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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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창작한 유명한 작품. 고갱의 전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을 볼 때는 그냥 독특한 예술가였구나 하는 느낌 뿐이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고갱의 부인이나 그가 거쳐간 여인들의 심정이 어땠을까를 감정이입하면서 생각해보니 세상에 이런 이기적이고 나쁜 남자가 없구나 싶은 분한 마음까지 들었다.

독특하고 열정 넘치는, 거기다 재능까지 겸비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러나 그런 사람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예술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 그런 사람들 옆에서 배우자로 남아있는 사람은 정말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 같다.

그림이나 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철학과는 또 다른 경지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몰입해서 평생을 거는 사람들은 정말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인 듯. 고로, 내가 그들을 이해해는 것은 아직은 내공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냥 어렵고 어색하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예술에대한 그들의 열정과 욕망을 이해하기엔 내가 가진 일반적인 수준의 도덕과 윤리, 도의 같은 것들이 그들의 예술성에 대한 평가보다 앞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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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청동탑에 갇혀 신호로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 머릿속에는 전하고 싶은 생각들이 들끓고 있음에도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따위인 것이다.

달과 6펜스 | 서머셋 모옴, 송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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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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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하는 사람들 중에 시인이 있다면, 광고 만드는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짧은 문구로 하고싶은 말을 죄다 쏟아낼 수 있는 방법을 절묘하게 구사하는 재주.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 탁월한 ‘견’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인 광고인 ‘박웅현’ 대표의 인생에세이. 정말 편안하면서도 고개 끄덕이면서 읽었다. 행복한 삶을 위한 8가지 방법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읽는 내내 행복했다.

특히 창의력에 관한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
수업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고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을 자주 하는데, 내가 항상 애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그림으로 말을 해봐, 말로 설명하지 말고.’

그림만으로 상황을 잘 설명하려면 그야말로 뭘 말하고 싶은건지 분명히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특징에 대해 먼저 잘 관찰하고 본인의 능력 안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각과 관찰, 이 모든 것은 먼저 눈으로 잘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생각하는 창의력의 첫 단추.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너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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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풀과 같습니다. 풀은 사방천지에 다 있어요. 행복도 그렇고요. 풀은 생명력이 무척 강합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죠. 긍정적인 풀의 생명력 덕분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듯 어떤 조건에서도 행복을 찾아낸다면 살아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겁니다.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박웅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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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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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전에 출판된 책인데 이제서 읽는다. 아마도 그동안의 샌델 교수의 모든 저서들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총 집결된 이야기가 아닐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실로 공존하기 어려운 이념들이다. 자본주의는 철저히 ‘돈’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만,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치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권한을 주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

요즘 현실에 빗대어보면 과연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책에도 나오지만, ’대중과 부자의 의견이 갈릴 때는 부자의 의견이 채택’된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 나라의 정책이나 심지어 직장에서도 나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느낌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샌델교수가 얘기하는 작금의 민주주의 사회의 문제는 세계화, 금융화, 능력주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경제 무대가 세계적인 스케일로 커지면서 외국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생산비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정체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또한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은 해당 국가의 자국 경제 통제력을 약하게 만들고 금융위기를 촉발하게 됐다.

기업들이 전통적인 기업운영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존 자산의 미래 가치를 추정하는 방식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실물경제에 투자되는 금용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금융 공학에 투자되는 규모가 늘어나게 되자 경제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게 되었다. 장기 투자 대신 주식 매입 같은 단기 투자로 자본을 돌리는 식이 대표적이다. 이로서 빈부격차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불평등이 확대는 성공을 바라보는 태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능력주의다. 이는 샌델교수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도 잘 기술되어 있다. 실제 현실에서는 기회가 전혀 평등하지 않게 때문이다.

샌델교수는 작금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재정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결론짓는다.

‘경제를 잘 다스린다는 것은 국민총생산을 극대회하고 경제 성장의 열매를 적절하게 분배할 방법을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서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실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다운 답변이다.

