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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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좌뇌의 지배를 받던 총망받는 30대 뇌과학자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뇌과학 연구의 전문가이다보니 낙담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특이한 자신의 이력을 기뻐하며 증상이 일어났을 때부터 차근차근 자기 몸의 상태를 관찰하고 어떤 상태인지 짐작해보기로 한다.

결국 8년간의 재활과정을 거쳐 완치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인간승리의 기록. 이 과정을 환자이자 뇌과학자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설명한다.

작가는 완치에 이르는 과정 중 좌뇌와 우뇌의 균형있는 개발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았다. 보통 분석하고 판단내리며, 언어로 표현하는 활동들은 좌뇌에서 주로 담당하고, 우뇌에서는 느끼는 것, 공감하는 것, 평화로운 마음이 되도록 하는 데에 관여하는 편이라는 것.

치료과정과 회복과정 중에 본인의 처지를 불안해하고 비관하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우뇌를 활성화시키는 훈련을 통해서 본인스스로의 뇌를 다스리고 평화로운 마음이 되도록 개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기술한다.

책의 말미에는 평화로운 마음이 되도록 우뇌를 활성화하는 방법들을 몇 가지 소개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후각을 통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를 맡는다든지 비를 맞으며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방법 등이다.

뇌과학자가 직접 뇌졸중을 겪고 이겨내는 과정을 쓴 책은 처음인듯. 무척 새롭고 설득력있게 들렸다. 뇌졸중 환자가 아니라도 좌뇌를 너무 혹사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좌뇌와 우뇌의 균형있는 사용과 개발은 무척 필요한 활동인듯 하고. 도움이 많이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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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뇌졸중이야! 내가 뇌졸중에 걸렸어!’

그리고 다음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우아, 이거 멋진데!’

일시적으로 황홀한 마비 상태에 빠졌다. 내가 이렇게 복잡한 뇌의 작용을 예기치 않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 실은 다 생리적 이유를 알고 있어서였다는 생각이 들자 묘하게 우쭐한 기분이 되었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자신의 뇌 기능을 연구하고 그것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진 과학자들이 얼마나 될까?’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질 볼트 테일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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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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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대에 토머스 모어가 생각한 이상국가론. 유토피아 안의 모든 사람들은 의식주 걱정 하지 않고, 반짝거리는 보석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금은보화보다는 실용적인 물건들을 이것저것 만들 수 있는 철을 더 귀하게 여긴다.

아픈 사람들도 병원에서 기꺼이 치료해주고, 부모의 직업을 대체로 세습받긴 하지만 원하는 경우에는 다른 직업을 갖기위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여행할 때에는 시장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돈을 들고다닐 필요 없이 정해진 노동시간만 채워서 일하면 먹을 것을 받을 수 있다.

식사할 때는 나이든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이 섞어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세다간의 교통과 화합을 위한 조치 같다. 이 부분은 아마도 많은 현대인들의 반발과 소화불량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지만.

16세기 허경영스러운 발언인가 싶기도. 당시는 15세가 말부터 인클로저 운동을 통해 농민들이 농사지을 땅을 빼앗기고 먹고 살 일이 막막해서 억지로 도시노동자로 일을 할 수밖에 없던 시절. 공산주의사회같이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공동소유를 기본으로 하는 정의와 평등을 꿈꾸는 분위기였다는 것.

특히 절대왕정시대와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신분제에 대한 반발과 자유로운 인문주의적인 이상과 기독교 정신의 융합이라는 화두가 ‘유토피아’를 만들어내는 배경이 되었다.

토머스 모어는 본인이 변호사 일을 하고있음에도 책 속에서 변호사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나와서 잠시 웃었다. 책 속에서는 라파엘이라는 사람의 입을 통해 ‘유토피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전해 듣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나름 치밀하게 나라의 전반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구석구석까지 설명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현시대에 만족스럽지 못한 면을 개선한 이상향을 그리게 마련인데, 2023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봤다. 가능하든 아니든 발칙한 상상일지라도 할 수 있다는건 어찌됐든 현실의 삶을 아득바득 힘써 살고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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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사람 중에서는 아무도 생계 문제 해결을 놓고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돈 벌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끊임없이 바가지를 긁히는 일도 없습니다. 아들이 가난하게 살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딸에게 해줘야 할 결혼 지참금을 염려하지도 않습니다. 도리어 그들은 자기는 물론이고 가족 전체의 생계와 행복이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음을 확신하며 살아갑니다. 아내와 자녀, 손자, 증손자, 고손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귀족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 즉 모든 자손이 자자손손 아무 걱정 없이 풍요롭게 잘 살아가는 것 역시 확실하게 보장됨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 들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일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똑같이 보장받습니다.

