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타임 -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시대, 더 적게 일하는 것이 바꿀 미래
윌 스트런지.카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 시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마어마한 책을 읽은 것 같다. 늘 마음속에 ‘좀 적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장 시간이 돈이라 일하지 않으면 수입에 차질이 생기니 어쩌지 못하고 계속 일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흡사 다람쥐 쳇바퀴도는 생활을 감내하고 있는 나 자신만 봐도 가슴이 답답한데,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라니!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1. 일을 너무 많이 하면 노동의 질이 떨어진다.

노동의 강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안에 오래 있는 것도 스트레스를 주게되고, 이는 당연히 업부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2.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회사에서의 업부란 오로지 고용주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효율성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노동자 자신의 계발을 위한 시간은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3.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가사노동에 투자할 수 있다.

주로 주부들이 하는 가사노동을 무가치하고 의미없는 것으로 보는 의식은 잘못됐다. 사람을 사서 집안일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회사 업무시간을 줄여 가정에 투자하면 그만큼 이익이 될 수 있다.

특히, 이것은 맞벌이부부의 여성에게 지워지는 가사노동을 줄여주고 부부간 평등하게 가사노동을 분담할 수 있게 하는 데까지 논의가 될 수 있다.

4. 노동시간 단축은 직장과 가성에서의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기여할 수 있다.

장시간 회사에 있으면서 사용하게 되는 탄소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늦은 퇴근 후 시켜먹게 되는 배달음식이나 간편식들에서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 등을 줄일 수 있어 가정에서의 탄소발자국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고성장에 반대하는 탈성장을 지향하는 정책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이른바 그린뉴딜 정책 같은 것.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에 대비한 국제적인 흐름인데, 노동시간 단축도 이에 맞물려가고 있다.

무작정 장시간 일하는게 피곤하고 싫다고만 생각했었지, 이렇게 깊게 숙고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니. 특히 자기계발에 대한 부분이나 집안일에 투자하는 부분들이 지금의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일단 건강을 위해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고, 집안청소 할 시간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악기 배우던 시간을 다시 부활시켜보고 싶기도하고... 아 끝이없다. 어째됐든 이 참에 일 좀 줄여볼까 싶기도 하다. 삶의 질을 위해서.
_______

주당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그야말로 투쟁이다. 급진적인 정책 의제를 옹호하는 주장이 좌파 정당 안에서 당원과 운동가와 진보적인 싱크탱크와 언론인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자유시간을 위한 투쟁은 작업장과 사회 전체에서 권력을 구축함으로써 승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앞에서 개괄했듯 이 변화의 행위자들은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주인공인 역사적 순간을 날카롭게 의식하는 정치인들과 사회운동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성과 젠더평등, 인간의 번영,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를 바탕으로 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확립하고 소통함으로써 이 세력들은 우리의 노동생활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오버타임 | 카일 루이스, 윌 스트런지, 성원 저

#오버타임 #카일루이스 #윌스트런지 #시프 #노동시간단축 #생각해볼문제 #독서 #북스타그램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강명 작가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나랑은 맞지 않는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작가의 첫 작품이고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에다 2011년 1쇄 발행한 이래 10쇄 출간한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헬조선‘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대한민국의 팍팍한 현실 속에서 바싹 말리고 하얗게 표백되어가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세상에 대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감의 표현방법은 바로 ‘자살’뿐이라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모티브. 거기서부터 나랑 참 안 맞는다.

모르겠다. 너무 현실을 건드려서 그렇게 반감이 드는건지. 나도 청년이 된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게 될 대한민국이 엉망진창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자살밖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공언하는 소설이라니. 음...

물론 작가가 자살예찬론자라는 의미의 작품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작품 안에서 교묘하게 주변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가는 문제적 캐릭터와 ‘와이두유리브닷컴’이라는 자살카페에 올려지는 글들이 너무 자극적이고 극단적이어서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많이 불편했다.

자살이라는 소재를 빼고서도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소란하다는 느낌.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어서 몇 번씩 앞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했다.