책 읽는동안 머리가 빠게지는 줄 알았다. 생각할수록 답이 없다. 정의롭게,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면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내가 응당 누릴만 해서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텐데. 그렇다면 과연 ‘정의’가 무엇인지, ‘공정’하다는 게 뭔지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야 하니...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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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제는 세계화, 금융화 그리고 능력주의라는 세 축으로 형성된다. 그 해법은 시민의 자유가 무엇인지, 시민은 어떤 의식을 갖고 사회적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샌델 교수는 우리의 사회적 삶을 감싸고 있는 자본의 힘에 대해 시민의 민주주의적 역량으로써 어떻게 대항하여 ‘모두가 바람직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공공선 또는 공동선을 창출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이것이 샌델 교수가 이 책에서 집중하고 있는 정치경제학의 목표이며, 우리가 모르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마이클 샌델, 이경식, 김선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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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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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정말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거구나 알 수 있게 해준 소설. 일본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친절한 상황설명이 소설 속의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작가의 필력이 근사했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인듯.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이 내돈과 남의 돈을 구분짓지 못하고 그저 잠깐 빌려쓰고 돌려놓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 기 시작하면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생각해보면 카드를 아무생각없이 사용하는 것도 그 비슷한 맥락 아닌지. 물론 규모있게 잘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나 쉽게 ’지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는 돈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가치관이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또한 돈 이야기와 더불어 요즘의 현대 부부들이 겪을만한 일반적인 문제들이라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했다.

서로 다른 가정환경, 경제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부부가 되어 함께 가계를 꾸려가다보면 역시 돈에 대한 의견도 협의를 해야함은 물론이요, 자녀를 훈육하는 방식이나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어야 할 터.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무조건 강요하는 관계라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곪은 상처가 터지듯 잠재된 문제들이 일시에 드러나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되고 말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크게 터지기 전에는 그 누구도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감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모처럼 흥미진진한 일일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빠져들어 읽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돈에 의지해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자못 의문이 들었다. 이것도 돈 없는 사람이 하는 자조에서 나온 편견일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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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가짜 달을 보며 찍었는지, 달 모양 위에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껏 포즈를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물론 그것은 종이가 아니라 나무로 만든 달이었던 것 같지만,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종이달’은 너무나도 이 소설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종이달’이 ‘가짜’와 ‘가장 행복했던 한때’를 중의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면.

종이달 | 가쿠타 미츠요, 권남희 저

#종이달 #가쿠타미츠요 #위즈덤하우스 #횡령사건 #일본소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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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 의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0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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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울하고 슬픈 소설, 카프카의 ‘변신’
우리네 부모님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신세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고.

가족들을 위해서 뼈빠지게 일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 때문에 오히려 가족들에게 짐이 되어버린다면?

나 하나에만 매달려서 생활하고, 나 없으면 큰일날 줄 알았던 가족들이 살기위해서 직장도 다시 나가고, 남의 집 일도 하러다니고, 있는 능력 없는 능력 다 발휘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살고있다면?

나를 보살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가족들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이제 나를 가족 구성원 위치에서 놓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사라져주기만을 바라고 있다면?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우울하다. 결국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들은 근심을 덜어낸 가쁜한 마음으로 다가울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가족여행을 나서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책을 읽고나서 드는 의문.
자,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족들에게만 매달려서 아둥바둥 살다가 끝나는 것은 정답이 아닌 것 같고, ‘그들에게 내가 없어도 큰 일 나지않는다’는, 얼마간은 느긋하고 평안한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가족이 서로의 등에 빨대꽂아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는 존재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자식이라고, 부모라고, 함부로 당연한듯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요즘인듯.

과연 어디까지 해야하는가가 문제인데... 최근들에 내가 고민하는 부분도 이것이라 책 읽고나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너무 많았다. 심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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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침대 속에 피곤한 몸을 던져야 했던 시절, 그러니까 싸구려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하던 시절에는 아늑한 자기 집 안방에서 식구들과 오손도손 나누는 대화가 무척 그리웠는데 그러한 대화는 이제 그레고르의 눈앞에서 전개되지 않았다. 지금은 극히 조용한 분위기뿐이었다. 아버지는 저녁 식사만 끝나면 곧 소파에 앉아 잠이 들었다.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서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어머니는 몸을 불 밑으로 깊숙이 숙이고 양장점에서 주문받은 화려한 속옷을 바느질했다. 여점원으로 취직한 누이는 행여 더 나은 직장이라도 얻어볼까 해서 저녁마다 속기와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아버지는 이따금 눈을 뜨고는 이제까지 자고 있었던 사실을 조금도 의식하지 못하듯이, “당신은 오늘도 너무 오래 바느질을 하는구려!” 하고 어머니에게 말을 던지고는 이내 다시 잠들었다. 그러면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피곤한 미소를 서로 주고받았다.

변신 · 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이덕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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