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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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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김수영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명령하고 결의하고 

'평범하게 되려는 일' 가운데에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순간이 순간을 죽이는 것이 현대 

현대가 현대를 죽이는 '종교' 

현대의 종교는 '출발'에서 죽는 영예 

그 누구의 시처럼 

 

그러나 여보 

비 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결의하는 비애 

변혁하는 비애...... 

현대의 자살 

그러나 오늘은 비가 너 대신 움직이고 있다 

무수한 너의 '종교'를 보라 

 

계사 위에 울리는 곡괭이 소리 

동물의 교향곡 

잠을 자면서 머리를 식히는 사색가 

- 모든 곳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다 

 

여보  

비는 움직임을 제하는 결의 

움직이는 휴식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 과학고로 첫 출근하던 날. 

저녁 7시 넘어 어두워질 무렵까지 공부를 하다가 퇴근하러 건물을 나서는데 

뜻하지 않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미 당도한 어둠 속에서, 마음은 좀 심란한데, 아랑곳하지 않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 시가 마음 속에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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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종의 기원 - 일러스트로 보는 다윈의 삶과 진화론
마이클 켈러 지음, 니콜 레이저 풀러 그림, 이충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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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윈 시대 쯤 오면 종은 불변한다'는 생각은 더이상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되었다.  

한 시절의 오고 감이 그와 같다. 이미 징후들과 주장들은 여기저기 차고 넘친다.  

누가 정리하느냐의 문제지. 그러니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는 날아 오른다. 

 

  '종은 변한다'는 명제가 서서히 주장되고 있을 무렵, 이제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설명이다.  

그 변화는 어째서, 어떤 방향으로, 어떤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여기서 다윈은 멜서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말하자면, '궁핍'테제. 

자연은 생물에게 무한히 씨를 퍼뜨릴 권리와 능력은 주었지만, 

생존에 필요한 식량, 공간, 물, 배우자 등은 충분하게 주지 않았다는 것. 

필연적으로 궁핍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자, 그렇다면 살아 남을 자와 죽어 없어질 자는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다윈에 의하면 자연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냉정한 조정자로서의 자연.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은 살아 남을 것이고,  

그 'fit-n-survival'이 반복되는 결과, 종은 변화할 거라는 것.  

 

 다윈은 자신의 연구가 통찰을 얻을 수록 '설계자'로서의 신의  

역할을 부정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테면, 살인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록 사건의 중심에 아버지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처럼. 

(뭐, 그런 테마의 세익스피어 희곡이나 그리스 비극이 없을까) 

 

 다윈의 진화론이 어느 정도 밝혀진 이후에도 인류는 '그래도 인간은 다르다 '는 주장을 

아주 포기하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믿는 구석은 '이성'이라는 놈.  

 

 인류의 오랜 논쟁은 이 퍼센티지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인간, 혹은 인류 전체의 총체적 삶을 놓고 보았을 때  

생물학적 조건 : 이성의 퍼센티지가 얼마나 될까. 

거칠게 말하자면 신체와 이성, 누가 우위인가의 논쟁. 

 

'마음의 작용도 결국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이 즈음의 진화심리학이 흥미로워지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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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미장원에 갔다.   

그래도 오늘 학생들 처음 만나는 날인데 꽃단장을 좀 하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미장원에 앉아서 "모히칸 스타일로 잘라주세요."했던 일이  

모히칸은 커녕 공군 하사처럼 잘리는 바람에, 

  

에라이, 이럴 바엔 컨셉을 바꿔서 무섭게라도 보이고 싶었다. 

 말은 최대한 줄이고 조낸 무게 잡으면서... 

 '우리가 뭐 잘못한 것 있나' 싶게...  

 

교실에 앉아 있는 애들을 보는 순간, 5초 이내에 무장해제되는 느낌이었다. 

괜히 무게잡고 있을 이유가 하등에 없는, 

이라는 내 첫 느낌이 한 달 안에 바뀔 수도 있겠지만... 

 

몰라, 원래 첫 느낌은 잘 모르는 거니까... 

어수선한 것이니까... 

좀 더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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