[재수사]나 다른 작품들 읽어볼까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망설여진다. 음...
_______

표백 세대는 정신적인 면에서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들보다도 더 한심한 처지에 있다.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들은 사회주의사회라는 ‘다음 단계’를 꿈꾸며, 프롤레타리아운동의 주체로서 뚜렷한 이념과 이상을 갖고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표백 세대는 지배 이념에 맞서 그들을 묶어주거나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념이 없으며, 그렇기에 원자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낙원’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이상향은 있을 수 없기에, 표백 세대는 혁명과 변혁에 관한 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이들은 사회를 비난할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세대의 실패는 그들 개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귀결된다.

개정판|표백 | 장강명 저

#표백 #장강명 #한겨례출판 #자살 #비추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읽은 또 한 편의 동물 이야기. 이번엔 참매 hawk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방황하던 저자 헬렌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던 중 그때 빠져있던 참매를 길들여보기로 한다. 어릴 때 ‘참매’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고, 그 책의 저자 ’화이트‘가 그의 매 ‘고스’를 길들이는 과정이 자신의 매 ‘메이블’ 이야기와 엇비슷하게 흘러가며 진행된다.

사실 화이트는 불운한 가정사, 괴롭힘, 동성애자라는 신분 때문에 위축되거나 일방적인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하는 면이 있었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없이 예민한 참매를 길들이는 데에도 불안정하고 불규칙한 태도를 보이게 돤다. 결국, 고스는 화이트를 떠나버리고 화이트는 자신의 실수와 잘못에 마음아파하며 ’참매‘라는 책을 쓰게 된다.

처음에는 매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아버지의 죽음과 우울증 등의 현실상황에서 도피하려고만 하던 저자는 점차 매의 야생성을 목도하며 서로 각자의 세계에서 분리된 채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픔이 자연을 통해 치유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점차 나의 세계를 크게 넓혀가며 또다른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아룸다운 이야기. 헬렌이 아버지를 추모하는 부분에서는 살짝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본듯한 장면들이 있어서 잠시 웃었다는.
________

나는 매를 내 세계에 데려왔고 그러다가 내가 매의 세계에 사는 체했다. 이제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분리된 채 행복하게 각각의 삶을 공유한다. 나는 손을 내려다본다. 손에 흉터들이 있다. 가늘고 하얀 줄들. 하나는 메이블이 허기져 화를 낼 때 발톱으로 긁은 상처다. 그것은 생살로 하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메이블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찾아다니다가 산울타리 사이에 들어갔을 때 블랙손에 찢긴 상처도 있다. 다른 흉터들도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메이블이 만든 게 아니라 아물도록 도와준 상처들이다.

메이블 이야기 | 헬렌 맥도널드, 공경희 저

#메이블이야기 #헬렌맥도널드 #판미동 #참매 #매길들이기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의 위로 -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마이클 프레임 지음, 이한음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생 기하학을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온 늙은 수학자가 인상의 거대한 아픔 비탄 앞에서 어떻게 자신을 추스러왔는지 후배들에게 전하는 지혜의 말.

자신에게는 인생의 크고 작은 비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바로 평생 연구하고 함께했던 기하학이었다고. 어느 분야에서든 평생을 바친 전문가가 되면 그 속에서 우주를 아우르는 보편의 진리나 도를 깨우치게 되지 않던가. 평생 정원사로 일하던 할아버지에게 인생을 물어보면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나무의 습성에 빗대어 멋드러지고 수긍할 수밖에 없는 대답을 내놓는 것처럼.

자신의 연구주제인 프랙털 이론을 가지고 기하학의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한번 프랙털의 아름다움에 빠지면 앞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고 뭐고 길가에 난 고사리, 꽃잎 등 프랙털을 가진 사물들에 넋을 잃고 빠져들게 될거라고. 프랙털이 가진 아름다움의 근원은 바로 ‘자기유사성’에서 나오는 ‘단순함’이다.

기하학을 연구하면서 필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비탄 경험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기하학의 새로운 정리나 증명을 접했을 때 ‘아!’하는 탄성은 두 번, 세 번 반복되었을 때는 처음에 느꼈던 절대적 경이감을 재현할 수는 없다는 것.

