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박광수, 그 사람의 얼굴을 알고, 글씨체를 알고, 그림을 알고 있지만 그의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정말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도서이고 만일 손에 집어들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었을 책인데 말이지요. 이제서야 뒤늦게 박광수씨의 팬이 되어버렸네요. 처음 "악마의 백과사전"이라는 신간 소식을 들었을때, 저자가 박광수씨인것을 알고는 재미있는 만화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생각지도 않은채, 그저 만화가 툭 튀어나오기를 기대하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전이더라구요. 기역부터 히읗까지 사전처럼 각 단어의 뜯풀이가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풀이는 독특하고 새로웠습니다. 

  책이 처음 도착했을때, 저는 너무 좋아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용을 떠나서 저는 예쁜 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일단 겉 모습이 끌려야 책도 읽게되는 저이기에, 책의 외형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몰라도 저에게는 아주 중요하답니다. 책이 너무 예쁘고 고급스러워서 책 표지를 몇번을 쓰다듬었는지 모릅니다. 앞 뒤로 이리 저리 뒤집어가며, 손가락으로 글씨도 더듬어보며 책 외형만 살피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책을 막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책 내지도 환상적입니다. 정말 예쁘고 부드러운 종이에 정말 예쁜 그림과 정말 재미있는 글이 담겨져 있다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전 행복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첫 장에 커다랗게 쓰여져 있는 한 마디 "오늘, 당신은 몇 번째 망치질을 하고 있습니까?" 그냥 보면 이게 무슨소리인가 하실테지만, 내용을 알고나면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석공이 바위를 때려 금이가게 할 때 백 한번째 갈라진 바위, 그것은 마지막 한 번의 망치질 때문이 아니라 백 한번의 망치질 덕분에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 글을 보며 "나는 오늘 몇 번째 망치질을 하고있을까?" 생각해보니 머리가 멍했습니다. 난 오늘, 그리고 지금,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첫 장부터 저에겐 강한 임팩트를 가져다 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악마의 속삭임, 첫 장에서의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겨준 것과 달리 저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절로 웃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누군가 나에게 혹시 이무송씨 아니세요?라고 물으며 사인을 요구한다"는 부분에서는 배꼽을 잡았습니다. 정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귀여우신 외모가 서로 비슷한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기역의 풀이부터 기역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각 단어들은 한글, 한자, 영어로 쓰여져 있고 작은 글씨로 사전적 정의와 예문들이 등장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 사전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붉은 글씨로 씌여진 작가의 뜻풀이는 그야말로 악마의 뜻풀이라고 할 만큼 정말 현실적이고 노골적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정확하게 뜻 풀이를 해주고 있습니다. 초반부 가장 인상적이었던 뜻 풀이를 예를 들자면, 거울은 "이 세상이 나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지만 이따금 이 세상이 나 혼자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만드는 난폭한 기질도 있다"는 부분, 공부라는 것은 "부모님이 낳아준 대로 살기엔 자신에게 너무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반드시 도전하게 되는 처세술의 한 방법"이라는 부분, 달력은 "비관주의자들이 벽에 걸고 보는 종이시계인 반면 낙관주의자들에게는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이면에 숨어있는 희망"이라는 부분 등등 읽으면서 맞장구를 치게 되는 풀이, ’아하 그렇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풀이, ’정말 적나라하구나’하고 느끼는 풀이 등등 정말 어찌 이런생각들을 했을까 하는 기발한 풀이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매 단어는 아니지만 자주 등장하는, 누가 보아도 박광수씨의 작품이라고 알 수 있는 카툰이 그 풀이의 내용을 도와주기도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히읗까지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씁슬해하다 때로는 놀라다가, 그렇게 제 감정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다가 책의 내용은 어느덧 끝이 납니다.




   히읗이 끝나는 시점에서 초반의 "악마의 속삭임"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악마의 아킬레스건"에서는 또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단어의 뜻풀이가 아니라 "이를 갈다, 구라의 끝은 어디인가,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 내 인생의 아킬레스건, 괄약근 조절에 대해서..." 등등 마무리까지 재미있는 <악마의 백과사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의 말 한마디에 저는 또 잠시 긴 생각에 잠깁니다. "젠장,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할 걸...."

 독서에 취미를 들리기 시작한 것은 카툰덕입니다. 비록 박광수씨의 저서는 아니었지만 카툰을 보며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고 카툰을 보며 "나도 카툰을 써보고싶다, 그려보고싶다"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카툰은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쉽게 정보전달을 해주고 친근한 느낌으로 독서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글이 일반 소설책보다 많지 않아 쓰기도 더 쉬울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더 많이 읽을 수록, 카툰을 더 많이 볼 수록, 카툰을 쓰는 작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악마의 백과사전>을 보면서 박광수씨의 팬이 되었고, 더 생각이 넓어질 수 있었던 것 같고, 제 꿈을 위한 도전 태도도 더욱 새로워졌습니다. 백 한번째 망치질이 바위를 깨뜨리는 그날까지 전 오늘의 망치질이 비록 열번째 망치질도 못 될 지언정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더 힘차게 망치질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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