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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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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즐거움이란 반드시 아픈 마음과 바꾸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세계와의 연결 고리는 수천 개가 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외톨이가 된 지금, 그 수를 한층 늘려 가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살아 있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인간에게는, 집 안에 온갖 생명의 드라마가 징그러울 만큼 넘치고 온갖 것이 성가실 정도로 꿈틀거리며 무언가를 발하고 있다는 걸 미처 모르고서 살아갈 자유까지 있다. 

 

                                                                                                       - 요시모토 바나나, <<무지개>> 中
 
 

부산에 내려가면서 다섯 권의 책을 챙겼다. 과연 읽을 시간이 있을까, 하면서도 일단은 그랬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와 거의 처음이나 다름 없는 부산이라는 도시를 탐험할 계획이 서 있었고, 영화상영표를 보고 미리 점찍어둔 영화의 수만 해도 하루에 서 너편이 되었으니 말이다. 부산에서 이틀을 보내고 나자 예상했던대로 다섯 권의 책은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매일 책을 들고 숙소를 나섰지만 이른 아침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이나, 앞 영화와 다음 영화 사이에 있는 잠깐의 시간 정도에만 읽기가 가능했다.

하루는 영화 하나를 포기하고 카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었는데 그 때 읽은 책이 이  '무지개'였다. 부산에 내려오기 직전, 후배 녀석 하나가 서점에서 사 안겨준 것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행 시리즈 중 한 권으로 타히티 사진과 그림이 섞여있었다. 스토리 자체는 너무 단순해서 부러 시간내서 읽은 게 좀 민망할 정도였지만 여행지의 풍경과 사랑이야기를 엮은 그 책은 서울을 떠나와 간혹 바닷가를 서성이는 내가 읽기에 적당하다 싶기도 했다. 그만큼 내게 부산은 사뭇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기도 했으니까. 영화제 때문에 늘어난 외국인들의 모습도 한몫 했다.

어딘가로 떠나온 사람은 원래 있었던 곳과 그곳의 사람들과의 단절감을 즐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때때로 그곳에서 진행 중인 어떤 이야기들이 여행지까지 따라오기도 한다. 그리고 의외의 방향으로 이야기가 선회하게 된다. 어떤 의심, 어떤 결심 등이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로 인해 생성되고 뚜렷해진다. 그리하여 여권에 찍힌 스템프처럼 새롭게 생성된 무언가를 품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가족을 모두 잃고 세상에 혼자 남게 된 여자의 감성이나 버림받은 동물을 향한 애정에 대해서는 일견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로서도, 여행기로서도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원래 이런 글을 쓰던 작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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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와 함께 간다 - I Come with the Rai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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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동원율로는 최고였지 싶다. 인터넷 예매분도 삼십 몇초만에 매진. 현장판매 역시 매번 매진을 기록했다만...

만약 당신이 이병헌이나 조쉬 하트넷, 혹은 기무라 타쿠야의 팬이어서 어렵게 티켓을 구해 극장으로 들어갔다해도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팬심 하나로 견디기는 힘들 것임에 분명하다. 훈남 배우들 얼굴이나 보자, 하고 갔다가는 여느 관객들처럼 영화 도중 튀어나가고 싶어질 것이다. 일단 비위가 강해야한다. 폭력의 과잉, 육체훼손의 과잉, 메타포 과잉으로 가득찬 이 영화의 매력을 꼽자면 결국 그 과잉상태의 조화라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세 명의 훈남의 매력을 아예 포기하게 만들진 않는다. 이병헌의 경우 놈놈놈의 캐릭터와 계속 오버랩되는 면이 좀 아쉬웠지만 기무라 타쿠야는 의외로 선전하는 듯 했고, 조쉬 하트넷의 내면 연기는 인상깊었다. 문제는 여주인공 릴리 캐릭터. 묵직한 세 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어찌나 가볍게 떠다니던지... 감독 트란 안 홍의 부인으로 알고 있는데 캐스팅한 이유를 따져묻고 싶어질 정도였다.  

 
괴물을 좇는 이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상기할 법한 영화다. 그리고 구원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야 하는가, 하는 자문이 남는다. 이제 우리가 예수를 구원할 차례라고, 감독은 말하고 싶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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