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인사이드 에디션)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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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점 겸 레지던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쳐다보기만 해도 뭔가 신령스런 기운이 느껴지는 마이산이 배경이 되는 소설이라니. 그 동네를 아는 사람이 글을 썼구나, 내가 아는걸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빙긋 웃음이 났다.

마이산 인근의 작은 서점 겸 숙소, 말 그대로 북 스테이라니. 사무실을 떠나 낯선 곳에 여장을 풀고 뭔가 창조적인 일에 몰두한다는 거, 참 멋진 설정이다. 간혹 보이는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그런 느낌.

각자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여기 북 스테이로 모여든다. 인물들의 사연보다 인물들간 대화나 군데군데 인용된 베스트셀러들의 제목과 구절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대한 언급이 가장 흐뭇.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등장인물들이 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 끼어들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릴 수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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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2년 전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처음 읽었을 때, 마리를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마리가 지훈의 삶에 재등장하지 않았던 때였다. 지훈은 어느 하늘 아래 있을 마리를 상상하며, 이 책이 마리를 찾아가길 소망했다.

지훈은 알았다. 마리가 이야기 속의 광활한 늪지대에서 비로소 편안해질 거라는 걸. 카페나 와인 바에서 몇 시간 상대방과 떠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로를 받게 될 거라는 걸. 카야가 마리 곁에서 말없이 노을이 지는 것을 함께 바라보며 앉아 있어 줄 거라는 걸. 늪지에 해가 내려앉고, 온통 붉은빛으로 물드는 쓸쓸하고 외로운 시간을 함께할 거라는 걸. 책을 만나면 마리는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생길 거라는 걸. 카야에게는 뭐든 말해도 된다는 걸…….

책들의 부엌 | 김지혜 저

#책들의부엌 #김지혜 #북스테이 #마이산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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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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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중에 나왔던 공장식 축산과 동물권에 대한 아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 ‘어떤 동물이든 구하 주거나 자비롭게 죽여 주거나 둘 중 하나는 해주어야 한다’는 명제가 가슴을 때린다.

어릴 때 엄청 많았던 KFC가 어느 순간 사라져서 의야했던 기억이 있다. 그라고 더이상 KFC에 ’치킨‘이라는 니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도 솔직히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알지 못했었다.

책을 읽다보니 알게 됐다. 미국에서 KFC에 납품하는 엄청난 규모의 닭 도축 회사에서 정해진 도축방법이 아닌 잔인하고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닭들을 고문하고 괴롭힌 정황이 적발되었었다는 사실을.

자본주의가 점점 더 놀라운 고도의 경지로 발전하고 있는 와중에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흐름 안으로 동물까지 들어와버린 상황. 이런 공장식 축산환경에서는 인간도 절대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러운 환경과 성장촉진제 등의 약물로 쩔어진 채 도축되는 동물들을 먹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니까. 동물의 고통없이 죽을 권리를 논하는 것은 차자애 두더라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유기농‘이니 ‘방목’이니 하는 것들도 정해진 규정이 모호하거나 전무하고, 믿을 수 없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 이 와중에 동물들은 평생 하늘한 번 제대로 보지못하고 짧은 평생 전등불빛 아래서 알 또는 새끼를 생산만 하다가 죽어간다.

저자는 이러한 공장식 축산을 위해서는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취지에서 강력하게 고기를 먹지않는 채식주의자의 삶을 택했다. 물론 그런 이유 뿐만 아니라 동물들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크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개체수를 늘리는 것을 막기위래서도 육류소비를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나니 무척 심난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닭들이 시골집 마당에서 행복하게 자라다가 한 방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맛있는 음식으로 내 앞에 서빙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정말 몰랐다.

당장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종용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육류소비는 덜하게 될 것같은 느낌. 아, 심난하다.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회사에 같이 근무하는 비건 원어민 동료가 참 대단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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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의 도축실로 가는 길에, 죽음을 목전에 둔 돼지의 시선에 문득 놀랐다. (당신은 누군가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모습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 돼지는 내 망각을 담는 그릇이 아니었다. 그 동물은 내 관심을 담는 그릇이었다. 나는 그 점에서 위안을 느꼈고, 지금도 느낀다.

나의 위안이 그 돼지에게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것이 내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다. 지금으로서는 먹히는 쪽이 아니라 먹는 쪽의 입장에 서서 그렇게 빤히 다 알면서 고의적으로 망각할 수는 없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송은주 저

#동물을먹는다는것에대하여 #조너선사프란포어 #민음사 #공장식도축 #채식주의 #동물권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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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골드 에디션)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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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체육학과 대학원 진학해서 공부할 때 알게된 미국에서 체육학과 교수님으로 근무하시는 선생님께 처음 그릿 Grit 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뭔가했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깡’ ‘투지’ 뭐 이런 단어라고.

재능처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기 보다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고난을 이기고 계속 나아가는 힘 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기 때문에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희망적으로 들인다. 특히, 저자가 제시한 ‘성취=재능x노력2’ 이라는 설명에 스스로 고무됐다.

