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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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 상관과 천방지축 여형사 그리고 까칠한 집사...그들이 돌아왔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후에 2』.속물 가자마쓰리 경부, 천방지축 여형사 호쇼 레이코 그리고 독설을 날리는 집사 가게야마...이 삼총사가 재등장해서 다시 한번 재미난 웃음과 진지한 추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단편집으로 기본 플롯은 전작과 동일하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자마쓰리 경부와 레이코 형사가 사건을 현장 수사하고 귀가한 레이코는 집사 가게야마에게 사건을 자초지종 설명한다. 그러면 안락의자 탐정격의 집사가 비상한 추리로 사건을 한순간에 해결한다. '아가씨는 그런 것도 모르냐'는 독설을 날리면서 말이다.

 

본격 유머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품이니만큼 본격 추리소설로서의 심도있는 컨텐츠로 접근하기 보다는 캐릭터와 분위기로 승부를 보는 소설이다. 사건이 발생해서 용의자가 좁혀지고 결국에는 범인이 밝혀지지만 트릭이 기발하다던지 추리적 깊이가 깊다던지 하지는 않다. 오히려 사건을 둘러싸고 세 주인공이 벌이는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는 모습들이 작품의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상관이랍시고 사건 현장을 지휘하면서 초등 수준의 어설픈 추리에 늘상 잘난 체하고 틈만나면 레이코 형사에게 집적거리다 망신당하는 재벌 2세 가자마쓰리 경부, 낮에는 경부에 채이고 밤에는 집사에게 무시당하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재벌가의 외동딸 호쇼 레이코 형사 그리고 비상한 추리와 독설로 무장한 까칠함의 대명사 가게야마 집사...   

 

근데 집사의 독설이 전작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좀 더 세야 제 맛인데...아마도 더 심했다간 밥그릇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나름 기대했던 집사와 아가씨의 은근한 로맨스가 없는 것도 아쉽다. 이게 첨가됐으면 더 재밌을텐데...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장면은 가자마쓰리 경부와 가게야마 집사와의 만남이다. 집에서만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던 가게야마가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지만 이 때는 다른 경부가 책임자로 나오고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둘 간의 만남이 이루어질 뻔했으나 이 때는 경부가 의식을 잃은 상태이다. 작가는 왠지 둘의 직접적인 만남을 원치 않는 것 같다.

 

평소 진지한 추리소설만 읽다가 오랜만에 가벼운 유머 미스터리를 접해서인지 나름 신선하고 재밌다. 본격 추리라는 기본 포맷에 개그 코드를 곁들인, 물과 기름같은 이질적인 두 장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작가의 재능이 놀랍다. 많은 복선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구성도 좋고...히가시기와 도쿠야식 유머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이고 진지한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도 한번쯤 이러한 가벼운 책을 집어 보는 것도 기분 전환 및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그새 일본에서 3편이 나왔다고 하니 국내에도 발빠르게 출시되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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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혹의 죽음과 용도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6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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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히로시의 S&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제6탄. 일단 제목부터가 난해하다.『환혹의 죽음과 용도』라니...과연 추리소설 맞나? 환혹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눈을 어리게 하고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는 뜻이다. 환상과 현혹의 합성어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그래서인지 사람을 환혹시키는 마술사가 등장한다.

한때 일본 최고의 마술사였던 아리사토 쇼겐은 은퇴를 앞두고 일생일대의 마지막 화려한 마술쇼를 준비한다. 하지만 수천명이 지켜보는 야외 무대에서의 탈출 마술쇼 도중 살해당하고, 설상가상으로 그의 장례식장에서 영결식도중 유해가 사라지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작품은 전작들과 비슷하게 사건은 사건대로 그리고 주인공 모에양의 성장기가 혼재되서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극도의 긴장감보다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 간혹가다 깨알같은 유머와 사이카와 교수의 알듯모를듯한 철학적 강의도 섞여있고...수많은 대중앞에서의 살인과 유해 소실은 사건 자체만으로 흥미를 유발하는데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 역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발하다. 그런 정교한 트릭이 숨어있다니. 하나하나 머리속으로 그려가며 사건 현장을 재구성하니 대중을 환혹시킬만한 대담하면서도 치밀한 범죄 장면이 연출된다. 예상치못한 범인의 정체 역시 신선하게 다가오고 그 동기에는 예술가로서의 철학과 신념이라는 심오한 이면이 숨어있다.  

