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키스 링컨 라임 시리즈 1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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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하는 링컨 라임 시리즈이다. 벌써 열두 번째라니...고개를 돌려 책장을 보니 시리즈 아홉 권이 검은 자태를 뽐내며 가지런히 꽂혀있다. 아홉 권중 일곱 권을 읽었고 마지막 두 권은 아직 미독이다. 갑자기 주옥같은 작품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코핀 댄서>, <곤충소년>, <사라진 마술사>, <콜드문> 등등...그리고 시리즈를 거쳐간 수많은 악인들과 수많은 반전들...

<스틸 키스>는 시리즈 전작들과 외형면에서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일단 기존의 검은색 표지가 아니고 노란색이다. 그리고 판형도 다르다. 그래서 통일감이 깨졌다. 출판사 나름의 입장과 정책이 있겠지만 독자로서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작들이 대부분 550쪽 안팎이었는데 <스틸 키스>는 676쪽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그만큼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살인사건 용의자를 발견한 색스는 그를 미행한다. 그리고 쇼핑몰 2층 커피숍에서 용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막 체포하려는 순간 바로 옆 에스컬레이터에서 다급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에스컬레이터 발판 제일 윗부분 출입문 패널의 열린 공간으로 추락해 작동하는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행한다. 색스는 그 현장을 수습하느라 정작 용의자 체포에 실패한다.

한편, 뉴욕시경 수사 고문직을 그만둔 링컨 라임은 인근 경찰학교에서 법과학 관련 강의를 하며 지낸다. 그러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전신마비 수강생 줄리엣 아처를 개인 인턴으로 고용, 새로운 파트너로 맞이한다. 살인사건 용의자를 추적하는 색스와 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사고사의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를 구명하려는 라임은 세밀한 조사 끝에 두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내고 수사력을 단일화한다.

<스틸 키스>는 사물 인터넷 (internet of things) 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네트워크 범죄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외부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 원격 조정 버튼 하나로 편리하게 사물을 제어할 수 있는 첨단 하이테크 시대에  살고 있다. 무인으로 집에 히터를 틀고, 자동으로 점등하고,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이런 첨단 전자 제품 내부에는 '스마트 컨트롤러'라고 하는 칩이 내장되어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타인의 기계, 전자 제품의 스마트 컨트롤러를 악의적으로 조작한다면, 아니 더 나아가, 공공시설에 설치되어 있는 수많은 전자, 기계 장치에 테러를 가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끔찍할 것이다. 달리는 자동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고, 도로 위 신호등이 점멸되고, 엘리베이터가 고층에서 추락하고,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사라지고, 전자레인지가 갑자기 폭발하고...인류를 편리하고 행복하게해 줄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살인 무기로 둔갑할 수 있다.

살해된 천재 해커이자 블로거는 그러한 사물 인터넷(iot)의 두 가지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첫째, 당신의 데이터는 안전한가? 누군가가 회사의 고객 관리 데이터에 침투해서 당신의 신상 정보를 훔쳐낸다면...둘째, 당신의 생명은 안전한가? 스마트 시스템이 오작동할 때 오히려 부상과 죽음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이것을 악용한다면...범인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다. 자신을 인류의 수호자로 자칭하면서 "가족과 친구의 사랑을 저버리고 오로지 사물을 탐닉하는 강철의 키스(steel kiss)가 당신을 지옥으로 보낼 것이다."라고.

원격 조정 범죄라 사건 현장에 범인의 흔적이 남지 않지만 사건의 발생 특성상 범인은 늘 그 주변에 존재한다. 색스는 현장에서 미세한 증거물을 수집하고, 라임은 자신의 아지트에서 동료들과 첨단 감식 장비를 통한 철저한 분석으로 범인의 행동 반경, 생활 패턴 등을 연구하며 조금씩 범인의 실체에 접근한다.

그렇게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체포만 하면 되는 순간, 반전이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배후가 존재한다니...그가 모든 것을 지휘하고 기획한 설계자라니...사실 반전 부분은 조금 뜬금없다. 특히나 매사가 신중하고 철저한 전신마비 휠체어 신세의 라임이 생면부지의 타인을 아무런 의심없이 집으로 들여 위험을 자초하는 장면은 쉽게 납득이 안된다.

어쨌든 동기는 비용편익분석(cost- benefit analysis), 즉, 돈과 도덕성의 문제이다. 제조물 설계 부주의에 의한 사고후 발생되는 손해배상액과 사고전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 코스트를 비교해서 돈이 덜 드는 전자를 선택하는 기업들의 부도덕한 상술과 경제관념이 이러한 범죄를 낳게 한 단초이다. 책을 덮으니 근미래에 우리가 현실적으로 겪을 수도 있을 하이테크 범죄인지라 오싹하다. 그나저나 이 책을 괜히 읽었다. 이제 지하철역이나 쇼핑몰 등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나 고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어떻게 하지...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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