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에 배우는 글쓰기 - Visual Writing
강병재 지음 / 북포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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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전에 욕심부터 버릴 것!

 

제목 자체가 아라비아의 마법의 주문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정규시간만 따져보아도 국어공부를 12년이나 했는데, 우리는 글로 무언가를 써달라고 하면 왜이리 움찔움찔하는 걸까요. 이 책<두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 유혹적입니다. 영화한편보는 사이, 그 2시간안에 글쓴답시고 머리를 쥐어 뜯지 않아도 된다면야 으라차챠!. '이 책을 씹어먹고 말테야!'라며 가열찬 결심을 하면서 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법칙이란게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사심 가득 욕심을 내면 언제나 실망이 앞서는 법이죠. 역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저자가 '두 시간안에 글쓰기 비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장담한 들 저는 겸허히 '하루에 두시간씩 6개월을 꼬박꼬박 투자하겠습니다'고 다짐하면서 이 책을 읽었어야 했습니다.

 



 

우선 이 책은 '글쓰기'라는 게 머릿속의 무언가를 잘 정리해서 내뱉으면 되는 게 아니라 구조화시킬 줄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내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해 단어와 단어가 말이 되게 연결되어야 하고, 문장과 문장,단락과 단락, 결국 본문으로 잘 연결되어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서감도'이고요. 이상의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은 '사감도'는 책을 저 하늘위에서 전체적으로 조감하는 구조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책은 철저히 하나의 글을 환원주의적 시각아래서 쪼개고 구조화하는 연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아래서 통일감있게 일관성을 유지하는라! 는 거죠. 모든 문장과 단락은 부모문장과 자식문장으로만 분리됩니다. 저자의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문장은 주제와 세부주제에 따라 나누어진 단락, 문단에서 문장 이어쓰기로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묘사가 필요하면 요사를 하고, 설명이 필요하면 설명을 하고, 서사가 필요하면 서사를 하고, 논증이 필요하면 논증을 하면 된다. 또 정의,예시,비교,분석, 유추 등을 사용하여 그 뜻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면 된다. 또 직유법, 은유법 등 수사법도  곁들이면 좋다.

 

아, 글쓰기가 이렇게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같은  경우 이 단락을 읽었을때 사실 좌절했습니다. 저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디테일'이 필요했거든요. 이 부분에서 내가 설득력있게 하려면 예시를 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유추를 활용해야 하는 걸까? 그런 갈등이 되는 순간 판단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과 테크닉이 필요했는데 그 부분은 끝까지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물론 일관된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삼천포로 빠지지 않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는 얼개를 매끄럽게 짜는 것보다는 그 맥락과 맥락사이에 '글의 힘'을 보여주는 방법을 더 상세히 알려줬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처럼요. 오죽하는 글쓰기 책을 사서 읽을까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좋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글을 바라보게 하는 방법에서는 강점이 있으나 반면 글쓰기에 대한 꼼꼼한 얼개가 너무 거칠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 후반부에 여러 광고 카피들을 통해 일리에 맞는 글쓰기의 사례는 설명하셨는데 사실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논문과 설명문 쓰기에 국한된 글쓰기 교육이 아니라면 시나 광고카피가 주는 그 전달의 맥락은 좀 더 복잡한 함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요?

 

수학처럼,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위하여!

 

사실 이 책<두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는 너무도 바른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인상적인 부분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잘 정리못했던 어떤 '가치' 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위에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도 지당하신 말씀들인지라 누구라도 반론을 피지 못할 듯합니다. 제가 위의 단락을 가져온 것은 (사실 딴 길로 샌 감은 있지만) 개인적 취향에 따른 '책의 가치'에 대해 같이 공유하고자 함입니다. 우선 저자의 마지막 구절을 보면 책의 가치는 '재미가 있든지, 정보가 있든지,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예요. 심지어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유명개그맨조차 파트너가 넘 썰렁하면 이렇게 구박하더라구요.

 

"이건,뭐...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그렇다고 교훈도 없고,.,,!"

 

많이 듣던 얘기입니다. 저자와 똑~같은 잣대로 얘길 하고 있죠. 그렇다면 나는 어떤 잣대를 가지고 책을 읽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살짝 다른 게 있더군요. 제 머릿속에서는 감동과 교훈이 하나의 교집합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라고 해서 교양과 상식이 될 만한 사실과 근거자료에 충실한 것을 높히 평가하여 독립된 범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재미'란 부분은 분리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밀고 당기는 플롯과 신선한 소재가 뭉쳐진 '흡인력'이 독립된 하나의 요소이고, 독특한 문장과 상황에 가장 명료하고 적확한 단어가 주는 '형식미'가 따로 분리되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제가 책에 별점을 매길려면 감동/정보/흡인력/형식미 그리고 플러스 알파의 어떤 특별한 매력, 이렇게 구조적으로 나누어서 평가하면 되겠다 싶더군요.별점 평가에 있어서 이제 자신감이 붙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감동도 없고 교훈은 병아리 발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어떤 책을 읽었을때, 읽은 시간이 아깝구나 싶다가도 나도 모르게 별 반개라도 주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서 기쁩니다. 그것은 '정보' 부분에 기인해서 그렇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했습니다. 제가 잘 몰랐던 어떤 계층의 문화를 알게 되었으니 '쓰레기'는 아닌 셈인거죠. 이렇게 이 책<두 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는 저에게 좀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사고를 하는 밑절미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두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자꾸 생각난 책이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입니다. 비즈니스 글쓰기에 있어서 연역법과 귀납법을 도형화한 체계적인 글쓰기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아주 괜찮은 바이블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도 무언가 더 구체적이고 더 꼼꼼하게 구조적인 글쓰기의 체계를 알고싶은 분은 민토여사의 책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좌우당간 나중에 제 시(詩)가 유명해졌을 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서감도 형식으로 분석되어 나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해 봅니다. 문학작품이란 게 해부를 하면 오히려 죽이는 것보다 못하지 않나 하는 거만한 생각도 해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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