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 참 근사하죠? 우선 저자인 후지와라 신야에 대해 살펴봅니다. 그는 우선 화가이자, 사진가이면서 여행작가이고 인기있는 에세이스트입니다.정말 재주많은 사람이죠? 사반세기에 걸친 여행속에서 인상적인 에세이만 모은 이 책<인생의 낮잠>은 특히 독특한 발리의 시골유람기와 일본의 섬과 낚시, 바다의 에피소드, 그리고 현대의 사람들보다도 훨씬 개성이 강한 길고양이들과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들은 정말 환상적이며 날카롭고 깊이있는 통찰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그는 빛과 온도, 공기의 습도와 동물, 그리고 자연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더군요. 그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발리와 일본의 작은 지방의 이색적인 스토리를 직접 두 발로 찾아다니며, 깊이있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밑바닥에 깔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재해석합니다. 게다가 이 책속에 들어있는 이미지들은 그가 그 순간을 포착하여 찍은 사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고 즐겁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죠. 특히 아주 다양한 고양이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그의 동물에 대한 가치관이 참 인상적입니다.길고양이들은 자연과 일체화되어 그들의 세계에서 자립해 살아가고 있으므로 인간의 변덕과 재미로 고양이의 세계에 개입해서 삶의 방식을 변형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몸이 아픈 고양이를 살리고 2년동안이나 같이 살았던 이야기나 섬마을 인구수의 2배나 고양이가 많이 산다는 그 섬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는 등 그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참 따스합니다. 

 

또 하나, 이 책<인생의 낮잠>의 백미는 유머감각입니다.

왜 성인들이 여성에 대한 글을 안쓰는지 4가지 이유를 분석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정말 읽다가 웃음 폭탄이 터집니다.인도에서 만난 소와 숨박꼭질 장난치는 모습은 또 어떻구요. 그리고 1km를 뛰어서 집에 가는 소떼를 쫒아 헐레벌떡 그 끝지점까지 달려가는 등, 천진한 소년같은 행동은 나이 60이 넘은 그를 상상하면서 읽다보면 부럽기까지 하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인생의 낮잠'을 자고나서 쓴 에세이입니다. 사반세기동안 작품활동했던 사진집을 두권이나 편집하고 완성한 날,후지와라 신야는 대낮에 낮잠을 자게 됩니다.아주 환상적인 이 이야기는 감동적인 결말을 선사하죠. 실화인데도 이렇게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 그가 놀랍습니다. 그리고 작은 일상속에서 관통하는 세상에 대한 소통과 자연친화적인 삶의 여정,그에게 살라있는 것의 위엄을 가르쳐 준 최고의 교사 고릴라,부르부르까지..

 

그는 풍경과 날씨,하늘등을 아주 멋지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중에 장마철 여행지의 날씨를 표현했을때 '인간피부만큼 부드러운 온기를 띠고 물소리만 몸에 스며든다. 장마가 내리는 계절은 바깥세상 전체가 거대한 자궁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그속에서 잠드는 것이다. 수면은 부드럽고 깊으며, 자아를 멀리 보내 버린다. 귓전에 내리는 빗속에서 몽롱하게 꾸는 꿈도 좋다. 이 자궁의 계절에 찾아드는 잠은 어째서인지 속세와는 거리가 먼 이상한 꿈을 실어다준다.'면서 '로랑생이 칠한 것 같은 하늘' 이라고 해서 로랑생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살펴보았어요. 이런 하늘이더군요.그에게는 장마의 회색빛날씨도 이렇게 뽀얗게 보이나봅니다.



 

마지막으로 후지와라 신야가 들려준 숲의 생태계에 관한 일화를 떠올려봅니다. 아시아의 어느 숲에서 인간에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벌레는 퇴치하자, 그로부터 십 몇년뒤에 숲의 생물들은 모두 멸망했다는 얘기요.사람의 피를 빠는 그 가느다란 벌레도 숲속 먹이 사슬의 일원으로 생태계를 지키고 향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는 일본인들에게 요즘 만연해있는 과잉소독과 무균질신드롬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면서 언급한 일화입니다. 그러나 이 일화는 비단 자연에게만 접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저 또한 사람에 대해서 무균질 살균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는 것 같아서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저도 후지와라 신야가 인도에서 중얼거렸던 그 멘트하나로 이 책을 마칩니다. '람,람....신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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