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와 겐이치로 B - 짓궂은 겐이치로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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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겐지와 겐이치로.. A, B로 되어 있는 특이한 구성이다. 1, 2권이 아니다.
아마 원서는 한 권짜리였던 듯 한데, 분권하면서 이렇게 구성되었나 보다.
A, B의 의미는 트리뷰트 앨범의 A면, B면이라는 뜻이다.
출판사 서평을 보면서 그 요상한 '할머니' 이야기가 읽고 싶어 찾았는데, 그 이야기는 A권이 아니라 B권에 있다.
정말 이 할머니 압권이다. 그리고 그 손자도 정말 만만치 않다. 자취생활을 해봤던 이들은 다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왜 A권에만 서평이 달리는 것이지?
더하여 B권에 있는 <겐쥬 공원의 숲>.. 아무리 요즘 초등학생들이 만만치 않다지만, 이건 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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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데니스 도에 타마클로에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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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이도 배낭을 쌀 수 있는 자유, 젊음의 특권이다. 그러나 머리마저 빈 채로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만한 책 한 권쯤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그랬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태양이 타는 열대의 그곳, 언젠가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아프리카를 그리며 이 책을 손에 쥐었다. 사실 몇몇 여행서를 빼고는 아프리카의 문화를 담아낸 책은 정말이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참 맞는 말이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벌써 호기심이 인다. 알록달록 색이 칠해진 아프리카 지도에는 자로 반듯하게 그어놓은 듯한 국경선이 보인다. 당연히 누군가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실제 이러한 국경선은 황금, 상아, 노예를 찾아 몰려든 유럽인들이 빠져나가며 자기들끼리 아프리카를 나눠먹은 결과로 생긴 것이다(도대체 야만과 문명의 기준이 무엇인지 유럽인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두 번째 의문. 검은 대륙 아프리카? 흑사병, 암흑기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검다’라는 말이 유난히 거슬린다. 고고학자,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기원을 아프리카에서 찾는다. 어찌나 달달 외웠던지 까먹지도 않는 말, 호모 사피엔스가 그것이다. 또한 아프리카는 땅덩이 자체가 오래된 까닭에 천혜의 지하자원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인류학적으로나 지리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대륙인 아프리카를 ‘검은 대륙’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프리카인들은 미개인으로만 여기는 우리의 그릇된 의식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프리카인들이 미개인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레 지워져버렸다. 오히려 오래된 대륙의 심오한 철학을 접할 수 있었다. “하나의 삶이 모든 시간이다. 남자로 살기, 여자로 살기, 젊은이로 살기, 소녀로 살기, 아버지나 할아버지, 어머니나 할머니, 오빠나 누이로 살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다.” 시공간과 그 속의 인간을 이토록 명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다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지만)을 가장 철학적으로 풀어놓은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한 인간은 다른 인간들을 통해 인간이 된다.”는 남아프리카의 우분투 이념은 어떤가? 자신들을 동물로 취급하던 하얀 괴물들마저 인간으로 받아들인 아프리카인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이 중반을 넘어서면, 마음이 아파온다. 특히 ‘사르트예’라는 이름은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에 갇힌 그녀는 코끼리, 하마와 다를 바 없는 동물로 여겨져 영국과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죽어서도 그녀는 치욕을 벗지 못했다. 동물인지, 사람인지 판별하기 위해 해부되었다가 다시 박제 처리되어 1974년까지 ‘인간 박물관’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다시 한 번 흥분해야겠다. 1974년까지도 그녀는 사람일 수 없었던 것인가).

그리고 투투 주교, 넬슨 만델라, 코피 아난과 같이 익숙한 이름들과 아프리카의 나폴레옹으로 군림하려 했던 장 베델 보카사, 아프리카인들을 꿈꾸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혹독한 죽음을 맞이한 파트리스 루뭄바와 같은 낯선 이름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에게 ‘독립’이라는 말이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듯, 그들의 과거는 우리의 과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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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살기 - 반지성 독트린
한네스 슈타인 지음, 김태희 옮김 / 황소자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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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수가! 생각을 하면 출세의 기회가 줄어들고, 사람들 속에서 외톨이가 되며, 성적 매력이 사라지고, 생을 지루하게 만든다니. 생각해보니(내가 정말 생각이라는 것을 한 건가?) 모두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최고위층이 어디 생각을 갖고 그 자리에 오른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을 보자. 그 얼굴에는 커다란 안경이 먼저 떠오른다. 그들은 말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그들이 외톨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는 이야기한다. 차라리 생각을 끊어라. 생각을 끊으면 부귀, 권력, 행복이 따라온다. 사유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임에 틀림없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처음부터 ‘생각’을 필요로 한다. 소크라테스, 헤겔, 칼 포퍼, 브레히트, 리센코…… ‘지성’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을 전방위적으로 파고들며, 하나하나 날카롭게 분석하는 저자 앞에서 ‘비판적 지성’은 필수다.


