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05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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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

이게 뭔가 파격적인 도입부에 정신팔려서 전체 스토리 이해하는 데에도 한참 걸렸고, 1부에서 읽었던 구절이 2부에서 똑같이 반복되기에 잘못 만들어진 책인가? 의심하면서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기도 했고.

마지막에 뫼르소에게 사형이 구형되는 이유가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반응하지 않고 상식적인 사회규범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한 사람을 사형으로 몰아가는 공개적인 이유가 된다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무감각하고 냉랭하기만 하던 주인공이지만 자연을 묘사할 때는 섬세하고 온화한 느낌이 물씬물씬 감성적이어서 그의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상상해보는 재미와 함께 묘한 대비가 눈길을 끌었다.

작품 뒤에 붙은 해설을 참고하자면, ‘『이방인』은 젊은 시절의 알베르 카뮈가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탐구한 소설이다. 뫼르소는 소설 속에서 “인생은 애써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고 한다. 당시 20대였던 가난한 청년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심각한 회의와 허무를 표현하고 싶었던 듯 하다.

쉽게 읽을 수 있겠다 했다가 뜻밖에 오랜시간 생각이 머물러있던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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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피고인인 당신이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 집행을 당한들 뭐가 중요해요? 살라마노의 개는 그의 아내만큼 가치가 있어요. 그 자동인형 같은 작은 여자도 마송이 결혼한 파리 여자나 내가 결혼해 주길 바라는 마리와 마찬가지로 죄인이에요. 레몽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인 셀레스트와 마찬가지로 내 단짝 친구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마리가 오늘 다른 뫼르소에게 제 입술을 내준들 뭐가 중요해요?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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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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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자기계발서. ‘열심히 하면 너도 할 수 있어!’ 하고 부추기기 보다는 ‘왜 그게 하고 싶은데?’ ‘왜 거기에 신경쓰는건데?’ 하고 되묻는 책이랄까. 한 마디로 쓸데없는 것에 목매고 쫓아다니지 말고 집중해야 할 것들에 전력을 다하란 말씀.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신경끄기’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이다.

#1 신경 끄기는 무심함이 아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꺼져”라고 말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에 쓰기 위한 신경을 따로 남겨 놓는다.

#2 고난에 신경 쓰지 않으려면, 그보다 중요한 무언가에 신경을 쓰라

-우리 인생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길일 것이다.

#3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항상 신경 쓸 무언가를 선택한다

-“애쓰지 마.”

신경 끄기의 기술 | 마크 맨슨, 한재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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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관계의 기술
김달 지음 / 빅피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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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작가분 뭐지? 어떻게 이렇게 사람 마음을 꿰뚫어보는거지?' 연애얘기라 심드렁하게 읽기 시작하다가 자세 바르게 고쳐앉고 다시 읽게 된 책.

연애에 문제가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꼭 필요할, 그야말로 촌철살인, 냉정하지만 꽤 적확한 도움이 될 글들이 가득하다.

결정적인 순간,
네 곁에 있는 사람에 따라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일지,
나쁜 방향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너의 선택에 달렸다.

아, 그렇게 생각하고보면 내 행동 어느 하나 쉽게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만 같은데. 모든 인간관계가 다 어렵지만 연인관계, 부부관계만큼 힘들고 까다로운 것이 또 있을까.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젊은 사람들이든 나이든 사람들이든 아하~ 하고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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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에도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불을 잘 안 꺼서 불을 좀 꺼달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근데 오래 몸에 배어 있던 행동인 만큼 한 번에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아내가 다음번에 그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굳이 말하지 않는다. 한 달 정도 지났는데도 반복된다면 다시 얘기를 꺼내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이거 이렇게 하지 말랬지’라고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로서는 “미안해”라고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그런 부담을 주는 대신, 처음 말했던 것과 똑같이 “화장실 쓰고 나오면 불 좀 꺼줘”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알았어”라고만 하면 되도록 말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 사과하거나 사과받기를 고집하지 않아야 관계가 원활할 수 있다.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 김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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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8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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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악마의 시] 두 권을 다 읽었다. 2편은 전편보다 읽기가 수월했다. 이슬람교도들과의 논란을 일으킨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인 흐름과 이면에 심어놓은 작가의 의중을 찾아보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전체를 다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어렵다 싶은 부분은 고민없이 그냥 읽고만 지나가는 걸로 남겼다. 일종의 호구지책?

1편 후반부에서 자발적 친영국주의자 악마 살라딘은 머리에 뿔이 돋고 악마같은 형상으로 변하는 외모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영국인들의 사회 안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태생적인 한계, 영국사회의 보수성과 불합리를 깨닫기 시작하며 점차 정체성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영국인들에게 고초를 겪을 것을 알면서도 나몰라라 했던 지브릴에게도 복수심을 느낀다.

천사의 모습으로 후광과 함께 사람들 앞에 나타나 숭배와 복종을 강요하던 지브릴은 오히려 비웃음을 받게 되자 분개하며 점차 악마성을 띠게 된다. 또한, 시시때때로 환각에 빠져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이 꿈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작가가 이슬람교도들의 표적이 되게 할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인듯 하다).

