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한정판 오마주 컬렉션 - HD 리마스터링
홍상수 감독, 이응경 외 출연 / 컨텐트존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모더니즘의 시작



 

아주 우연히 아주, 지금 방송하고 있는 kbs일일저녁 드라마<오늘부터 사랑해>를 보던 중 이응경과 조은숙이 같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불현 듯 희미하게 잊혀져 버린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다. 너무나 바랜 옛 사진을 보는 것 마냥 이것은 기억에 대한 판타스틱한 복구이며 고즈넉한 재현이다


이 두 여인은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정확히 1996년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삼류소설가 효섭을 사이에 두고 질투를 벌이던 사이였으며 결국에는 그들의 삼각관계는 비극이라는 파멸의 길을 걷고 만다. 그런데 홍상수는 여기서 주인공이었던 김의성은 그의 예술적 야심의 다른 출발이라고 불리는 <북촌방향>에서 다시 등장시킨 이후 계속해서 그의 성격을 변주하면서 출연하지만 이 두 여인은 그 이후 홍상수에게 매몰차게 버림받은 이후 다시 찾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


난 이러한 현상을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니깐 홍상수 그는 그의 영화에 나온 남성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불러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습관적인 제스처를 이용해 영화속 행동과 대사로 다시 재활용하는 데 익숙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으면 예외가 있다. 절대적인 보편성을 벗어던지면 그는 남성으로는 백종학, 김유석, 정보석 여성으로는 오윤홍, 성현아, 박은혜, 황수정을 그의 영화에서 다시는 볼 수는 없었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밀고 나아가지고 않고 잠시 멈춘 다음, 애초에 질문했던 테마에 대해서만 한정해서 답을 찾을 것이다. 그동안 홍상수의여인들은 남성과의 관계는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차지하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대립과 강사와 학생이라는 권력적 함수, 이 관계는 그의 데뷔작을 제외한 여태까지 유지한 일관적인 표면의 특징이었다


한마디로 홍상수의 여인들은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히스테리한 모습들을 보였다. 어떤 때는 남성에게 순정적이었다가 또 다른 때는 겁 잡을 수 없는 화를 낸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매우 괴기하게 비춰졌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종의 도식적인 법칙이 있다. 중년을 사랑하는 처녀는 그녀의 또래의 남자에게 다시 사랑을 받는다. 그런 다음 여인들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매달리며 애원하다가도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조은숙이 김의성에서 사랑한다고 외치다가 길거리에서 뺨까지 맞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손민석에게는 여성의 모습을 상실할 정도로 쌀쌀하게 대한다. 물론 이응경은 김의성에게는 친절하지만 정작 그녀의 남편 박진성에게는 냉랭한 모습이었으며 오랜 시간동안 기다린 오윤홍이 늦게 온 김유석에게는 갑작스럽게 화가 솟구쳐 오르는 짜증을 부리며 나중에는 이별의 눈물을 보이지만 백종학에게는 그와 다시 만난다는 만남의 눈물을 흘린다


모든 여인들이 그랬다. 이은주, 예지원, 추상미, 성현아, 엄지원, 고현정, 박은혜, 정유미, 문소리, 송선미, 정은채, 서영화 그녀들 모두 남성 때문에 눈물을 쥐어짜지만 더불어 그녀들의 남성에게도 멸시에 가까운 따가운 눈길을 보냈으며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시작해서 <자유의 언덕>까지 유일하게 주체적인 모습을 끝까지 유지한 여인은 아쉽지만 로컬성의 본질을 지닌 원주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방문객자격으로 온 미지의 여인 이자벨 위페르였다


<다른 나라에서>에서 연인관계였던 문성근이 자리를 떠나려는 그녀에게 명령적인 어투로 앉아라고 말하자 그녀는 특유의 감정이 실린 빠른 프랑스어조로 나에게 명령하지 말라고 단언한듯한 거절의 뉘앙스를 내뱉는다. 여기에는 홍상수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여인의 태도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낯선 시작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그러나 이 영화는 끝까지 모든 인물들이 괴팍한 모습을 지녔기에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잠시 상승하다가 다시 소멸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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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자벨 위페르 분석에 저는 동의할 수 없겠는데요. 그녀 또한 자신의 환상성에 속박된 인물이었습니다. 문성근을 늘 기다리는 입장이었고, 유준상의 세계에 쉽게 빠지기도 했죠. 도올의 몇 마디에 또 흔들리잖습니까. 선택의 자발성이 전체의 주체성을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나에게 명령하지 말라˝식은 <오 수정> 이은주에서도 잘 드러나죠. 그녀는 계속 상황을 자기가 유리한 방식으로 만들려고 했죠. 홍상수의 다른 여성 캐릭터도 마찬가지고요. 이 특성은 비단 여성 캐릭터뿐만이 아닌 홍상수 영화의 모든 캐릭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관객인 우리는 그들에게 허위를 느끼게 되는 거고요.