이번엔 모에가 좀 더 전면에 나서 수사에 적극 참여하고 긍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역할이다. 늘상 시크하고 무덤덤한 사이카와는 2선에서 조용히 머무르다 마지막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다. 실로 대담한 발상이요 반전이다. 마술사를 소재로 한 외국영화 *****가 생각안날 수가 없다.

마술과 추리소설은 둘 다 트릭을 기반으로 하고 죽음을 담보로 (탈출 마술時)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작가는 추리소설에 마술이라는 소재를 차용해서 마술사 그들만의 예술적 세계에 공학적 트릭을 결합한 한 편의 흥미진진한 일루전(illusion) 미스터리를 창조한다. 책을 다 읽으니『환혹의 죽음과 용도』라는 다소 난해한 제목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다. 책 초반부에 모에의 친구 도모에의 실종이 살짝 언급되는데 7권『여름의 레플리카』에서 그녀의 실종사건을 제대로 다루나 보다. 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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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2 (누드사철 제본)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2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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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숲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제2권이다. 2권에는 장편인『대암실』, 중편인『파노라마섬 기담』그리고 단편인『인간 의자』『거울 지옥』이 실려 있다. 단편 두 개는 두드림의 전단편집등을 통해 익히 봐온 작품.​ 간단히 리뷰해 보면...

『파노라마섬 기담』(중편) ★★★☆

가난한 몽상가가 자신과 꼭 빼닮은 대부호가 간질로 사망하자, 자신을 말살하고 죽은 대부호로 변신, 무덤에서 부활해서는 그의 막대한 자금을 발판으로 외딴 섬에 꿈에 그리던 그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는데...

괴기적이고 탐미적, 몽환적인 란포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후기에도 언급했듯이 1인 2역 트릭이 실행되는 초반부와 명탐정이 잠깐 등장해서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는 후반부만 반짝 재밌을 뿐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노라마섬의 묘사가 너무 길어 일견 따분한 면도 존재한다. 

『인간 의자』(단편) ★★★★★

미모의 여성 작가에게 어느날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고, 그 편지안에는 실로 기이한 이야기가 씌여 있는데...기발한 착상, 숨막히는 스릴감과 몰입감 그리고 놀라운 반전까지...뭐하나 나무랄데 없는 란포의 대표 괴기 단편.

『거울 지옥』(단편) ★★★★

평생토록 렌즈와 거울에 미친 사나이...거울을 이용한 각종 기구에 심취하던 그가 급기야는 직접 설계한 특수한 거울속으로 들어가는데....란포의 대표적 괴기 단편중 하나.

『대암실』 (장편) ★★★★

천사로 태어난 자 (정의로운 자)와 악마로 태어난 자 (천재 범죄자)의 한판 지략 대결을 그린 활극 모험소설이다.​ 도쿄 시내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려는 악마의 극악무도한 계략에 맞서 그의 계획을 저지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는 천사의 맞불 작전이 볼만하다. "대암실"이라 불리는, 악마가 창조한 지하 세계에서 펼쳐지는 괴기스럽고 탐미적인 "란포 지옥"이 감상 포인트.

그간 본격추리와 괴기환상 단편들을 통해 알고있던 에도가와 란포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파노라마섬 기담』과『대암실』에서 보여주는 괴기적이지만 때론 탐미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은 오로지 란포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덧붙여,『파노라마섬 기담』에서의 섬의 묘사와『대암실』에서의 지하 세계의 묘사가 엇비슷해서 굳이 한 권에 같이 수록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역자 후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장편『대암실』이 활극 모험소설이요, 나머지 세 편은 괴기소설인지라 딱히 본격추리라 부를만한 작품이 없다. 1권에서는 장편『거미남』『천장 위의 산책자』에서 본격추리의 맛이 있었는데...역자 후기를 보니 "란포의 작품 세계를 본격 추리에 국한시키면 그가 일본 미스터리에 끼친 영향의 반도 못보는 꼴이다" 라고 한다. 그런 의도에서 이러한 작품의 기획과 구성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3권에서는 란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본격추리 걸작도 많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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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조커 명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 수첩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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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본격 미스터리에 세기말적 종말론을 버무린『클락성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본격추리 단편집이다. 표제작인『춤추는 조커』를 포함해서 다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주로 물리적(기계적) 트릭을 사용한 본격추리물이다.