‘노력하지 않을 때 당신의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다. 재능이 기량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지게 해준다.’

그릿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훌륭한 팀 안에 소속되었을 때에도 만들어진다. 혼자서는 장거리 달리기가 힘들어도 여럿이 함께 하면 완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에서처럼. 팀 안에서 서로 경쟁하며 나 스스로의 ‘탁월성’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그릿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릿은 본받아지는 성질이 있어서 자녀에게 그릿이 있기를 희망하는 부모라면 스스로 먼저 용기와 끈기를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 자녀에게 지지와 존중, 적절한 요구를 할 줄 아는 현명한 훈육방식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한다.

좋은 메세지에 희망적인 신호를 가득 담은 베스트셀러 수밖에 없는 책인건 알겠는데, 그릿을 실제로 발휘하는 것이 내 생활에서도 책읽는 것만큼 잘 발휘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결국엔 ‘나를 이긴다’는 게 가장 근본일 터인데— 자, 이제 읽어서 알게됐으니 엉덩이를 일으켜서 달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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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이란 한 번에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흥미롭고 목적이 뚜렷한 목표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다. 매일, 몇 주씩, 몇 해씩 도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것이다.

그릿: 100쇄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앤절라 더크워스, 김미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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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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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을 읽은 후 자연스럽게 ‘몰입’에 관한 책으로 옮겨갔다.

저자는 외재적 목적성과는 다른 ‘자기목적성’ 개념으로 몰입을 설명한다. 일 자체가 좋아서 그 일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럴 때 몰입을 경험하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자기목적성이 높은 사람은 창조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이나 업무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인간관계,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몰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기목적성이 높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길었다는 결과도 흥미로웠다.

조사결과 몰입은 주로 과제의 난이도가 높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높을 때 주로 일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연구를 위해 ‘경험추출법’을 고안하여 활용했는데, 일반적인 질문지법과 달라서 특이했다.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이 책의 내용이랑 어울리는지는 약간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단순한 ‘집중’과 다른 정의의 ‘몰입’이라는 점이 새로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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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추출법(Experience Sampling Method), 줄여서 ESM이라고 부르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은 70년대 초반에 내가 시카고대학에서 개발한 것이다. ESM은 호출기나 프로그램이 입력된 시계를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미리 배부한 소책자에 해당 사항을 적어놓도록 요구하는 방법이다. 하루를 두 시간 단위의 토막으로 쪼갠 다음, 아침 일찍부터 밤 11시 넘어까지, 신호를 한 토막 안에서 예고 없이 불시에 보낸다. 신호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기입하고, 그 순간 자기의 심리 상태를 점수로 평가한다. 가령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어떤 충동을 느끼고 있는지,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따위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몰입의 즐거움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희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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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평행우주 에디션)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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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어디서 본듯한 도서관에서의 환상특급. 평행우주이론에 입각하여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나의 인생을 선택하여 하나씩 살아본다는 설정이 꽤 흥미롭다.

직장에서도 해고당하고, 한 명 뿐이던 피아노 과외학생도 끊기고, 하나뿐인 오빠와도 의절한 상태에다 키우던 고양이마저 사고로 죽어버린 노라. 자살을 결심하고 배회하던 중 19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주며 자신을 위로해준 도서관 사서 엘름 부인을 만난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는 사서는 노라가 후회하는 ‘선택하지 않았던 삶’을 하나씩 살아본 후 최고의 삶을 선택해보라고 권한다.

도라는 아버지가 원했던 유명수영선수의 삶, 파혼했지만 거의 결혼직전까지 갔던 전 남자친구가 원했던 선술집을 경영하며 기혼자로서 사는 삶, 오빠가 원했던 유명 뮤지선으로서의 삶 등 차례차례 살아보지만,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매번의 삶 속에도 배후자의 외도, 가족의 사고사, 동료의 배신 등 피하고싶은 괴로움과 불행이 도사리고 있었다.

결론은, 놓쳐버린 다른 삶을 후회하기보다는 지금의 내 삶에 층실하자는 것. 지금의 내 삶이 아무리 구질구질하더라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라는, 뭐 그런.

이야기 도입부가 흥미진진하게 시작된 것에 비하면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 뻔해서 살짝 실망스럽긴 했지만, 도서관에 꽉 찬 책들이 그렇게 선택에 선택을 거듭한 나의 인생 전체라니. 그 중 아무거나 하나 뽑아서 그 삶으로 들어가 잠시 살아볼 수 있다는거, 꽤 그럴듯하다.

이야기 진행이 약간, 아주 약간 영화 [이프 온리] 느낌이 나는 듯도 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몇 번을 반복해서 삶을 다시 산다는 설정. 그러나 매번 좋아지기는 커녕 더 끔찍한 결과를 만날 뿐이었던. 결말은 완전 다르지만 어쩐지 그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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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그녀가 말했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네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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