네오 2015-06-17 20:12   좋아요 0 | URL
네,,,,Agalma님 의견을 듣고나니 글을 다시 써야 되겠는 걸요,, 홍상수의 인물에 대해서 매우 견고하게 알고 있는 것 같네요,,,,저 보다도 더요,,,,사실 제가 수없이 홍상수의 비평을 써왔지만,,,,뭐..북촌방향전까지는 꾸준히 썼지요,,이러한 댓글을 본적이 없어요,,이러한게 아쉬웠죠,,,지금 이런게 제가 느낀게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해주네요,,,,다만,,,저는 허위를 느끼게 하는게 일종의 기만이 아닐까라는 거죠,,그러니간 분명 a면 a를 생각하면 돼는데,,홍상수가 너무 위대하니깐 숨은 의도를 칮으려고 a`아니면b아닐까라는,,, 그러니깐,,,홍상수가 커다랗게 쳐놓은 덧에 걸려드는 스산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이제는..그냥 있는 그대로 홍상수를 해석하는데 제가 더 머물고 싶었서,,,그러한 백그라운드를 모두 제거하고 싶던군요,,,,저는 저는 그냥 이자벨 위페르는 다른 자아의 인물로 보지만요,,,, 뭐 위에 열거하신것 다 맞죠,,기다리고,,빠져들고,,흔들리고,,,그런데,,저는 계속해서 시간상맞게 그의 영화를 보지만,,그러한 장면은 제가 보지를 못했어요..이은주도 그랬지만,,,음,,그게 강렬하게 남지를 않았어요,,,,사실 그녀도 유리한 교환거래를 하려다 보니,,,전략을 짜서,,가지만 위페르는 뭘랄까,,,즉흥적인면이 있어서,.,,,저는 홍상수의 남성과 여성은 다른 면이 있다고는 보죠,,,,저는 자꾸만 여성들이 홍상수의 남성들을 가리켜 찌질이라고 칭할때 맹렬한 거부감을 갖고 있거든요,,,저는,,거기서 그 해석하는 성을 구별하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저는 그게 어때서라는 입장에 서있거든요,,,,

AgalmA 2015-06-1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오님의 홍상수 애착?은 존중합니다! 네오님의 어떤 a를 자꾸 건드리는 페르소나 감독이 아닐까 싶네요.
저는 홍상수 감독이 대단한 그물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창작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연결되는 신비한 지점이 있죠. 그런 즉흥성과 아이디어가 재미난 그물을 만들게 되고 자꾸 하다보면 스스로의 구조성도 만들게 되죠. 의도를 파악하려는 관객 or 비평가가 더 부풀려 보게 되는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인간의 특성이자 착각이죠. 잘못이라고까지 말하기가 그러네요. 그렇게 도출된 제 2의 창작성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저는 비평을 1에 대한 분석이라기 보다 제2의 창작물이라고 봅니다.
홍상수는 ˝그래? 그렇게 보인단 말이지...˝하며 즐기는 것처럼도 보이고요ㅎ 영화 뿐만이 아닌 창작물의 탄생은 현실과 함께 늘 이런 식으로 순환되니까 뭐....
제 해석이 맞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제 의견도 참고해 보시라는 뜻였어요~
찌질이라기 보다 사실은 현실에 가깝죠ㅎ 자기가 대상이 아니니까 우리는 안심하고 찌질이라고 잣대질 하는 것도 있고요.