이런 비탄의 마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연구와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을 멈추지 않는 노력이다. 암이 발명했음에도 연구를 멈추지않고 계산결과를 더 빨리 내 줄 수 있는 성능좋은 컴퓨터를 구입했던 동료 연구자의 일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연구하면서 느꼈던 비탄과 아름다움, 아름다움과 기하학 사이의 관계를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의 비탄 상황에 투영시켜 이겨낸다. 가족의 죽음, 교직을 내려놓고 방황하던 시기 같은 커다란 비탄을 다른 무언인가에 투영하여 약화시키고 달랠 수 있었다는 경험을 이야기 한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비탄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부분이었다. [메이블 이야기]라는 문학작품 속의 상황을 예로 설명하는데, 내용이 정말 감동스러워서 저자의 설명에 수긍이 갔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엘렌은 모든 것을 다 접고 시골로 내려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다가 어린 시절부터 열성적으로 좋아했던 매를 떠올리고 ’매 길들이기‘에 몰두한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매 ‘메이블’을 길들이며 절망과 기쁨을 반복하면서 헬렌은 점차 자신의 상실감과 고통을 다스려나가게 된다.

기하학이 됐든 자수나 뜨개질이 됐든, 혹은 운동이나 정원가꾸기가 됐든 고통스러운 기억에 허우적거리며 주저앉기보다는 내 비탄을 아름답게 단순화하고, 다른 곳에 투영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는 것도 정답일 수 있겠다 싶다. 비탄을 아름다움으로. 그렇게만 마음먹을 수 있다면 세상에 두려울게 뭐가 있을까. 용기가 난다.
__________

아름다움의 초월성은 비탄과 아름다움, 그리고 아름다움과 기하학 사이의 관계를 보고자 할 때 필요한 마지막 조각이다. 우리가 비탄과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에는 주변 환경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지닌 엄청난 정서적 무게를 지각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게다가 비탄과 아름다움의 경험 모두 초월성을 수반한다.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은 더 깊은 무언가를 언뜻 본다는 것이다. 비탄에 젖는다는 것은 여러 해 동안, 아니 아마도 결코 떨쳐내지 못할 결과를 낳을 상실을 언뜻 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하학의 아름다움도 우리의 지각을 돌이킬 수 없이 바꾸는 엄청난 정서적 무게를 수반하며, 초월적이다. 우리는 기하학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훨씬 더 깊은 무언가의 그림자, 단서만을 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에 관한 우리 생각은 비탄과 기하학의 공통 특징을 보는 데 필요한 거울이다.

수학의 위로 | 마이클 프레임, 이한음 저

#수학의위로 #마이클프레임 #기하학 #프랙탈 #디플롯 #수학 #비탄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위로의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수청소업’이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저자의 담담한 에세이. 다른 이의 죽음을 통해 밥벌이를 하는 본인의 처지와 죽은 생명체 위에서 비로소 삶을 시작하는 구더기를 묘하게 나란히 견주며 냉소하는 저자의 시선에 할 말을 잃고 만다.

사람이 죽고 남긴 공간을 정리하며 물건들만으로 여기 살던 사람이 어떤 성격이었는지, 뭘 좋아했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던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고, 그런 사람이 맞이한 죽음이 과연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함께 공감하며 안타까워한다.

흡사 그 의식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제사’의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망자가 그토록 원했던 것도 그렇게 자기를 알아봐주고 이해해 줄 누군가가 아니었을까. 냉장고를 정리하던 중 발견한 쌍쌍바 한 개를 보고 울컥했다는 부분에선 나도 함께 마음이 찡했다.

내가 사는 집을 정리해준다면 과연 저자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그리게 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세상의 모든 것을 소중하고 의미있고 아름답게 봐주는 저자라면, 나의 삶도 그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지 않을까.
가볍지않은 주제였으나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차분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작지만 중요한 무엇인가를 깨달은 느낌이다.
________

차라리 여기 있는 모든 것이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 가운데 특별하지 않은 이가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 어떨까. 특별하다는 관념은 언제나 가치 없는 것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모든 것이 가치 있고 귀중하다면, 지금 여기에서 특별하지 않은 것이라곤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면 무척 행복하고 평화로울 것 같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도, 성적을 비관하며 아래만 바라보며 걷는 학생도, 수레를 끌며 엘리베이터 문에서 나서는 택배 배달원도, 커피 위에 우유 거품으로 무늬를 새기는 바리스타도, 승용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서는 거주민을 향해 일일이 거수경례로 배웅하는 경비원도….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귀하다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도 너무나 소중한 직업이라고….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저

#죽은자의집청소 #김완 #특수청소 #김영사 #삶의마지막을정리해주는직업 #진지한 #독서 #글쓰기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