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 많다. 책 속의 소녀처럼 나 또한 어린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받았던 상처들이 많았고, 그리고 그 상처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스스로 빈병속에 마음을 넣어 두었었다. 마음이 슬퍼지는 것이 싫어 슬픈 것은 피하고, 웃을 수 있는 것들만 보고 듣고 살기를 바랬다. 내가 빈병속에서 마음을 꺼내게 된 것은 아마도 우리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내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저절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아직도 어린시절 간직했던 그 호기심 왕성하고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만 보이던 순수했던 그 마음을 온전히 되찾지는 못했을지라도, 우리 아이가 있어 더 많이 웃게 되었고 우리 아이가 있어 그냥 지나쳐버리곤 했던 세상의 작은 부분들까지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또 엄마이기때문에 지금도 조금씩 더 강해져가는 것 같다.
<마음이 아플까봐>는 글이 많은 책이 아니다. 글은 많이 절제되어 있다. 그래서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글 보다는 그림을 보며 느껴지는 것이 더 많았다. 소녀의 행복하고 꿈 많던 어린시절의 모습은 책 그림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다 담겨져있다. 언제나 곁에는 할아버지가 계셨고, 소녀는 늘 밝고 명랑해보였다. 늘 할아버지가 앉아계시던 의자가 빈 의자가 되면서 소녀의 얼굴에는 밝게 웃고 있던 입이 사라졌다. 마음이 병속안에 있어 안전하긴 했지만, 뭔가 불편해보이고 즐겁지 않아 보였다. 그러다가 만난 한 아이, 그 소녀가 아이를 만나는 장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바로 우리 아이 얼굴이었다. 그 소녀는 빈 병속에 넣어두었던 마음을 꺼내기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지만, 결국 그 마음을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였다. 그러면서 다시 그림속의 소녀에게는 밝게 웃고 있는 입이 생겼다.


<마음이 아플까봐>는 아이들의 동화책이지만, 좀 더 큰 아이들에게 혹은 청소년, 성인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책이 아닌가 싶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았을 때, 아직 어린 우리 아이는 책 속의 주인공이 자기 또래의 아이라는 것과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에 대한 호기심이 컸을 뿐,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깊은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아이가 몇 년 더 자란후에는 아마도 우리 아이에게 큰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리고 간직하고 두고 두고 보기에도 좋은, 소장가치가 높은 동화책인 것 같다.
마음을 닫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른다. 세상의 아름다움 보고 사는 것과 보지 않고 사는 것은 아주 작은 차이인것 같다. 하지만, 그 차이 사이에는 아주 두꺼운 벽이 존재한다. 그만큼 마음을 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난 우리 아이가 어릴때부터 강한 마음을 가지고 성장했으면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다치는 일은 없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그 아픔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강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소녀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아이였지만, 그리고 나 또한 우리 아이로 인해 마음이 강해졌지만, 꼭아이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는 많은 것 같다. 호기심 많고 세상이 온통 신기하기만 한 우리 아이의 마음이 빈병속에 갖히지 않기를 바란다. 혹여 갖히더라도, 갖힌 마음을 쉽게 꺼내어 맞설 수 있도록 그렇게 밝고 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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