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에디터스 컬렉션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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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 폭소가 날 수밖에 없는 일본소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정정당당한 건달(?)이라고 해야할지 어릴 때부터 거리낌없이 하고싶은 장난은 다 치고, 벌도 피하지 않고 다 받는 쿨한 악동. 그가 교사가 된다는 설정부터가 흥미진진하다.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먹고싶은거 못먹고 하고싶은 취미활동도 못하고 품위유지 해야한다고 쌍심지켜는 교장, 교감, 학생, 학부모 눈초리에 부담스러워하는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다를게 없나보다.

하루키 이후 좋아하는 일본작가로 등극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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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중학교 때 장난이라면 꽤 쳐본 사람이다. 그러나 “누가 이랬어?” 했을 때 내가 안 했다고 잡아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건 한 것이고 안 한 건 안 한 것이다. 나란 놈은 장난을 쳤어도 거리낄 게 없다.

거짓말을 해서 벌을 피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장난을 하지 말 일이다. 장난과 벌은 붙어 다니는 것이다. 벌이 있으니까 장난칠 마음도 생기는 거지. 장난은 실컷 쳐놓고 벌은 안 받으려고 피하다니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인가.

돈은 빌리면서 갚아야 될 땐 오리발 내미는 비열한 짓들은 모두 이런 녀석들이 어릴 적 버릇 못 버리고 자라서 하는 짓거리다. 도대체 학교에 와서 뭘 배우는 거야, 저런 녀석들은! 기껏 학교에 와서 거짓말이나 하고, 사람을 속여먹고, 다른 사람 뒤에 숨어서 욕이나 하고, 이따위 장난질이나 하는데. 저런 것들도 나중에 졸업장 받고 ‘나 학교 나왔네’ 하고 큰소리치고 다닐 테니, 참.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오유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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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윤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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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여성에게 투표권도 없었던 시절에 여성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심지어 이런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번듯한 작업실 하나없이 오픈된 거실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원고를 감춰가며 몰래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니. 우리가 사랑하는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같은 작품이 바로 그런 환경에서 완성된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면 느낌이 참 다르게 다가온다.

19세기를 거쳐 20세기를 넘어오면서도 여류작가로 글쓴다는 것은 마치 끝없는 장애물 달리기를 하는 느낌이었을 듯. 저자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그녀들에게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펼쳐졌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해진다.

젊은 여대생들 앞에서 성공한 선배작가로서 해주고 싶은 말, 바라는 말들을 꽤나 구구절절 길게도 썼다. 한 문장이 너무 길다.

결론은, 요즘같은 시대에는 예전과 달라서 여자라서, 500파운드가 없어서, 자기만의 방이 없어서 훌륭한 작품을 쓰지 못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부디 힘내서 멋진 작품 많이 써주기 바란다— 뭐 이런 결말.

저자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이라는 것이 뭘까 생각했다.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나다움’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무대‘ 혹은 ’분야’의 의미가 아닐까. 지금이라면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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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앞으로 1백 년쯤 더 살고―개개인의 짧은 삶이 아니라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있는 우리들 공동의 삶―매년 5백 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마련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쓰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용기와 자유로운 습성을 갖는다면,

또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거실에서 벗어나 인간을 서로의 관계뿐만 아니라 현실성과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하늘이든 나무든 모든 사물을 그 자체로만 본다면,

아무도 떨쳐낼 수 없는 밀턴의 악령 너머를 본다면, 또 우리가 매달릴 수 있는 팔은 없으며 혼자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현실성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지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당당히 직면한다면

언젠가 기회는 찾아올 테고, 셰익스피어의 누이동생인 죽은 시인은 스스로 몇 번이나 내던진 육신 속에 다시 깃들 거예요.

그녀는 오빠가 그러했듯이 이름 모를 선구자들의 삶에서 자신의 생명을 받아 태어날 거예요.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정윤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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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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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유정 작가 때문에 또 밤잠 설쳤다. 또 한 편의 소름끼치고 잔혹한 영화같은 소설. 2021년 착품인데 이걸 이제야 읽다니.

정유정작가 작품에는 다양한 싸이코패스가 등장하지만, 이 작품 속 그녀는 정말 그중에서도 갑인듯. 그렇게 많은 사람들, 그것도 가족이거나 가족이 될 뻔한 사람들을… 특히 자기 딸에게 행한 짓은 정말 천벌받아도 갚지 못할만한 것이어서 그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한다. 기갈난 사람처럼 무작정 쫓기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내 행복을 위해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밀치고 쳐내도 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행복을 더하기로 생각하며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으로 볼 것안가, 아니면 나쁜 것들을 하나씩 없애면서 완벽해지기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것인가.

작가가 던지는 물음이 답하는 것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에 놀랬다. 제거하는 것처람 단순한 노력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한 번 해 볼 만 하지 않을까 솔깃해지는 것이 사실이라.

내 속에 가려진 진짜 마음을 대책없이 드러내게 만드는, ‘내가 만든 착한아이의 모습’ 이면에 숨어있는 솔직한 내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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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완전한 행복 | 정유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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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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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 구경선(구작가)

2살 때부터 열병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 나이가 들어서는 갑자기 눈까지 보이지 않게 되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 구경선씨의 이야기다. 싸이월드 스킨작가로 일을 시작해서 동화작가로 자리잡기까지 개인적인 어려움에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않고 꿋꿋하게 견디며 사는 모습을 그림과 함께 책 속에 담았다.

하얀 토끼 베니가 구작가의 메인 캐릭터인듯. 너무 귀엽다. 3월의 시작을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로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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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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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칼로 찌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헤치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너무 흥미롭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빠져들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트, 나이프’ 이렇게 네 개의 단편들이 묶여진 책인데, 대부분 신비롭고 충격적인 내용에다 설정 자체가 기상천외하다.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되다니. 17년간 목에 생선가시가 걸려있다는 것도 그렇고, 가족들끼리 시간을 돌려 회귀하면서 서로를 없애려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모처럼 쇼킹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글이 보고싶으시면 추천. 짧고 재미있다. 선혈이 낭자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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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가느다란 손가락 두 개가 입속을 침범했다. 그것은 입천장과 혀뿌리 너머 아주 깊숙한 곳까지 닿았다. 신기하게도 구역질은 나지 않았다. 한순간 목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일었고, 나는 뒤늦게 밀려오는 구토감에 상체를 숙였다. 내장까지도 토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로 물든 바닥을 짚고서 한참을 기침했다. 이윽고 알싸한 통증과 함께 무언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건, 가시였다. 하얗고 하얀 가시. 정말로 그것이 존재했던 것이다.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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