의 중요성을 아주 어렵게 배웠어. 아무도 날 동정해 주지 않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아니까. 새롭게 찾은 가족이 그걸 채워줘서 참 다행이지. 연민이 살아남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알아. 사람이든 고양이든 말이야."  (p.192)


하지만 점차 네 집의 가족들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하는 알피..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바빴다. 알피는 그들을 기다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점점 서운한 마음이 커지기도 하지만 착한 알피는 금세 서운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내가 선택한 가정들은 서로 다른 형태의 공통점이 있었다. 클레어네도, 조너선네도, 폴리네도, 이곳도 각자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토록 그들에게 끌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는 내 사랑과 다정함이 필요했고, 내 지지와 애정이 필요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내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p.175)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가족의 공동체의 의미를 전하는 울림이 느껴졌다.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서는 알피와 각자 이유가 있는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알피를 만난 후 변화가 생긴다. 클레어는 상실의 아픔을 극복했고, 조너선은 마음을 여는 방법을 배웠다. 폴리는 육아에 지쳐있었는데 위안을 얻고, 프란체스카의 가족은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알피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알피 멋진데..!! )


알피가 그들의 외로움을, 쓸쓸함을 알피만의 방식으로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독다독해주는 것 같았다. 작지만 소중한 고양이 시선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 너무나 귀하다 정말. :D 아니 그래서 읽는 내내 사랑스럽고 똑똑한 알피에게 간택당한 이들이 부러울 지경... ㅋ (아. 나도 고양이 있지 참..)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고양이 집사라면 아니 집사가 아니더라도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도) 따뜻한 소설을 찾는다면 읽어보면 좋겠는 소설!! 알피가 있다면 세상이 덜 무서울 것 같은 따뜻한 감동 소설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완전 추천!!  :)  


#알피는가족이필요해 #레이첼웰스 #장편소설 #해피북스투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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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 부모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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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이번 작품에서 부모를 돌보며 마주했던 감정,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무겁지 않게 담아냈다. 단순한 이별의 기록이 아니라 부모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겪은 슬픔, 혼란 등에서 언젠가 직면해야 하는 이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부모와 함께 살면서 돌보는 과정에서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 덜 후회하게 보낼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알려준다. 


저자는 어머니와는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었고 아버지는 오래 사셨지만 생의 막바지에 알츠하이머로 인해 돌봄이 필요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기록한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책 속에는 온통 내가 걱정하는 나중에 마주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건강하신 편이지만 후에. 정말 나중에. 언젠가 부모님이 간병(돌봄)이 필요한 순간과 언젠가 이별(상실)의 순간이 마주하게 되면 나는 이성적으로 잘 대처할 수 있을까.. 과거를 잊고, 가족을 잊으시고, 자신도 잊게 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잘 돌봐드릴 수 있을까..  


지금 눈앞에 계신 아버지는 간호사가 찾아와도 거의 눈을 뜨지 않으십니다. 간혹 말씀을 하셔도 뒤죽박죽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아버지의 생애의 한 페이지일 뿐 그에 앞선 '역사'가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p.105)


지금은 생애의 한 페이지일 뿐-이라는 말은 혹시라도 나중에 꼭 기억해야 할 문장인 것 같다. 마음이 아프지만.... 


벚꽃 피는 계절에 벚꽃 구경을 시켜드리려고 부모님을 모시고 외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벚꽃이 보고 싶어서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p.116)


116페이지 문장에는 완전 머리 쿵. 완전 반성. 쉬는 날에 부모님을 모시고 꼭 어디라도 가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 건 사실이다.. 내가 벚꽃 구경시켜드려야 한다는 혹은 좋은 데 모시고 가서 보여드려야지 하는 그런 강박에 지쳤던 것 같다. 개인적인 문제이긴 한데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큰 데다가 언젠가부터 귀찮고 마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과는 다르게 외출도 줄어들긴 했는데... ㅠㅠ 쉬고 싶은 마음만 앞선 나.. 반성해.. 부모님을 위함이지만 나를 위해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면 덜 귀찮은 일인 건데..


언급한 이야기 외에도 부모님이 알려준 삶의 의미, 살아계실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그리고 함께 지금 여기를 즐겁게 살기를 저자는 말한다. 책 속에 너무 좋은 말들이 많아서 플래그 잇 파티. 


읽는 내내 후회할 줄 알면서도 순간순간 화내고 짜증 내고, 기분대로 행동하고.. 그랬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특히 살아계실 때 알았다면 좋았을 저자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고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실 때 조금 더 다정하고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도 진하게 남았다는... 물론 오래오래 같이 계셔주면 너무나 좋겠다.. 괜히 먼 미래를 생각하니 눈물이.. ㅠㅠ 


나와 같은 생각이 많은 분이라면.. 특히 부모님의 건강에 대해 더 나아가 돌봄과 상실에 대해 걱정과 염려증이 크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나의 걱정을 미리 들어준 것만 같았다. 만약 걱정하던 일을 마주할 것 같다면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이 책을 떠올려 봐야겠다. 


기시미 이치로가 전하는 부모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책의 제목처럼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 추천 추천..!!!  



