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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평점 :
누군가가 나에게 "아직 당신의 신을 만나지 못하셨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고,
되려 질문한 사람을 붙잡고 당신은 만나셨나요?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저에게 추천할만 하신가요? 그간 궁금했던 질문을 쏟아낼 것이다.
그만큼 나는 불혹을 넘겨 중반을 보내면서 종교의 의미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필요성을 느끼던 시간이 있었다.
그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라 등산하다 절이 보이면 시주를 하고 성당이나 교회를 지나치면 마음속으로 가벼운 기도를 하면서 스스로를 테스트해 보기도 한다.
"아직 당신의 신을 만나지 못하셨나요?"
응급실에 실려간 에릭 와이너는 간호사로부터 결코 잊지 못할 말을 듣게 된다.
그냥 신도 아니고, 그냥 하느님도 아니고, 당신의 신.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하느님을 자신의 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던 에릭 와이너
퇴원을 하고 일상생활로 돌아와서도 간호사의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결국 '나만의 신'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이슬람 수피즘, 불교, 가톨릭 프란체스코회, 라엘교, 도교,
위카, 샤머니즘, 유대교 카발라
9900가지나 되는 종교를 8가지로 추려 여정을 떠난 그의 열정과 호기심 덕분에 이 책 한권으로 편안하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를 만날 수 있었다.
8가지 종교여행을 하면서 에릭 와이너는 실망과 혼란, 깨달음의 연속이지만 반복되는 내적 갈등에도 적극적으로 배울 점을 발견하려 애쓴다.
그리고 서서히 깨닫는다. 자신을 몰아붙여 전 세계를 돌게 만든 간호사의 질문은 애석하게도 처음부터 틀린 질문이었다는 걸.
신은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라 '신은 방향'이었다고.
에릭 와이너는 전작으로 워낙 유명해서 궁금했던 작가였는데,
평소 철학이나 종교 관련 책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에릭 와이너 특유의 위트있는 유머가 생소한 종교의 세계를 낯설지 않게 잘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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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그간 지녔던 종교에 관한 고민을 덜어주기보다 삶의 근원적인 방향을 검토해 볼 계기를 주었다.
물론 죽을때까지 끝나지 않을 과정일테지만 이런 통찰을 통해 좀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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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다가왔던 종교와 철학이 에릭 와이너 도움으로 즐거운 첫발을 내딛었으니,
평점이 좋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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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서는 어크로스에서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