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에서만 보던 뱀파이어 이야기를 책으로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책 속의 뱀파이어는 그동안 보아온 뱀파이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내가 그동안 보고 들어왔던 뱀파이어와 인간의 두 구분이 아닌 인간, 모로이, 스트리고이, 댐퍼라는 낯설고 어색한 단어들로 이루어져있는 인물들, 게다가 전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모로이에게 피를 헌신하다니 무척 이상하면서도 흥미롭고 신선했다. 순수혈통의 뱀파이어 모로이를 사악한 스트리고이로부터 수호하는 댐퍼는 반은 인간 반은 모로이이며, 자신의 목숨보다도 모로이 수호를 우선시해야하는 댐퍼 로즈가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술자이다.
대략 줄거리를 이야기해보면, 로즈는 졸업을 앞둔 예비 수호인이며 졸업후에는 왕족혈통 모로이인 리사를 수호하기로 거의 확정되어있는 댐퍼였다. 게다가 로즈는 리사와 결속관계로 연결되어 있어 리사가 어디에 있는지 또 그녀의 감정상태를 마치 텔레파시로 연결되 듯 잘 알고 느낄 수 있었다. 리사가 그녀의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과 키스를 하는 순간에도 로즈는 원치 않아도 그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로즈는 수호인 선생님이신 디미트리를 사랑하고 있다. 또한 디미트리 역시 로즈를 사랑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게다가 로즈는 그와 함께 졸업 후에 리사의 수호인이 되기로 되어있다. 서로 사랑을 하는 사이가 된 다면, 가장 중요한 임무인 모로이 보호를 소홀하게 되고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사제지간의 관계를 이어간다. 실전훈련에 돌입했을 때에는 그녀는 리사가 아닌 크리스티안의 수호를 맡게되고, 그 과정에서 크고작은 사건들과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었다가 해소되기도 한다. 그들이 생활하는 아카데미는 보호벽으로 무장되어 있어 스트리고이로부터 안전한 곳이지만, 스트리고이들은 인간을 이용하여 보호벽을 깨거나 보호벽이 약해지면 언제든 침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최근 로즈는 스트리고이들로부터 사랑하는 친구들을 잃었다. 그 중 그녀의 가까운 친구였던 메이슨이 언제부턴가 희미한 형태로 그녀앞에 나타나 로즈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했다. 메이슨은 이미 죽었고, 유령을 믿는 사람은 없었기에 이야기 초반에는 로즈는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지만, 후반부에서는 메이슨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생긴다. 결정적으로 스트리고이가 보호벽을 깨고 침입을 하게 되고 그 사건으로 인하여 로즈는 보호벽 밖으로 나가 메이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간 늘 방어만 했던 댐퍼들은 스트리고이들에게 잡혀간 희생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그들의 은신처로 잠입하게되고 그로 인하여 로즈가 그토록 사랑한 디미트리가 스트리고이가 되어버렸다.
500여페이지의 책 두께에 빼곡히 적혀있는 글자들, 평소에 소설분야를 즐겨읽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은 버거운 분량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나의 인내심을 무너뜨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섀도키스는 "뱀파이어 아카데미"시리즈 중 세 번째 이야기에 속하는데 서로 내용이 연결되는 시리즈로 알고 있지만, 섀도키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뱀파이어와 인간이라는 두 가지의 부류의 인물이 아닌 다양한 종족들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디미트리의 희생, 그리고 섀도 키스 결말부분의 로즈의 놀라운 결정 등 놀랍고 흥미로운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들이다. 다른 뱀파이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비교를 해 볼 수는 없겠지만, 좀처럼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로서는 또 다른 소설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충분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게다가 SF계열의 영화를 즐겨보는 나에게는 소설의 주제가 딱 잘 맞았던 것 같다. 결말부분의 로즈의 놀라운 결정 이후, 아직 한국에서 출간되지 않은, 앞으로 일어날 다음 이야기 <블러드 프룸이즈>가 무척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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