저자는 유아적이고 맹목적인 지성 숭배를 피하고 참된 지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신념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극과 극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상대편의 주장에는 귀를 막는 것을 참된 지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좌파가 애덤 스미스를 피하고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마르크스에서 손을 뗄 때 사상은 종교가 되어버린다. 스탈린 시대의 생물학자 리센코처럼 생물마저도 교육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는 당연히 딴지를 걸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절대선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 그것은 역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며,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래는 ‘비판이 결여된 생각’이 아닌 ‘참된 지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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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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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갔더니 ‘내 생애 단 한번’이 예쁜 표지로 다시 나와 있었다.

원체 까마귀처럼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기꺼이 다시 그 책을 손에 들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장영희 선생님에게는 평범한 하루이겠지만, 나는 그 글들 속에서 일상 속에서 얻는 큰 깨달음을 보았다. 어릴 적 추억인 일기를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수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나는 선생님이 조금은 불편하시다는 것을 안다. 아니 결코 타인이 ‘조금’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이기적이다. 나를 돌아본다. 이런저런 일로 벽에 부딪힐 때면, 나는 나 이외의 모든 것을 탓한다. 모든 것을 나의 인생으로 녹여야 하는 건데 말이다.


어지러웠던 마음을 추스를 힘을 이 책에서 얻었다. 다시 또 힘들어질 때면 이 책을 펼쳐들겠지.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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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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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열정이 휩쓸고 간 자리, 여기 두 사람의 남자가 섰다. 서로의 영혼을 나눠가진 헨린과 콘라드의 오랜 이별의 순간에는 크리스티나라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본 늙은 유모 니니, ‘이기심, 정열, 허영심 아닌 다른 것, 니니가 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그 얼마나 놀라운가……’


‘다른 것과 다른 사람들, 낯선 도시, 파리, 성, 낯선 언어와 풍습이 존재하는 세상을 섬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곰과 노루, 사슴을 죽였’던 오스트리아 근위장교 아버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낯선 프랑스에서,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교양 있는 프랑스 백작의 딸 어머니는 젊은 장교를 따라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무도회에서 몸을 굽혀 절을 하는 순간 그들은 인생을 같이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정열이 이성보다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열이 사라지고 난 후, 그려는 몹시도 추웠으리라. 방안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사기난로에서 아들 헨릭은 어머니의 슬픔을 느낀다. 어머니가 흘린 눈물은 영혼의 반쪽과 함께 사라져버린 크리스티나, 그녀의 것이기도 했으니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집에서 헨릭은 심하게 앓았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종부성사를 받았다. 헨릭에게는 사랑이 필요했다. 고국의 니니가 불려오지 않았다면 그는 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죽음을 물리고 니니와 함께 찾아간 곳은 브르타뉴 바닷가, 그곳에서 헨릭은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잦은 병치레(그 병은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고독이 원인이었다)에도 불구하고 헨릭은 뜻을 접지 않고 사관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콘라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병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병이었다.


갈리시아 출신의 가난한 귀족의 자제 콘라드. 어린 콘라드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 희생한 부모의 인생에 떨쳐버릴 수 없는 책임감을 지고 있었다. 마음의 짐을 벗어던질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는 헨릭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헨릭의 어머니와 콘라드가 같이 피아노를 치던 밤, 헨릭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야기 한다. “콘라드는 절대로 훌륭한 군인이 못 될 거다.” “그가 다른 종류의 사람이기 때문이지.” 헨릭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콘라드의 소개로 만난 크리스티나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헨릭은 그녀와 결혼한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결합은 헨릭의 열정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크리스티나는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열대를 꿈꾸었다. 그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사람은 헨릭이 아니라 콘라드였다. 콘라드의 고뇌는 깊어간다. 헨릭과 함께한 사냥에서 그의 총구는 숲속의 짐승이 아닌 자신 앞의 헨릭을 겨냥했다. 힘없이 내려지는 총구, 그날 밤 콘라드와 크리스티나는 사라진다. 그리고 41년 동안 헨릭은 진실을 알기 위해 친구를 기다린다.


41년 지난 후의 이야기를 지금 이 자리에서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미 세상을 떠난 크리스티나(젊은 날)를 두고 열정을 이야기한다는 것,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큰 죄라는 것을 헨릭도, 콘라드도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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