#우리는결국부모를떠나보낸다 #기시미이치로 #인플루엔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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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아츠 - 부처의 지혜로 배우는 제대로 화내는 기법
구사나기 류슌 지음, 박수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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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나기 류순이 전하는 마음의 평온을 얻는 법 『멘탈 아츠』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기술을 마셜 아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지식과 사상을 리버럴 아츠라고 부르듯이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멘탈 아츠, 즉 '마음의 기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p.10)



제대로 화내는 기술을 정리하여 담은 『멘탈 아츠』 


읽다보면 화가 많은 내가 스스로 화를 다스릴 줄을 모르고 나를 망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보면 사실 화낼일도 아닌데 화가 부글부글할 때가 많다. 뭐,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고 일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책 속에 담긴 가장 인상깊었던 기술 하나 알려주자면.. (속닥속닥) 


상대로 인한 화는 상대에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마음은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을 때 비로소 치유된다. (p.31) .. 상대가 불러일으킨 화, 타인이 화의 원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돌려준다!' 화가 나면 이해시킨다. 마음을 전한다. (p.32)


아닛. 그렇다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화가 났음을 이야기하면 된다는데.. 사실 여기까지는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말이다. 말했다간 분명 싸움날텐데- 하고... (ㅋㅋ)  그러니까 일단 화가 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상대를 이해시키면 해결 될 일이라는 것. 흠. 그렇게 하면 무작정 성질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 (아, 내가 설명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 


그리고 '나와 상관없는 화는 피하는게 상책'이라며 '화낼 만한 가치가 있나' 되짚어 보면 이것도 방법이라는!! (오호)


사실 나는 내게 상처를 준 이들이 똑같은 상처를 겪기를 바랬던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화가 남. 부글부글.) 그런 나를 안다는 듯이 최종 스테이지 바로 전 단계에서 알려주는 비장의 카드에 머리가 쿵. 와. 여태 과거의 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네. 화낼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냥 흘려버렸다면 괜찮았을텐데. 지금이 행복하면 그만인데. 난 왜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을까. (아휴)


예전에 만난 사람들은 이미 떠났고,

새로운 사람들은 내게서 먼 곳에 살고 있다. 

나는 오늘도 혼자서 알아차림을 구사하며 맑은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 

쏟아지는 비에도 둥지 안에서 평온하게 지내는 새처럼. 

- 사리불 장로·말년의 말, <장로게> (p.233)


이 책을 읽으면서 뒤로 갈수록 왜 그렇게 마음에 수도꼭지가 켜졌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았나본데...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생각했던 삶과는 점점 멀어지고 자존감도 뚝뚝 떨어지고 그냥 뭘 하든 자신감이 없기도 하고.. 지난 날이 오버랩되면서 제대로 화내는 기술을 미리 알았다면 어쩌면 그때의 나는 조금 근사한 어른이였을 수도 있었을텐데.. ㅋ 


살면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제대로 화내는 방법.. 유익한 정보 나만 알고 싶네.. ㅋㅋ  그럼에도! 평소에 화가 많다면.. 가까운 가족 혹은 직장에서 리더와 동료에게 지쳐있다면.. 화가 남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기타등등! 실용적이고 지혜롭게 제대로 화 내는 기술이 궁금하다면..   『멘탈 아츠』 !! 


아.. 완전 추천이요. :D  



#멘탈아츠 #구사나기류슌 #한가한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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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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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역사 미스터리 소설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1800년 조선. 정조가 승하하고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된 조선에서 배반과 모략, 살인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성부 포도청에 다모로 팔려온 노비 신분의 열여섯 살 '설'. 포도청 한도현 종사관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한 종사관은 생명의 은인인 설에게 맡고 있는 사건이 해결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약속한다. 다모 설은 영민하고 당찬 데다가 호기심도 많고 추리력은 또 날카로워서 한 종사관을 도와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나선다. 노비 신분인데다 어린 여자아이라 무시와 면박을 당하기 일쑤인 '설'이지만 그때마다 설은 또박또박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요?" 되묻는 내 목소리가 쇠처럼 단단했지만 무릎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활을 제대로 들 줄 아는 여자요. 본인이 표적을 맞힐 능력이 없다고 나를 탓하지 마세요." (p.119)


한 종사관과 다모 설은 거리 한복판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 범죄 현장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살인 사건은 연이어 발생하는데...  진실을 찾고 증거를 쌓아갈수록 혼란이 생긴다. 


"그럼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  (p.151)



도대체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은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는 미스터리 대수사극이지만 정치적,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낼 줄 아는 약자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다모 '설' 뿐만 아니라 그 외 인상 깊은 등장인물들이 많았다. 노비인 채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며 글을 알려주었던 '오 소저',  친구의 사정을 알고 도와주려는 '우림', 설과 타인을 많이 도와주는 '강 씨 부인'.. 개인적으로 우림과 설의 이야기는 먹먹했더라는. (스포 하나만 하자면 범인에게 납치되었던 우림은 설이 우림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뿌엥-) 


설은 또 다른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두렵고 불안하다. 설은 세상의 변화가 두렵다 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이었는데 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변화가 무서우므로... ㅠㅠ 그래서인지 강씨 부인이 설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기존의 세상과 새로운 세상이 충돌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법이야. 우리 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모두가 상처를 받을 테니까." (p.376)



490여 페이지가 되는 두께의 책이지만 몰입도도 좋았고, 범인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듯 했지만 그마저도 지루하지 않았다.  조선 최초의 대규모 천주교 박해 사건을 모티브로 그 시대에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가진 이들의 성장이 좋았다. 신념과 용기에 감동이기도 했던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D 



#잃어버린이름들의낙원 #허주은 #창비교육 #창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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