네오 2015-06-18 02:58   좋아요 0 | URL
네,,그런데 저는 이제와서 드는 생각인데 홍상수는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그래서,,,,그의 말에는 솔깃하지만,,,,예전에는 그는 그의 영화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방어를 했었거든여,,그러니깐,,왜,,,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무슨 의미냐 하면 정말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레퍼런스를 동원해서 그 함의에 대해서 지금과의 태도와는 다르게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는 말이죠,,,,그런데,,,극장전이후부터는 그런게 사라지고 뭐 막 던지기 식이더라고,,,,그런데,,,그가 배우들에 자유를 안주고 엄격하게 다루면서,,,즉흥적으로 찍 고는 있지만,,편집실에서 뭔가 막 인위적으로 조립을 한다말이죠,,,,저는 지금 그래서,,,그를 안좋게 보는 이유가,,,,성을 왜곡하게 바라보게하는데,,,아주,,,,사실 모든 남자가 그런식이면 연애할 맛 나겠습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홍상수를 좋아해도 저만 유일하게 홍상수처럼 하고 싶어했었지(아 이건 오버인가^^),,,아무도 따라하지 않을려고 했거든요,,,,ㅋㅋㅋㅋ 따라한다는 것은 그 솔직함입니다,,,,어이없는 솔직함,,,,아 남들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저는 더 강력한 위선을 떨지 않는 행동요,,,,

그런데,,,,Agalma님이 글을 잘 써요,,,,어떠한 분들보다요,,,저야 모든 글이 즉흑성에 기반해서 막 나오는 글이라 무슨말이지도 모르겠고,,,,다만,,,제가 그것보다도 더 님이 마음에 드는게 정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그것도 제가 마음에 있는 편쪽으로요,,,,,사실 제가 제일 관심있는 분야는 정치인데,,,정말 제가 지지의 갈채를 보낼수 밖에 없는 글들만 쓰시던군요,,,,

AgalmA 2015-06-1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기가 더 길어질 거 같아 페이퍼를 썼어요~ 불편하진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ㅎㅎ;

과찬은 제 것 같지 않아요^^a;;;

[그장소] 2015-06-1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오님 와,,저도 이 ,,,,,을 상당히 많이 쓰던 사람 중 하나인데 속 생각이 참 많은데 그 걸 함축적 의미.
그러니까 시인의 자질이 많아서 말을 삼키는 스타일 이신가 봅니다. 그 생각들을 전부 꺼내서 습관적으로
쓰다보면 Agalma 님 처럼 전체적인 논리가 일맥 상통하는 글이 될 , 테고요. 저 처럼 자꾸 말을 삼키면
ㅎㅎㅎ 죽도 밥도 아닌..뭐~ 그러나 네오님은 두 분을 읽어보니 하려는 말이 뭔지 충분히 알겠는 ..저 위에
거론된 영화들 전부 저는 보지 않았을 지 모르겠어요.저는 너무 유명하면 거부하는 나쁜 버릇이 있거든요.
초기부터 내가 스스로 봐오며 같이 시간을 보낸 경우가 아닌 어느 날 느닷없이 상하나 받고 뜨억 하고 유명세
타면, 보더라도 아주 아주 열기 식고 흥이 다 빠질 무렵이나 되야 보는 .버릇 말예요. 유행에 편승하기 싫다는
고집 같은 건데..촌스럽고 유치하죠. 그래서 늘 박자 늦게 보고 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안봤는데
위에 글은 난해한데 두분 대화로 이 영화에 깔린 것이 어떤 건지 감이 온다..이 말...을 하려고 그랬습니다.
재미지게 잘 읽고 갑니다. 즐거웠어요. 위악을 부리는 홍감독이 너무 대놓고 여배우는 대놓고 위악적이고 남배우
들도 대놓고 위악(천연덕,찌질)스럽습니다. 그러니 장치가 장치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 안드로메다로 가는 현상
이 생긴.. a` 가 아닌가...그럼 그들은 어디에..블랙홀 아니면 인터스텔라(웜홀..)쯤? ㅎㅎ 농 입니다..

네오 2015-06-18 12: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그장소님,,,우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다음,,말줄임표를 왜 자주 쓰냐하면,,,,님의 해석이 휼륭하지만,,,,단지 댓글을 다는 글씨체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거든요,,,,예전에 알라딘 서제의 맥거핀님하고 이야기할때 드러난것이라서,,그러니깐 네이버처럼 여러 서체가 있으면 예쁜 글씨체좀 마구 새겨넣을텐데,,여기는 오로지 하나라,,그래서 그 불만의 표출입니다,,,,뭐,,님하고 사용용도가 다르죠?^^

홍상수를 잘아시네요? 아니아니 뭐 그의 모든 영화를 보시지 않더라도,,,, 한편만 보더라도,,,잘 그의 특징을 잘 끄집어내잖아요,,,뭐,,그에 영화에 대한 해석은 각자에게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