 

탐정역은 소심하고 나약해서 집에만 틀어박혀있는 니트족 오토노 준. 하지만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적 두뇌만은 비상하다. 그런 오토노 준의 재능을 아까워한 대학동창이자 추리작가인 시라세가 조수를 자청, 탐정 사무소를 만들고는 등떠밀어(?) 사건을 해결하게 한다.​ 오토노는 마지못해(?) 사건을 해결하고 시라세는 그 사건을 소재삼아 추리소설을 집필한다. 서로 상부상조, 공생하는 관계...ㅎㅎ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코믹하게 흘러가지만 작가의 지향점은 엄연히 본격 미스터리이다. 그런만큼 사용되는 트릭이나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만은 진지하고 논리정연하다. 이런 짧은 본격추리 단편에서 범인이 누구이고 동기가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트릭의 완성도이다. 그런 면에서 수록된 트릭들의 기발함이나 창의성에 나름 합격점을 주고 싶다.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황당무계한 트릭이나 이해불가할 정도의 복잡한 기계적 트릭이 아니고 어느 정도는 현실에서 실행가능한 충분히 이해가능한 트릭이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개인적으로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보이지않는 다잉 메세지』가 제일 좋았고『춤추는 조커』『밸런타인데이의 독초콜릿』에서 사용된 트릭의 아이디어도 나름 참신했다.  나머지 두 단편들의 트릭도 괜찮았고...물리적 트릭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가볍게 읽기에 부담없는 작품이다.  곧 나올 "명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 수첩" 두 번째 이야기에는 좀 더 강력한 사건과 보다 심화된 트릭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하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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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살인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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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수족관에 이어 "차세대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아오사키 유고의 관시리즈 3탄. 이번엔 도서관이다. 불꺼진 시립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에 맞아 죽은 남자 대학생 그리고 그가 남긴 다잉메세지....데뷔작 『체육관의 살인』에서 우산 하나로,『수족관의 살인』에서는 양동이, 대걸레같은 일상의 소품으로부터 놀라운 추리를 선보인 천재 오타쿠 고등학생 우라조메 덴마는 이번엔 피해자가 남긴 다잉메세지를 통해 또 어떤 신들린 추리를 펼칠 것인가.

간단히 세 가지 관점만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작품의 분위기. 이 작품은 청춘 학원물의 라이트노벨스러운 가벼운 분위기와 본격 미스터리의 진지한 분위기가 혼재되어 있다. 문제는 (역자 후기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체육관, 수족관에 비해 추리의 분량이 줄어든 대신 주요 등장인물 (고등학생)의 다양한 사연을 들려주는 성장 스토리의 비중이 늘었다. 추리와 성장물의 내용이 반반씩이라 해야 할까.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사건의 연관성 유무에 따라 긴장감이 요동친다. 청춘이 등장하는 가벼운 분위기의 학원 미스터리를 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둘째, 라스트씬에서 학생 탐정 우라조메가 관련자들을 병실에 모아놓고 펼치는 70여쪽의 논리적인 추리의 향연은 그야말로 압권이요 이 책의 백미이다. 극히 사소한 단서로부터 하나의 확실한 사실을 증명해내고 그것을 발판삼아 범인의 윤곽(조건)을 하나씩 나열해 용의자의 범위를 압축해나가는 장면은 정말 흥미진진, 감탄 그 자체이다. 

문제는 그전에 이미 범인의 정체가 드러난 것. 만약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한꺼풀씩 벗겨지는 범인의 윤곽을 보면서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생각하며 손에 땀을 쥐며 우라조메의 추리를 지켜봤을텐데...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승부차기의 숨막히는 장면을 결과를 알고 재방송을 보는 것과 라이브로 지켜보는 것의 재미와 긴장감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독자의 심장을 조이며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극적인 전개가 아쉽다.

마지막으로 동기 부분. 역자 후기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사람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라는 작가 합리화식(?) 문구도 있지만 어쨌든 동기 부분은 당체 납득 불가...연계해서 범인의 대범한 결단력과 실행력 역시. ​체육관, 수족관, 도서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작가가 사소한 단서로부터 하나의 사실을 증명해 그것들을 종합해가며 수수께끼를 푸는 논리적인 추리의 전개에 비중을 두는 대신 범인을 포함한 용의자의 입체적이고 풍부한 캐릭터 구축에는 별 공을 들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밝혀지는 트릭과 사건의 진상에서 오는 쾌감은 대단한 반면 범인의 정체 또는 의외성에서 오는 감흥은 밋밋하다.

작가는『체육관의 살인』『수족관의 살인』을 대학생 신분으로 출간했고,『도서관의 살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 작가로 들어선 2016년의 첫 작품이다. 그만큼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이 20대 젊은 작가의 자질과 역량은 뛰어나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작가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다만, 라이트노벨스러운 분위기를 줄이고 주요 용의자의 (특히 범인) 캐릭터 구축에 조금 더 공을 들여주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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