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 2012 올해의 추리소설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강형원 외 지음 / 청어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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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작가협회 '2012 올해의 추리소설'로서 한국 추리 문학을 대표하는 16인 작가의 작품이 실려있는 단편집입니다. 550쪽의 두툼한 분량에 본격 추리, 사회파, 스릴러, 스파이물등 다양한 장르와 테마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간략평입니다.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권경희) 피멍이 든 알몸의 중년 피해 여성과 강간 미수범으로 몰린 트럭 운전사.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면을 정의로운 검사의 눈을 통해 짧은 단편안에 잘 그려낸 사회파 추리물. 수작. (읽어보니 검사는 형수의 밥으로 살더군요^^)

 

매장 (김경로) : 상대편의 중간 보스를 파묻고 다시 파헤치고 또 숨어도망다니는 한 조직원의 쫓기는 심리와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간결한 문체와 스피디한 전개로 잘 그려냈다. 소수의 등장인물과 한정된 이야기로 몰입감이 뛰어나며 으스스한 분위기가 제대로 묻어난다.

 

도깨비 탈 (김주동)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 빛핓 투혼을 펼치는 오빠의 활약상을 그린 추리 스릴러물. 초반부의 긴박감에 비해 후반부가 좀 어수선한 느낌.

 

유령 여기자 (김재성) 『노끈』, 『사람과 로봇실종사건』에 이은 윌셔 홈즈와 라왓슨 콤비 제3탄. 하지만『로봇실종사건』때의 불만사항을 이번에도 답습한다. 독자는 추리에 동참못하고 두 콤비의 일방적인 수사와 해결과정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짧은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끈』같은 깔끔한 수작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래도 본격추리물은 늘 재밌다.

 

조국을 등진 사나이 (강형원) 유럽을 배경으로 파리 주재 한국인 공작원과 파리 마피아간의 쫓고쫒기는 추격전을 그린 스파이 스릴러. 속도감있는 전개는 좋으나 딱히 내 취향은 아니다.

 

VIRUS (설인효) 신종 플루로 야기된 '인류에게 바이러스란 무엇인가'란 문제를 심도있게 그린 작품. 거창한 주제와 문제 제기, 그것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이론과 학문등은 인상적이나 잦은 시점의 변화 포함 미스터리적 요소가 부족한게 아쉽다. 

 

계간 미스터리 살인사건 (손선영) 과거와 현재, 1인칭과 3인칭 시점으로 교묘히 교차 서술되는 이야기가 마지막 하나의 놀라운 사실로 귀결된다. 특히 '나'와 '장안동 귀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오싹했다. 마지막에 '독자에게의 도전' 퀴즈도 나오니 함 도전해보시길...수작.

 

5층 여자 (송시우) 빌라 여주인의 추락사를 두고 5층 사는 여자와 그녀의 애견 그리고 형사들의 좌충우돌을 재미나게 그렸다. 시트콤 느낌이 묻어나는 수사물.

 

탐정학원 살인사건 (이상우) 사립탐정학원의 설립과 모바일 전용 어플인 '사립탐정앱'의 개발이란 소재는 참신하고 흥미로웠으나 정작 살인사건이 차지하는 분량이 넘 짧아서 아쉽다. 마지막 밝혀지는 의외의 범인에 깜놀!했으나 합당한 논거가 없는지라 거창한 제목에 비해 왠지 콩트로 마무리된 느낌.

 

바람은 왜 부는가 (이수광) 아빠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딸과 극구 부인하는 아빠...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10대 아이들 세태를 풍자한(?)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이며 담담한 필체와 여검사의 분위기에서 작가의 연륜이 느껴진다.

 

좀비를 인정하는 심리의 5단계 (정가일) 좀비(?) 아내를 살해하려는 남편의 어설픈(?) 작전과 잦은 실패에 따른 체념적 심리 변화 그리고 그에 맞서 자신을 지켜내려는 아내의 밀고당기는 두뇌 싸움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4월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 (정혁)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기고 간 의문의 시적인 유서. 아내를 사랑하고 자신을 잊지말라는 남편의 뜻이 담긴 유서에 숨겨진 수십억대의 보물찾기가 그려진 감성적 소설

 

오를라 (조동신) 지구종말이 오고 자신이 감시를 당한다는 등 알 수 없는 수기와 함께 직장과 가정을 내팽게치고 산속에서 칩거에 들어간 친구를 찾아나선 주인공... 하지만 그러한 반전은 전혀 예상치못했다.  

 

비밀 누설 금지 (최종철) 빚에 허덕이는 날건달 건축업자가 돈많고 나이많은 시골 과부를 꼬셔 한 탕을 노리는 작전은 거의 성공 직전에 들어가는데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뜬금없는 반전이 재미난 작품.

 

핏빛 인연 (홍성호) 『위험한 호기심』과 『B사감 하늘을 날다』에 이은 홍성호 작가의 본격추리물 3탄. 일진 관련 어린 학생들의 도를 넘은 추악한 세태를 추리 작품으로 잘 승화시켰다. 작가의 장편이 기다려진다. 수작. 

 

불완전변태 (황세연) 전작 『개티즌』에 이어 무분별한 인터넷 동영상 유포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 범죄의 실행 단계가 의구심과 참신함을 동시에 수반한다.

 

16번의 설레임과 16번의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저 나름의 취향과 기준이 있는지라 모든 작품에 만족한 것은 아닙니다만 작가들의 강한 개성이 담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추리 단편들을 읽다보니 한여름 무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입니다. 재미도 있고 만족도도 괜찮네요. 『2013 올해의 추리소설』에는 또 어떤 재미난 작품들이 실릴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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