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석같은 단편

온 세상이 비라면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 소설이 참 서정적인 느낌이었는지라 같은 작가의 이 단편집도 그럴줄 알았건만 몇장 읽다보니 그 생각이 완전한 오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에,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이 소설을 구입하시는 분들은 부디 이 서정적이고 동화스러운 제목만을 보고 택하지 않도록. 이 글에 실린 세편의 단편은 시체 유기,  계획 자살, 우발 살인이 중심 소재다.

자, 이제 이 소설의 정체를 알았으니 위의 소재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란다. 그러나 저 소재가 흥미롭다면, 혹은 궁금하다면 부디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정말 섬세하게 잘 쓰여진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기 때문이다. 저렇게 고어적인 소재를 이토록 섬세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기란 쉽지 않다고 본다.

세개의 단편중 첫번째는 그럭저럭 읽을만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단편은 참으로 빛나는 소품들이다. 특히 걸작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세번째 단편 '순환불안' . 선병질적인 남자의 살인을 통한 하나의 성장기랄까, 좌충우돌하며 시체를 매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남자는, 분명 살인자이며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토록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걸까. 인물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잡아내여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은 발군이다. 그 디테일한 심리묘사로 인해 독자는 인물을 미워할 수가 없다. 오히려 공감을 하고 이입을 하게 만들어버리니 참....

최근 지리멸렬한 연애이야기가 중심인 일본소설들중 참으로 보석같은 단편집이다. 엽기적인 소재를 말랑하게 싸서 먹기 좋게 포장했으니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무난하니 괜찮습니다.

엔프라니 슬림 블랙 팩트 - 모든피부용
엔프라니

입소문으로 구입했는데 일단은 별 4개정도는 줄만합니다.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피부에 잘 먹어요. 커버력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고 지속력도 괜찮은 편입니다, 뜨는 것도 예전에 쓰던 팩트에 비해 덜한 편이었구요.

그러나 일단 건성피부이신 분들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생각보다 많이 건조하답니다. 수분크림이나 오일을 피부에 발라준 후에야 잘 먹었습니다. 건성보다는 지성피부인 분들이 사용하는게 나을 듯 싶습니다. 중성피부까지도 무난합니다만 악건성이신 분들은 좀;; 기초를 잘 보정한 후에 사용하셔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톤이 밝습니다; 제가 피부가 하얀편이라 가장 밝은 호수를 구입했는데 이 팩트 자체 톤이 지나치게 밝아서 잘 두드려 주지 않으면 목과 얼굴이 분리되는 느낌입니다.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케이스가 심플하고 깔끔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들고 다니다보면 지문이 너무 쉽게 묻어서 지저분해보입니다. 까만 유광이라 그런 느낌인데, 그러므로 케이스가 이뻐서 구입해야겠다, 이런 것은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쉽게 지저분해져요. 헝겊 케이스같은걸 같이 주면 좋았을걸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리고 단번에 미야베 미유키의 팬이 되었다.

스릴러라고 하기도 모호하고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기는 더더욱 애매한 이 소설은,  처음 읽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일단 페이지는 너무나 두꺼우며 제목은 참으로 밍숭맹숭하여, 나도 지인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손에 잡지 않았을 책이다.  또한 표지도 밋밋하고 가격도 비싸서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꽤 오래걸렸다.

그렇지만 일단 책을 펴자 왜 이 작가를 더 빨리 알지 못했는지 후회할 정도로 깊이 빠져 읽었다.  흔히 그렇듯이 이 소설도 어느 살인사건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몇페이지 넘기지 않아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수법이 매우 독특함을 독자들은 눈치채게 될 것이다. 르포 형식의 무인칭 서술, 사건 속에서 따로따로 얽혀드는 인물군상, 그 개개인의 생생하고 밀도높은 '생활감', 강력한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은 초반을 지나면서 엄청난 흡입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종반에 가서는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흥미롭게 읽어 나갔다. 이런 고양감은 정말 오랫만이라 이 작가에게 잠깐 감사했다는 것까지 이야기하고 싶다.

건조하고 절제된 문체이지만, 절대로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다는 점이 읽으면서 참 신기했다. 이것이 이 작가의 저력이고 필력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팝콘같은 소설이 만연하는 요즘,  이렇게 정면으로 사회문제를 비판할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는 참 멋진 작가임이 틀림없다. 다른 말은 필요없이, 부디 읽어주시길. 미심쩍다면 다른 리뷰도 살펴보시라. 누군가에게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도 참 간만인지라 더욱 힘있게 추천한다.

시간위에 얽힌 인물 군상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가끔 리뷰를 보면 책의 내용, 결말에 대해 언급하는 리뷰어들이 계시는데 그 때문에 사려고 마음 먹었던 책을 놓아버리고 마는 경우가 꽤 있었다. 특히 이 책처럼 나름 반전이 있는 소설은 더더욱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한다.

여튼간에 이 작가의 작품중 처음으로 읽은 책이 이 '러시 라이프'다. 구성이나 짜임이 상당히 괜찮아서 그 이후로 사신 치바라던가 종말의 바보라던가 계속 읽고 있는데 역시 첫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 소설의 임팩트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초반에는 인물들이 우르르 나와서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게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서로 얽히고 연결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시간축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스릴러도 추리물도 아닌데 긴장감이 넘친다. 호흡이 빠른 것은 이 소설의 장점이자 특징이며, 자칫 산만해보일 수 있는 거미줄식 구성은 결국 이 소설의 정체성이다. 진득하고 참한 구성을 좋아하시는 분은 읽으면서 짜증낼 수도 있겠지만 신선하고 스피디한 전개를 선호하시는 분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수많은 카운셀링 책중에서 가장 진실된..

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시중에 수많은 카운셀링 책이 나와있다. 독자에게 수많은 조언과 질책, 또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일목요연히 몇십가지의 방법들로 무려 정리해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카운셀링서, 자기 개발서는 서점의 한코너를 아예 점령하고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대단하다. 유행이라고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다. 

아마 이것은 그만큼 살면서 기대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흔한 이야기, 뻔한 내용인 것을 알면서 깔끔하게 정리된 '몇가지 방법', '무슨무슨 백서'를 집어들고 흩어보게 되는 것은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공감을 얻고 싶고 용기를 받고 싶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단언하지만 그 안에 해답은 없다. 똑같은 이야기를 다른 문체로 포장했을 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것은 모든 카운셀링서의 공통점이다.  읽고나면 무엇이든 할수 있을 것처럼 달콤하게 포장했으나 알맹이는 바로 그거다.

이 책 '너, 외롭구나'도 어떻게 보면 분명한 길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확언하건데, 시중의 카운셀링서 전부를 합친 것보다 이 책이 낫다. 왜냐고? 솔직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달콤하게 포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가혹할 정도로 글쓴이는 독자를 채찍질한다. 아프다. 뜨끔거리고 가끔은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진심이 담겨있다.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그 안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정말로 힘이 난다. 마치 부모님, 혹은 선배님에게 직접 조언받고 있는 기분이다. 책을 팔기 위해 좋은 말로 포장하고 멋진 문구를 늘어놓는게 아니기 때문에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이제까지 나온 최고의 카운셀링 책이다.

방황하는 20대여, 부디  이 책을 읽고 힘내어 일어서기를. 독하지만 애정어린 형태씨의 조언도 기운이 나겠지만 무엇보다 그대 외에도 수많은 이십대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상처받는다는데 더 용기가 날 것이다. 당신의 고난은 당신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