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6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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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에 쓰여진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당시에도 많은 학생들이 학업과 진학 때문에 고민했고, 학생의 인간적인 행복보다는 주입식 교육과 군대식의 확일적인 가르참을 우선하는 교육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나름 작은 시골마을에서 공부잘하는 영특한 아이로 인정받던 한스는 낚시와 수영, 선책, 아웃들과의 덤소를 좋아하는 행복한 소년이었다.

주 시험에서 당당히 2등을 차지하며 신학교에 입학하여 탄탄대로 깔린 화려한 미래를 보장받는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함께 하는 친구들 중에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약삭빠른 녀석, 공부 스트레스와 다른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자살 혹은 사고사 한 녀석들도 있었다. 또한, 상당히 똑똑하지만 기괴하고 반항적인 행동으로 교사들과 사이가 좋지않은 이상한 녀석도 하나 있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헤르만 하일러. 아마도 작가 헤르만 헤세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사건들로 하일러가 학교에서 쫓겨나자 한스도 점차 학업성적도 떨어지고 산경쇠약에 걸려 결국 퇴학당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타락한 퇴물신세로 마음둘 곳 없던 한스. 잠깐 시골마을 친척을 방문하러 들른 예쁜 도시처녀에게 농락당해 순정을 다치기도 한다.

결국 마음을 수습하고 친구가 다니는 기계공장에 견습공으로 다니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자기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기쁨,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술 한 잔 나누면서 이야기하고 떠드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술에 만취한 후에 집에 돌아갈 걱정, 무서운 아버지에게 한심한 녀석 취급 받을 현살에 대한 두려움, 자기를 놀리고 떠나버린 여인에 대한 그리움 등등을 안고 괴로워하던 한스는 다음 날 익사체로 발견되고 만다.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모를, 갑작스럽고 외로운 죽음.

시골마을의 풍경과 마을사람들에 대한 정겨운 묘사로 시작하는 덕분에 이렇게 어이없는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씁쓸하다. 한스의 비극은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한스는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신경쇠약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던 수영과 낚시를 멀리했다. 학교에서 원하는 인간형이 되기위해 노력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아이들애개 어떻게 살라고 말해줘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다.
자연과 다정한 이웃들 속에서 행복하고 충만하던 한스의 모습이 정답 같기도 하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그렇게 살았다면 과연 그가 행복했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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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한 시민이나 성실한 관리가 된 대다수 사람들도 그와같은 학교의 노력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난폭한 혁명가가 되었거나 자기 견해는 전혀 없이 하잘것없는 생각이나 일삼는 공상가가 되었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소년들의 내면에는 무뚝뚝하고 야만적이고 난잡하고 거친 데가 있다. 우선 그것을 깨뜨려야 한다. 또 내면에 피어오르는 위험한 불을 꺼야 한다. 자연이 만든 본연의 인간은 측량해볼 수도 없고 확실하지도 않으며 어딘가 불온한 데가 있다. 그것은 미지의 산에서 흘러내리는 거친 물살과도 같고, 길도 질서도 없는 원시림이다. 원시림을 개척하여 힘으로 제어해야 하는 것처럼, 학교도 타고난 그대로의 인간을 무너뜨려 굴복시키고 힘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의 사명은 정부가 승인한 원칙에 따라서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사회의 유능한 일원으로 변화시켜 잠재된 개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결국에는 빈틈없는 군대식 훈련을 통해 훌륭하게 완성된다.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송영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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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바스티앙 루키아 지음, 김희진 옮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원작 / 미메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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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그래픽노블) |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루키아 (지은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원작), 김희진 (옮긴이)

두 권짜리 러시아 대작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수와 어려운 이름들로 인해 도저히 큰 줄거리가 잡히지 않을 때, 잠깐잠깐 힌트삼아 함께 읽은 그래픽노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그래픽노블 작가가 고민을 정말 많이 했구나, 긴 이야기를 이렇게 포인트를 잡아 요약할 수도 있구나 감탄했다. 적절한 장면 묘사와 감정의 극대화를 몰고가는 이미지들이 원작과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방면의 예술이라는 느낌. 어두운 분위기의 원작 느낌을 물씬 담아내는, 그러면서도 섬세하게 구석구석 표현해는 재주가 탁월한 그래픽노블.

#죄와벌_그래픽노블 #죄와벌_도스토예프스키 #미메시스그래픽노블 #바스티앙루키아 #표도르도스토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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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선사해준 사람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살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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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 대통령과 영부인의 주도로 공공사업국에서 1935~1943년에 실시했던 ‘이동 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골 마을 베일리빌에 이동 도서관이 생기고, 서서를 모집한다. 어찌저찌 모인 다섯 명의 사서는 미국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시집온 영국인 앨리스 반 클리브, 베일리빌에서 안 좋은 쪽으로 명성을 떨쳤던 밀주업자의 딸 마저리 오헤어, 남자 형제만 있는 집안의 외동딸로 자란 베스 핀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이지 브레이디, 유색인 소피아 켄워스.

