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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2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8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오늘로 [악마의 시] 두 권을 다 읽었다. 2편은 전편보다 읽기가 수월했다. 이슬람교도들과의 논란을 일으킨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인 흐름과 이면에 심어놓은 작가의 의중을 찾아보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전체를 다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어렵다 싶은 부분은 고민없이 그냥 읽고만 지나가는 걸로 남겼다. 일종의 호구지책?
1편 후반부에서 자발적 친영국주의자 악마 살라딘은 머리에 뿔이 돋고 악마같은 형상으로 변하는 외모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영국인들의 사회 안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태생적인 한계, 영국사회의 보수성과 불합리를 깨닫기 시작하며 점차 정체성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영국인들에게 고초를 겪을 것을 알면서도 나몰라라 했던 지브릴에게도 복수심을 느낀다.
천사의 모습으로 후광과 함께 사람들 앞에 나타나 숭배와 복종을 강요하던 지브릴은 오히려 비웃음을 받게 되자 분개하며 점차 악마성을 띠게 된다. 또한, 시시때때로 환각에 빠져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이 꿈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작가가 이슬람교도들의 표적이 되게 할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인듯 하다).
그는 비행기 테러로 자신이 죽은 줄로 알고있던 연인 에베레스트 등반가 알리 앞에 나타나 본격적으로 연인관계를 맺게되고, 예전 연기자 생활에 도움을 주던 친구들과도 다시 만나 재기를 노린다. 그러나 그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고 하는 작품마다 실패한다. 복귀를 준비하며 다시 방탕한 생활을 하는 지브릴 때문에 알리와의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살라딘은 매체에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지브릴에게 접근하여 본인이 가진 성우의 재능을 활용하여 ‘알리가 다른 남자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고, 질투와 의처증이 심한 지브릴은 알리에게 미행을 붙이는 등 심하게 불안해한다. 본인이 보는 환각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존재는 수많은 여자들 중 오작 알리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리는 점차 지브릴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시작한다.
다시 예전 생활에 안정적으로 복귀해서 바쁜 생활을 하던 살라딘은 평생 척을 지고 살았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영국에서 고향 인도로 날아간다. 크고 엄격해기만 했던 아버지 때문에 인도인임을 버리고 영국인이 되고자 그렇게 노력했는데, 마침내 아버지와 화해하고 마음속에서 교감을 나누게 돤다. 이로써 살라딘은 영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본인의 과거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도로 머무는 동안 오래전 부인 캐서린과 냉랭한 시기에 만난 첫 인도인 애인과 재회한다.
한편, 지브릴은 실패와 환각이 심해지면서 예전 자신과 불륜관계에 있다 알리 때문에 질투로 투신했던 유부녀가 떨어진 바로 그 아파트에서 알리를 밀어 살해한다. 그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하나 남은 친구 살리딘을 찾아오고, ‘알리를 밀어버린건 내가 아니라 나를 과롭히는 불륜녀였다’면서 자기가 알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횡설수설 하다 결국 권총으로 자살한다.
작가는 지브릴과 살라딘의 이야기를 대비시켜 전면에 진행하면서 그 이면에 종교의 맹목성, ’신의 뜻‘이라 전해지는 것들의 모호함에 대해 말하려 했던 듯 하다. 살만과 마훈트의 결별 이유기 됐다는 ‘악마의 시’ 이야기나 신의 예언이라며 갈라지는 바다를 향해 무모한 걸음을 걷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율법이라 믿는 규제들이 과연 오롯이 신의 뜻인 것일까? 종교를 무기로 맹목적인 복종과 억압을 가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행동인가? 천사와 악마라 규정한 것들도 어느 순간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을.
술술 명쾌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작가 살만 루슈디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해준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부커상을 비롯해서 그의 많은 작품들이 줄줄이 호평일색이라 과연 그런 책들도 [악마의 시]만큼 접근하기가 어려울지 궁금하기도 하고— 피곤함이 좀 다시고 여유가 생기면 한 번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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