유토피아 | 토머스 모어, 박문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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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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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웬만한 자기계발서 읽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 있고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 최태성 선생님이 이런 분인 줄 몰랐다는게 너무 부끄러웠다.

역사를 ‘가르치려’들지 않고 본인이 성찰한 내용을 조곤조곤 부드럽게 들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더 설득력있었다는. 부드러움 속에 들어있는 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역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어떤 목소리로 주장하는가도 그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역사라는 주제이기에. 역사를 잘 알지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느끼게 하는 것에 그치치않고 알고싶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힘이 이 책이 값지게 생각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큰아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역사학도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기대를 살짝 품러보면서 행복하게, 가슴 벅차하며 읽었다. 주변에 마구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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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존경받아 온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다 보면 자긍심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나 만나지 않잖아요. 역사가 증명한 사람들을 만나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쫓아가다 보면 그들이 굉장히 단단한 중심을 갖고 삶을 살아냈다는 걸 느낄 겁니다.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갔기 때문이죠.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보낸 시간을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그 시간을 들여다보면서 내 앞에 놓인 시간을 어떻게 쓸지 생각하게 되니까요.

역사의 쓸모 | 최태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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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1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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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극강의 미니멀리스트이자 본인이 주장하는 바를 직접 증명해보이기 위해 극한의 환경 마다하지 않는 무대뽀 실천가. 내가 느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괴짜로 불릴만큼 남다르고 깐깐해보이는, 본인의 원칙에 치밀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자연이 좋아서 문명을 버리고 숨어들었다기 보다는 본인이 찾고자하는 진리와 신념을 실재로 구현하기 위해 직접 본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실수도하고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원래부터 기본적인 의식주에 허레허식이 없고 냉철할 정도로 합리적인 사람이었기에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계절이 바뀌는 모습, 얼음이 녹으면서 들리는 굉음, 숲속의 동물들을 관찰하며 감정이입하는 부분 등 동화같은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다. 실재로 자연 속에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을 묘사와 표현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월든에서 한 10년쯤 살았나 했는데 겨우 2년 남짓 살고나서 쓴 작품이라는 것에서 살짝 실망. 다분히 월든에서의 삶은 ‘실험적인’ 것이었구나 싶은 느낌. 책 읽기 전에 막연히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삶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인가 기대하고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구나 싶었다. 당시 시대상으로는 소로의 이런 이야기가 반향을 일으킬만한 이야기였을까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요즘 정서로는 감동할만한 포인트가 살짝 부족하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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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진리를 먼 곳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태양계의 외곽에, 가장 먼 별 너머에, 아담 이전에, 최후의 인간이 사라진 이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로 영원 속에는 진실하고 고귀한 무엇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과 장소와 계기는 지금 여기에 있다. 하느님 자신도 현재 이 순간에 영광의 절정에 달해 있으며, 어느 시대가 지난 후에도 지금보다 더 거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실재의 세계를 계속해서 우리 내부로 침투시켜 거기에 흠뻑 몸과 마음을 적심으로써 비로소 숭고하고 고결한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덕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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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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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창작한 유명한 작품. 고갱의 전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을 볼 때는 그냥 독특한 예술가였구나 하는 느낌 뿐이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고갱의 부인이나 그가 거쳐간 여인들의 심정이 어땠을까를 감정이입하면서 생각해보니 세상에 이런 이기적이고 나쁜 남자가 없구나 싶은 분한 마음까지 들었다.

독특하고 열정 넘치는, 거기다 재능까지 겸비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러나 그런 사람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예술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 그런 사람들 옆에서 배우자로 남아있는 사람은 정말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 같다.

그림이나 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철학과는 또 다른 경지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몰입해서 평생을 거는 사람들은 정말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인 듯. 고로, 내가 그들을 이해해는 것은 아직은 내공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냥 어렵고 어색하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예술에대한 그들의 열정과 욕망을 이해하기엔 내가 가진 일반적인 수준의 도덕과 윤리, 도의 같은 것들이 그들의 예술성에 대한 평가보다 앞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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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청동탑에 갇혀 신호로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 머릿속에는 전하고 싶은 생각들이 들끓고 있음에도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따위인 것이다.

달과 6펜스 | 서머셋 모옴, 송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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