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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삽니다
장양숙 지음 / 파지트 / 2022년 3월
평점 :
마음을 삽니다 | 장양숙
아, 연휴 마지막 날 편안한 마음으로 집어든 책에 크게 한 방 맞았다. 눈물 콧물 줄줄 흘러서 머리가 다 아프다.
6살 때 휴가나온 군인 외삼촌 마중나갔다가 사고로 다리 한 쪽을 잃고 평생 ‘절뚝발이’로 살아야 했던 한 여인. 장애와 더불어 찢어질듯한 가난과 싸우며 가장으로 식구들을 홀로 부양한 그녀의 실제 인생이야기다.
고생한 사람들 정말 많고, 그런 인생스토리를 담은 책들은 많이 봐 왔지만, 이 책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이런저런 표현들이 그냥 입으로 하는 말처럼 편하고 친숙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쓴 책이 아닐까 싶은데 읽기 편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책의 마지막에 돌아가신 시어머니, 부모님, 남편, 딸, 자신의 사고 때문에 비관하여 자살한 외삼촌에게 남긴 짧은 글들이 있는데, 그 부분 읽다가 또 한 번 터졌다.
장애인 직업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저자의 소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내 처지에 감사하는 마음 가지며 살자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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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사람들은 나를 마주칠 때마다 혀를 찼다. 인물 버렸다며 대놓고 불쌍하단 소리까지 했다. 어린아이지만 동정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불쾌하고 서러웠는지 모른다. 제발 모른 척해 주기를, 그냥 지나쳐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를 아프게 한 모든 사람들은 나의 이웃이었고 친구였다. 하지만 나를 진정 아프게 한 것은 그들의 동정 섞인 배려였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장애인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죽어도 모를 것이다. _27쪽
교통사고로 얻은 것이 많았다. 누가 뭐라 해도 위축되어 포기하는 일이 없다. 넘어져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친구가 당연히 너도 할 수 있다며 손을 내밀어 주었던 것처럼, 자전거 페달을 밟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나는 받은 손길을 다시 내밀어 주며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달렬갈 것이다. _40쪽
넘어지면 안 되는 삶이다. 남편이나 딸아이가 보기에 용감하기만 한 나는 절대로 넘어지면 안 된다. 가족에게 든든한 나무가 되어 쉴 수 있는 그늘의 역할을 할 때까지 넘어지지 않고, 그들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나도 떄로는 쉬고싶다. 그리고 넘어졌을 때 잡아 줄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하늘은 나보고 주인이 되어라 한다. 다른 이들의 쉼터가 되어라 한다. 내 처지를, 내 운명을 순응해야 했다. _68쪽
우연히 접하게 된 사연에 나는 통곡하며 울었다. 얼마나 울었던지 다음 날 아침에는 눈이 부어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픔을 가진 사람들만이 아는 눈물이었다. 나보다 기막힌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내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 눈물과 한이 있다. 헤어릴 수 없는 아픔이 있다. 내가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보다 더 아픈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아픔을 가지고 살면서도 웃어야 하는 사람들. _63쪽
힘들게 살아왔지만 어루만져 주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를 자식으로 둔 부모님이다. 나를 가족으로 둔 형제들이다. 나를 보며, 장애인만 보면 마음이 아팠을 가족들. 내가 다 아플 테니, 제발 더 이상은 아파하지 않기를. _196쪽
이제 엄마 삶을 다시 만들어 나아가려 해. 엄마는 글을 쓸 것이고 세상을 천천히 다시 읽어볼 거야. 하루하루 소중하게, 세상과 손잡고 살아가려고 해. 세상이 엄마를 아무렇게나 팽개쳐 놓고 달아났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이만큼 데리고 왔더구나.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세상이 아름답다. _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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