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국의 성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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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리스 시리즈가 돌아왔다.『월광 게임』,『외딴섬 퍼즐』,『쌍두의 악마』에 이은 네 번째 에피소드이자 전작『쌍두의 악마』로부터 무려 일본에서는 15년 7개월만에, 국내에서는 6년만의 출간이다. 오래동안 공들인 작품이라 그런지 2007년 출간과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제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등 당해년도 미스터리 관련 상을 휩쓸었다. 그야말로 화려한 귀환이다.

이번 작품은 조그만 산골의 소도시 가미쿠라에 위치한 '인류협회'라는 신흥종교 집단의 본거지에 에가미 선배를 찾아 떠나는 에이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 (EMC) 회원들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외계로부터의 메시아의 출현을 신봉하는 인류협회...두 개의 탑과 공중에 떠있는 세 개의 원반 모양의 동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본부 건물 그리고 그 집단을 대표하는 스무 한 살의 젊은 여성...그래서 그곳을 "여왕국의 성"이라 부른다.

에가미 선배를 찾아 소도시로 향하는 초반 전개는 마리아를 찾으러 기사라 마을로 잠입하는 전작『쌍두의 악마』와 유사하다. 에가미 선배와의 조우를 포함 마치 신흥종교집단 탐방기를 보는 듯 정적으로 흐르던 이야기가 한 신도의 피살체가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탄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협회의 석연치않은 강경책에 EMC 멤버들은 졸지에 본부 건물에 감금되고...그 와중에 연이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1,2권 도합 850쪽을 자랑하는 장대한 분량속에 학생 아리스 시리즈만의 모험과 액션, 우정과 로맨스 그리고 본격추리가 적절히 섞여있다. 본부 건물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시작으로 11년전 미제 밀실 사건의 진상과 사라진 권총의 행방,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여왕의 신비스런 존재, 사건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협회 간부들의 숨겨진 음모와 계략, 메시아의 재림을 위해 인간의 출입을 불허하는 신비스런 동굴의 정체 그리고 궁극적으로 "독자에 대한 도전" 메시지등 미스터리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도 많고, 그러한 협회와의 알력과 감시속에 마을 전체가 한통속인 소도시 가미쿠라를 벗어나 사건을 외부에 알리려는 EMC 회원들의 탈출 액션 또한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에가미 선배가 사건 관련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논리적인 추론으로 범인을 색출해내는 마지막 100여쪽의 추리 강의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요 압권인 장면이다. 핸드폰이나 CCTV없이 그리고 DNA 조사같은 경찰의 과학수사가 일절 배제된 가운데 단순히 정황 증거들만 가지고 11년전 밀실 사건의 진상부터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일련의 논리적인 추리 과정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정교하고 감탄스럽다. 내 자신 본격추리 매니아로서 극한의 희열을 느끼는 짜릿한 순간이다.​

그간 국내 출간된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착하고 선한, 감성적인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풍상 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보물찾기의 재미가 살아있는외딴섬 퍼즐』과 폐쇄적인 예술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쌍두의 악마』를 나름 최고작이라 생각하는데『여왕국의 성』역시 그 두 작품에 못지않은 재미를 준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작가가 학생 아리스 시리즈를 한 권 더 집필하고 마무리한다고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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