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의료 - 우리 동네 주치의, 의료생협 이야기
임종한 지음 / 스토리플래너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당신은 의료와 진료를 차이를 아시나요?

 

우리는 사실 조금만 아파도 의료기관을 찾습니다. 요람에서 무던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죠.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장례또한 병원에서 치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건 OECD국가 평균의 2배라고 하네요. 조그만 상처가 나도,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가자는 말을 들으며 자랐으니까요. 하지만 병원에 가보면 의사들은 확진이라는 미명아래 지나치게 많은 검사를 하고, 수입을 위해 과다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있습니다. 성인아토피로 엄청 고생을 하게 되었을때 유명하다는 병원을 다 찾아다녔죠. 30분넘게 기다렸다가 권위 팍팍 의사선생님과 단 3분도 대화를 나누지못하고 나와야할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다른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께 용기를 내서 내가 겪은 증상을 얘기하면서 얼마 전 TV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이게 성인아토피 아닐까요?’라고 물었더니 의사선생님은 근엄하게 도대체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왜 믿는거냐고 걱정 말라고 딱 잘라 말하시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면 난 마치 죄인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의사선생님도 그런 경험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겠지만, 도대체 총비용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각종 검사와 진료비에 불안해져서 점점 저는 작아져만 가더군요. '이건 아닌데'싶지만 대안도 없었지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줄곧 한의사 아니면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말하곤 했었습니다.뭐, 싱어송라이터야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창작과 노래를 통해 무대에서 직접 팬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서 그렇고요.(물론 한번 터지면 로열티가 꾸준하니, 노동대비 효율적이라는 응큼한 생각도 한몫했을지도 몰라요^^) 한의사는 왜 부럽느냐. 아프면 치료해주는 것에서 확대하여 건강과 예방, 섭식에 이르기까지 생활전반에 스며들어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근데 이 책<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읽으며 저의 갑갑함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와 진료의 차이에 대해 빨리 말하라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진료'는 외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때 받는 치료이고, '의료'는 개인,가족 및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증진, 질병예방, 치료 및 재활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거래요.그러니까 사람이 웅덩이에 빠져 있을때, 위에서 약만 던져주는 의료인의 모습만 생각했던 저는 웅덩이에 빠진 사람이 땅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줄을 내려주는 이런 착한 의료인들이 우리땅에 있었구나 하는 안도와 희망을 보았다고 할까요? 이 책<가장 인간적인 의료>는 우리나라에서 태동한 '의료생협(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FTA 발효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축산업과 의료분야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다들 우려하고 있잖아요. 이 천박한 자본주의 끝자락에서 '협동조합'은 제대로 된 대안이라고 말하는 책<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를 동시에 읽고 있어서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의료생협은 조합원 스스로가 건강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병의원과 약물, 건강보조식품이나 값비싼 월빙 상품으로부터 독립하여 더욱 튼튼한 생활습관을 지니도록 도와줍니다. 아플때나 안아플때나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의료생협과 그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까 건강과 관련한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아닐까요? 그리고 안성,안산,천안,인천,광주등 전국의 의료생협에서 몸바쳐 일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스토리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분은 안산의료생협의 이재광의사입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오툐일 오전 9시부터 오루 5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2시까지 혼자서 진료를 했다네요. 제가 의료인에 대해서 가졌던 선입관이 정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동네 주치의,의료생협이야기'입니다. 정말 전국 곳곳에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만들고 소유한 병원과 동네주치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에 소개된 여성주의의료생협,채식의료생협등 다양한 생협중에 한 곳에 가입을 해야겠어요,당장!! 그리고 이 책에서 권했던 다큐멘터리 '식코(SICKO)'와 '하얀 정글'도 꼭 봐야겠습니다.의료가 상업화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반 일리히의 이 말로 서평을 줄이고자 합니다.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은 언제나 먹고,마시고,일하고, 호흡하고, 사랑하고,

정치하고, 운동하고, 노래하고, 꿈을 꾸고, 고통받는 것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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