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트 스토리콜렉터 15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박계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독일 작가 아르노 슈트로벨의 2012년 작품으로 싸이코 범죄자를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물입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젊은 여성을 납치, 살해한 후 그 여성의 등가죽을 벗겨 캔버스를 만든뒤 거기에 소설을 쓰고 또 그 피해자의 이마에 챕터를 표시해 시체를 유기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관련 사건의 잠정 피해자 중 한 명이 함부르크 지역 유력 신문사 사장의 실종된 딸이구요. 근데 특이한 점은 이 범행의 세부적인 전개 방식이 크리스토프 얀이라는 작가가 쓴 『스크립트』라는 추리소설 속의 내용을 그대로 모방한다는데 있습니다.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모방한 범죄가 4년전 쾰른에서도 발생했었구요.

 

단순히 책을 모방한 싸이코 범죄자의 소행인지, 작가를 열혈 추종하는 광신 독자의 미친 애정의 표시인지 아니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려는 작가 또는 출판사 관계자의 악마적인 자작극인지....지역 유력 신문사 사장이자 실종된 딸의 아버지가 경찰서장과의 친분을 이용, 딸을 찾아내라는 거센 압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함부르크 경찰 소속 마티센 여경정과 에르트만 경감이 수사에 착수합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영향인지는 몰라도 여기서도 (여자가 상관인) 남녀 버디 파트너 형사가 등장하는데 그들간의 파트너쉽이 결코 신뢰적이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그들의 직속상관인 슈토어만 본부장과 여경정간에 껄끄러운 악연도 존재하구요. 세 경찰 주인공간의 반목과 불신에서 오는 갈등과 미묘한 신경전속에 『스크립트』란 책을 둘러싼 작가, 출판사 관계자, 비평가, 서적상, 열혈 팬등의 주변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지만 사건은 연쇄살인으로 발전합니다.  

 

한마디로 술술 읽히는 소설입니다. 가독성이 좋습니다. 한정된 등장인물에 내용도 복잡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군더더기없이 스피디하게 진행됩니다. 제한된 용의자 범위에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추리하면서 두 남녀 파트너의 수사 과정을 흥미롭게 따라가다보면 금새 마지막 장에 다다릅니다. 

 

반면에 깊이는 부족합니다. 북로드의 대표주자 타우누스 시리즈처럼 사회적 관습에 대한 문제 제기나 심오한 주제 의식이 있는 그러한 작품이 아닙니다. 벗겨낸 여성의 등가죽을 캔버스로 만들어 소설을 쓴다는 엽기적인 도입부에 비해 피튀기거나 눈쌀 찌푸리는 하드코어적인 잔인한 장면이나 묘사는 전혀 없어 예상보다 수위가 약합니다. 중간중간 짧은 분량으로 납치된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죽음과 공포의 현장이 교차 편집되는데 이 부분의 스릴감이 조금 부족해 보이고요.

 

하지만 단순히 재미면에서 부담없이 가볍게 즐기기에는 괜찮은 오락 추리 스릴러물입니다. 여러 용의자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수사, 진범의 정체를 밝히는 수사 과정도 흥미롭고 사건이 해결됨과 동시에 삐걱거리던 세 경찰의 마무리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 여담이지만 - 온라인등에 서평을 조심해 올려야겠습니다. 잘못하다간 (또는 재수없으면) 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겠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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