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열여덟 살 유리는 여러모로 몹시 건조한 아이였다.
자신을 입양했다 버린 엄마 서정희씨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너무 많았고,
서정희씨의 아버지인 할아버지는 공간만 함께였을 뿐 1,2층을 나누어 남인듯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유리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어떤 상처도, 부대낌도, 위태로운 기대나 애정도 일어나지 않는 안전거리가 존재했다.
딱 2년,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과거를 싹뚝 끊어내듯 이 집을 훌훌 떠나려 했다. 그뒤로는 혼자 인생을 살면 그만이었다.
서정희씨가 사고로 죽으며 남기고 간 아이.
연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려 감정을 닫아두고 살던 유리는
자신이 끓인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는 연우를 보며 마음에서 무언가 슬며시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다.
친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며 자라온 어린 연우의 삶에 연민이 느껴진다.
그리고 애써 외면해왔던 할아버지. 너무 몰라서 미워하기만 했던 엄마 서정희씨를 생각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유리, 할아버지, 연우, 유리의 친구들, 선생님
소설속 등장인물은 모두 자기몫의 상처를 끌어안고 산다.
각자의 아픔이 있지만 아무도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게서 위안 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방식은 선을 넘지 않고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그 따스함속에서 유리는 더이상 도망치려하지 않고 훌훌 털어낼 용기를 얻는다.
자폐 장애아 딸을 키우고 있다는 저자는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품으로 쓰이는 듯한 장애인을 바라보며 편하지 않았던 마음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애쓰는 사람들이기에 자신이 떠난 뒤 누군가가 딸에게 손을 내밀어 주리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촉촉하고 따스한 손이 백 마디의 말, 천 개의 눈빛이 되어 퍼져 나가기를 바라면서.
최근에 큰아이와 청소년소설을 꽤 읽고 있는데 읽는 작품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너무 좋다.
그중에서도 <훌훌>은 아이가 가장 best 로 꼽은 소설
친한 친구에게 이 소설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했고 나는 기꺼이 결제를 해주었다.
소설을 읽은 딸아이와 친구들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 이 도서는 문학동네 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