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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아침에게
윤성용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7월
평점 :

친애하는 아침에게 건네는 안부와 감사 『친애하는 아침에게』
아침은 초기화의 시간이다. 깊은 밤 동안 나를 괴롭혔던 생각과 과거에 대한 후회도, 내일에 대한 불안도, 친구와 술을 마시며 나누던 씁쓸한 이야기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아침이 되면 햇볕에 색이 바랜 것처럼 흐릿한 흔적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 있었다. 아침은 언제나 내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는 사실을 부드럽고 사려 깊게 일깨워준다. 만약 아침이 없었더라면 나는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이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더 나을 하루가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있다. 심각하게 고민했던 일도, 부끄럽고 후회되는 일도.. 아침이면 괜찮아지겠지.. 아무일도 아니란 듯이 리셋되겠지.. 기대감이라 하기엔 과한 것 같고, 그냥 그런 마음이 가득한 나날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보통은 기대감이 없는 아침이지만... 끙...
어쨌든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아침을 맞이하고 살아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윤성용 작가의 에세이 『친애하는 아침에게』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순간의 위로가 너무 좋았던 문장들이 많았다. 그 문장들의 순간에 들어가보자면.... :D

📖 보통 일기는 하루 일과가 끝나는 밤에 쓰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밤에 쓴 일기는 다음 날이 되면 부끄러워진다. 감정과 감각에 매몰되기 쉽다. 누구에게든 보여주지 못하는 글이 된다. 반면에 아침에 쓴 일기는 비교적 맑고 명랑하다. 거창할 것도 없다.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가볍게 메모한다. 아무런 필터 없이, 문장 호응도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고 편안하게 쓴다. (p.44)
✍🏻 밤에 쓰는 일기는 다음날 부끄럽고. 아침에 일기를 주로 쓴다는데... 아침의 일기는 맑고 명랑하다는데... 음.. 안그래도 예전에 아마 20대였던 것 같다. 사무실 들어가기 전에 주차장에서 다이어리나 싸이월드에 짧은 일기를 썼었는데.. 절대 맑지 않았다. 가관이었던 거로 기억하는 나의 일기..... '출근하기 싫다. 돈은 벌어 뭐하나. 회사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닌데. 회사가 커지면 뭐하나 나는 쪼그라드는데....' ㅋㅋㅋ 뭐.. 맑지 못한 마음들로 아침마다 이러고 있어서 다시 일기는 밤에!! ㅋ 아마도 장소가 문제였을지도.. ㅋ (근데 밤 일기도 그러했..다.. 응? ㅋ)
📖 언젠가 내 인생은 추운 봄을 지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겨울은 한 차례 지나갔으나 한기가 남아 여전히 움츠려 있는 상태였다. 어쩌면 내 삶은 이제 막 어지럽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완연한 봄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매일 매일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가끔은 감당하기 어렵고 벅차기도 하지만, 그 또한 봄이기에 겪는 일이라 여긴다. (p.78)
✍🏻 이제는 매일 매일을 기대하며 살아가기보다 그냥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예전의 나는 어땠었는지 몰라? 하도 찌들어서 그런가... 기억도 안나네...) 여전히 나는 겨울인 것 같다는 생각이 크다. 계절만 봄이고 여름이지 내 인생의 봄은 오긴할까.. 뭐, 그런 생각이 많고..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엄청 많이 했던 일정 기간도 있었고... 그런 마음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침보다는 밤이 더 기다려지는 지금은.. 괜찮은건가.... 그냥 너무나 개인적인 마음을 드러내기는 좀 그렇고... 지나온 어떤 날들에 잠시 묶여 있었던 문장이었다.
📖 영원히 머물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p.90)
✍🏻 영원히 머물고 싶은 순간..... 있긴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잘 모르겠다. 머물고 싶은건지.. 그냥 기억하고만 싶은건지.. 그래도 좋았다-하고 그 순간을 소환해보고 싶기는 한데... 이 짧은 질문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갑자기 좋았거나 그렇지 않았던 지난 날들이 많이 생각났고... 그런데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으려나... 흐엉... 나로 다시 살아보고 싶다.. 내가 나를 지키면서.. :)
📖 만약 오십 년을 더 살게 된다면, 앞으로 내게는 쉰 번의 겨울만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생각하면 겨울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된다. 마치 상자에서 귤을 하나씩 꺼내 먹다가 문득 남은 귤이 오십 개라는 걸 알았을 때처럼 말이다. 분명히 많은 숫자이긴 한데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한한 것을 무한한 것이라고 착각한 사람이 으레 겪는 혼란스러움일까. 이제부터라도 매 겨울을 꺼내 먹을 때마다 한 알 한 알 음미한다거나, 지난겨울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가는 즐거움이 내게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본다. (p.122)
✍🏻 와. 이렇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진짜, 정말. 만약 지금 나에게 만약 십 년만 더 살게 된다면..(오래 살고 싶지 않으므로 짧게 잡아봄) 딱 열 번의 겨울을 만날 수 있겠네? 너무 소중하다, 정말. 매년 계절이 새로운데..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다. ㅎ
📖 나와 전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때가 있다. 나와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멀리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때도 많다. 그때마다 나는 십육 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살아간 또또를 생각하기로 한다. 서로 다른 존재와 차이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기쁨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면, 또또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분명 사랑하는 법이었다. (p.210)
✍🏻 그래서 사람이 가장 어렵고 무섭다. 이해를 바라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뭐,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고. 모든 사람이 맞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하며 살아야하는데.. 휴. 어렵다. 어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살고 싶..... (응? ㅋ)

이 밖에도 너무 많은 공감과 아침을 닮은 깨끗하고 다정한 위로가 너무 좋았던 에세이 『친애하는 아침에게』 ..
참 좋았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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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