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글에선가 읽었다. '세계는 껍질로 자신을 둘러싼 굴과 같아서 우리가 할 일은 다만 그 속을 파먹는 것일뿐'...바타이유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계는 속이 빈 조가비였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들었던 생각은 위의 문장이었지만, 이미 마음은 책을 떠나 어느 먼 곳을 여행하고 있었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안남. 수도사 일행이 프랑스에서 베트남에 도착하기까지의 배경과 여정이 효과적으로 제시된다. 이들이 베트남에 도착해 그곳 주민들과 어울리며 전도를 위한 노력을 쏟는 과정에서 본국은 그들을 어느새 잊어버린다. 마지막 남은 두 남녀는 습기찬 오두막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날 들이닥친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발견되는데, 경건한 삶을 간직해 오던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은 옷을 벗고 함께 누워있는 것이었다. 이 마지막 장면이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소설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해도 좋다. '세계는 속이 빈 조가비'라는 것은 이 마지막 순간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좋다. 2년 전 읽은 소설이지만 아직까지 바타이유의 짧고 단순하지만 마력을 지닌 듯한 문장의 맛이 느껴진다. 강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