그는 비행기 테러로 자신이 죽은 줄로 알고있던 연인 에베레스트 등반가 알리 앞에 나타나 본격적으로 연인관계를 맺게되고, 예전 연기자 생활에 도움을 주던 친구들과도 다시 만나 재기를 노린다. 그러나 그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고 하는 작품마다 실패한다. 복귀를 준비하며 다시 방탕한 생활을 하는 지브릴 때문에 알리와의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살라딘은 매체에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지브릴에게 접근하여 본인이 가진 성우의 재능을 활용하여 ‘알리가 다른 남자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고, 질투와 의처증이 심한 지브릴은 알리에게 미행을 붙이는 등 심하게 불안해한다. 본인이 보는 환각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존재는 수많은 여자들 중 오작 알리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리는 점차 지브릴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시작한다.

다시 예전 생활에 안정적으로 복귀해서 바쁜 생활을 하던 살라딘은 평생 척을 지고 살았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영국에서 고향 인도로 날아간다. 크고 엄격해기만 했던 아버지 때문에 인도인임을 버리고 영국인이 되고자 그렇게 노력했는데, 마침내 아버지와 화해하고 마음속에서 교감을 나누게 돤다. 이로써 살라딘은 영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본인의 과거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도로 머무는 동안 오래전 부인 캐서린과 냉랭한 시기에 만난 첫 인도인 애인과 재회한다.

한편, 지브릴은 실패와 환각이 심해지면서 예전 자신과 불륜관계에 있다 알리 때문에 질투로 투신했던 유부녀가 떨어진 바로 그 아파트에서 알리를 밀어 살해한다. 그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하나 남은 친구 살리딘을 찾아오고, ‘알리를 밀어버린건 내가 아니라 나를 과롭히는 불륜녀였다’면서 자기가 알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횡설수설 하다 결국 권총으로 자살한다.

작가는 지브릴과 살라딘의 이야기를 대비시켜 전면에 진행하면서 그 이면에 종교의 맹목성, ’신의 뜻‘이라 전해지는 것들의 모호함에 대해 말하려 했던 듯 하다. 살만과 마훈트의 결별 이유기 됐다는 ‘악마의 시’ 이야기나 신의 예언이라며 갈라지는 바다를 향해 무모한 걸음을 걷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율법이라 믿는 규제들이 과연 오롯이 신의 뜻인 것일까? 종교를 무기로 맹목적인 복종과 억압을 가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행동인가? 천사와 악마라 규정한 것들도 어느 순간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을.

술술 명쾌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작가 살만 루슈디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해준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부커상을 비롯해서 그의 많은 작품들이 줄줄이 호평일색이라 과연 그런 책들도 [악마의 시]만큼 접근하기가 어려울지 궁금하기도 하고— 피곤함이 좀 다시고 여유가 생기면 한 번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악마의시 #살만루슈디 #김진준옮김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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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니?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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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세밀화로 그려낸 잔잔하고 의미있는 동화책.

1922년 해주에서 태어난 정자씨.
한약방집 외동딸로 태어나 아버지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랐고, 책을 좋아하고 글 읽으며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꿈 많은 소녀였다.
일본순사의 눈을 피해 어린 나이에 서둘러 결혼할 수밖에 없던 그녀는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 부모님을 만나러 가겠다’는 편지를 부치며 부모님을 그리워하지만, 갑작스런 전쟁 때문에 부랴부랴 정신없이 피난길에 오른다.
인천 강화도에서의 피난민 생활. 그녀는 난생처음 담배장사, 두부장사를 하며 아이들을 굶기지 않기위해 발버둥친다. 노력 끝에 허름한 집도 한 채 장만하여 가족들끼리 벽돌을 구워 집을 수선하며 행복해 할 즈음, 양조장 말아먹고 첩질까지 했던 남편이 병으로 죽고 홀로 아이들을 키워야 할 운명에 처한다.

비슷한 시기에 성주에서 태어나 1969년에 남편을 읽은 월순씨.
병든 남편을 지성으로 보살피던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에도 삯바느질 하며 근근이 아이들 다섯을 키운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밥상.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 뿐이었기에 외지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부엌에서 정성을 다한다. 아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첫월급으로 내복 선물을 했던 날, 혼자 남은 겨울밤이 내내 따뜻했고 흘러가는 세월이 마냥 아깝기만 했다.
가장 먼 곳으로 결혼해서 가버린 둘째 딸이 아기를 낳고, 그 딸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꽃단장하고 길을 나선다.

두 할머니들은 이 날 두 번째로 만난다. 외할머니는 직접 만든 아기옷을 품고, 또 다른 할머니는 친손주를 위해 모자를 뜨고 녹두베개를 만들어 들고.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해주었듯 오동나무를 심고 그녀들이 키운 아이들의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살기를 기원한다.

아…
바로 내 할머니의 삶이 아닌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마음이 먹먹했고 마지막 징을 덮고서는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그림책을 볼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같이 무감각하게 들릴테지 싶은 생각에 다소 못마땅하기도 하다가, 한편 이런 찡한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자랄 그 아이들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그림책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지면서 그 시절의 경험들이 계속 공유되고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려웠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 덕택에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었던 시대.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이 어떤 마음으로 당신들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보살펴왔는지 알 수 있은 증거들이 담긴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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