이렇듯 각기 다른 배경과 성향을 가진 다섯 명의 여성 사서들은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채 바보 같은 인형처럼 그저 예쁘게,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동 도서관 사업을 통해 서로를 만나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잊고 있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믿음을 키워 나간다. 또한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개척해나가며 고난이 닥쳐와도 서로를 홀로 고통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우정과 애정을 보여준다. 이는 스스로가 알을 깨고 나오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무엇을 위해 맞서고, 무엇을 위해 희망하고 사랑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자신의 선택을 믿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조조 모예스 작품들 다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은 내 취향은 아닌듯. 미국 켄터키 주의 이동 도서관 프로그램과 사서들 이야기인데, 당시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인종차별 등이 맞물리면서 그녀답지 않은 깝깝하고 지지부진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몇 눈에 띄긴 했지만 전번적으로 살짝 지루했다는. 글쎄, 미국사람들은 자기들 얘기니까 뭐, 좋아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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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국의 이동 도서관 프로그램은 1935년부터 1943년까지 운영됐다. 이용이 가장 활발하던 시기에는 수십만 농촌 가구에 책이 전달되었다. 그 후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개설된 적이 없었다.

켄터키주 동부는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남아 있다.

별을 선사해준 사람 | 조조 모예스, 이나경 저

#별을선사해준사람 #조조모예스 #살림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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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류형정 지음 / 뜻밖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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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류형정

그림체와 글씨체와 메세지가 좋았던 책.
아무렇지않은 딱 나 같은 사람의 글과 그림. 한숨나게 답답하고 소심한, 갈팡질팡 못하는 주인공 ‘나’에게 감정이입하는 나를 본다. 수없이 많은 자잘한 일상 속에서 이야기 꺼리기 될만한 장면들을 뽑아내고, 적절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금방 다 읽었지만 몇 번 되돌리며 다시 읽었다.

#나만의색깔을만들어가는중입니다 #류형정 #뜻밖 #그림에세이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노랑표지가너무예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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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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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비애를 소재로 한 소설들을 몇 개 봤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실감나고 현실적인 작품인듯. 단편들이 모두 다 재미있다. 강추!

[막내가 사라졌다]
멀쩡히 회사 잘 나오던 막내가 갑자기 퇴사하겠다며 짐을 빼고 사라졌다. 관두고 나갈만큼 괴로움을 준 적 없다고 당당하던 동료와 상사들은 하나 둘 마음에 걸린가며 양심고백을 하게되고, 퇴직절차를 대리하러 수상한 차림의 사나이가 회사로 찾아온다.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 해외봉사 나간 엄마가 외국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의 뒤를 이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사회재단 NGO로 진로를 바꾼다. 가슴뛰는 일을 향해서. 그러나 현실은—

[전설의 앤드류 선배]
나이도 꽤 먹고 나보다 직급도 높은데 정말 무능한 선배에게 사사건건 태클 걸리는 나. 나도 회사 일에선 열심히 하려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때가 없는게 아니라서 그 선배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시때때로 쳐다는 사고는 어찌 다 수습해야할지 난감하다.

[재능의 불시착]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준은 회사가 불안정해졌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게 되자 서둘러 이직 준비를 한다. 딱히 특출날 것 없는 아력서를 들고 면접장에 들어셨는데, 아주 무례하고 모욕적인 취급을 받고 분개한다.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아내 대신 육아휴직을 하게되면서 하루하루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비현실적일만큼 훌륭한 남편 이야기. 읽다보면 눈물난다.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어린이집에서 만나게되는 예의없고 안아무인 학부모들 이야기. 당하기만 하던 교사의 통쾌한 반격이 시작된다.

[노령 반려견 코코]
회사에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한 사원 선우. 그의 인생굴곡을 함께하며 위로해준 사랑하는 애견 코코가 노령으로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 과연 애견의 마지막을 돌보기 위해 신청한 한 달간의 휴가는 이루어질 것인가.

[언성 히어로즈]
기댈 곳 하나없는 정글같은 직장에서, 사소한 후기 하나에도 울고웃는 자영업자의 치열하고 치사한 삶의 현장에서, 조용히 힘이되고 응원이 되어준 고마운 사람들 이야기. 직장일에 바빠 졸업식에 못오신 부모님을 대신해 참석해 준 떡볶이 할머니 이야기.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 바이오닉스’ 연구원님들 이야기. 고마워요 나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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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그른 것 같지만,
그래도 당신 덕분에 나는 불시착하지 않았다.

재능의 불시착 | 박소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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