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이 살아가며 간직하는 무수한 기억의 단편들 중에서도, 멋진 항해의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는 것이다. 그의 머리 속에서 바다와 파도, 구름의 색채감과, 팽팽하게 바람을 받으며 펼쳐진 돛의 인상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생생히 남는다.
르 클레지오는 대단한 소설가다. 책장을 넘기는 것 만으로 그 모든 체험이 마치 나의 기억이 된 듯 경탄을 안겨주는 이 작가는 항해의 뜨겁고 차가운 맛을 모두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의 기억은 단어보다 이미지에 의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단지 단어를 구성해 하나의 연속된 이미지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마음 속에서 어떤 울림을 갖는지 미리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작가는 그를 제외하면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 전, <우연>을 다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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