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것만 생각해
카림 르수니 드미뉴 지음, 김혜영 옮김, 조승연 그림, 곽이경 해제 / 검둥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난 그것만 생각해> 제목부터가 무척 므흣합니다.이 책은 제가 오래간만에 접하게 된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었는데 제목이 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요? 이 책은 예상대로 성정체성에 대한 화두를 꺼내고

있습니다. 아직 친구들처럼 변성기가 오지 않고, 여자애와 잘 어울려 논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

이스마엘은 친구들에게 호모라는 놀림을 받거든요. 자아..이스마엘은 과연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까요?

 

저는 어느 신문에서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율이 세계1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의 십대시절만

해도 그 때는 정말 모든게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고 세상은 마치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즐거웠던거 같은데, 그 반짝반짝거리는 것들을 향해 뜀박질해도 모자랄 나이에 왜 한국의

청소년은 그리 숨죽여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인지 가슴이 아파왔는데 이 책은 그 중

어떤 부분을 건들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퍼뜩 들더군요.

 

우선 이 책의 저자는 미술사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로 외모와

자아 정체성에 관련된 주제로 글을 쓴다고 하더군요. 타인의 시선을 넘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게 하는 작품들을 집필하는 카림 르수니 드미뉴 란 분이었습니다.

 

이 책 <난 그것만 생각해>역시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라는 내면을 향한 질문을 유쾌하면서도 밝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주제는 우리나라에서 어느정도 금기된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있지요. 언제였던가 '그것이

알고싶다'같은 프로를 보았는데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는 청소년이야기였습니다. 근데 참

이상한 게 '나는 동성애자인가?' 라는 고민이 생긴 친구들은 '내가 변태면 어쩌지?' 라는 죄의식

속에서 결국 자기네들끼리의 연대만으로 안으로 안으로 숨어드는 문화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만약 그런 고민이 생겼다면 누군가 어른들과 함께 내 고민을 풀어내고 건강하게 

정체성문제를 풀어가야할터인데 그런 통로가 많지않은 탓도 있겠지요. 우리 기성세대의 문화가

사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낼 수도, 잘 숨길 수도 없고 만약 탄로날까봐 숨기느라 나날이

긴장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 알게되면 부모나 형제자매, 선생님이나 또래집단으로부터의 왕따나

폭력을 당하기 쉽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더욱 갑갑해져왔습니다.

 

한국의 현실이 이런 탓인지 뒷부분의 한국판 해제가 더 시선을 끌은 것 같네요.

저는 다양한 문화인류학과 사회학등의 책을 접하면서 '동성애'가 전염이 되거나 정신병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의 부모들은 김수현드라마를

보면서 청소년에게 '동성애'를 접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전염된다고 믿는 다는 게 너무

어의없습니다.

 

하늘아래 두팔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들 같아야할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많이많이 퍼져서 읽었으면 좋겠더군요.  그래서 이 지구상에 나혼자뿐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빨리 그 틀을 깨고 웃음을 되찾았음 좋겠고 만약 그런 성소수 청소년이 있다면

그들에게 위로와 안도감, 격려를 해주고 싶네요. 너무 쉽게 '변태'라고 낙인찍고 놀려대는

아이들과 무지한 어른들도 좀 더 넓은 세상과 다양성을 깨달았음 좋겠어요. 특히 왕따놀이하는

친구들은 부끄러움을 좀 느꼈으면 좋겠네요.

 

이 책<난 그것만 생각해>가  아이들에게 고민상담을 해주시는 다양한 어른들에게는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즈음엔 참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고작 읽을 수 있었던게 고전이나 소설들 뿐이었는데 이런 일상의 화두를 던지는 청소년을 위한

책들이 참 많이 나오는 게 흐뭇합니다.

 

이 책이 까다로운 주제를 가지고서 교조적인 뻔한 가르침으로 일관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야를 크게 넓혀주고 삶에 대한 애착을 키워주고 따스한 공감을 만들어주는 데 일조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세상이 좀 더 단단하고 깊고 내밀한 울림과 따스함이 가득하길 바래보면서 서평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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