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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그 사람의 얼굴을 알고, 글씨체를 알고, 그림을 알고 있지만 그의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정말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도서이고 만일 손에 집어들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었을 책인데 말이지요. 이제서야 뒤늦게 박광수씨의 팬이 되어버렸네요. 처음 "악마의 백과사전"이라는 신간 소식을 들었을때, 저자가 박광수씨인것을 알고는 재미있는 만화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생각지도 않은채, 그저 만화가 툭 튀어나오기를 기대하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전이더라구요. 기역부터 히읗까지 사전처럼 각 단어의 뜯풀이가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풀이는 독특하고 새로웠습니다.
책이 처음 도착했을때, 저는 너무 좋아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용을 떠나서 저는 예쁜 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일단 겉 모습이 끌려야 책도 읽게되는 저이기에, 책의 외형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몰라도 저에게는 아주 중요하답니다. 책이 너무 예쁘고 고급스러워서 책 표지를 몇번을 쓰다듬었는지 모릅니다. 앞 뒤로 이리 저리 뒤집어가며, 손가락으로 글씨도 더듬어보며 책 외형만 살피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책을 막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책 내지도 환상적입니다. 정말 예쁘고 부드러운 종이에 정말 예쁜 그림과 정말 재미있는 글이 담겨져 있다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전 행복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첫 장에 커다랗게 쓰여져 있는 한 마디 "오늘, 당신은 몇 번째 망치질을 하고 있습니까?" 그냥 보면 이게 무슨소리인가 하실테지만, 내용을 알고나면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석공이 바위를 때려 금이가게 할 때 백 한번째 갈라진 바위, 그것은 마지막 한 번의 망치질 때문이 아니라 백 한번의 망치질 덕분에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 글을 보며 "나는 오늘 몇 번째 망치질을 하고있을까?" 생각해보니 머리가 멍했습니다. 난 오늘, 그리고 지금,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첫 장부터 저에겐 강한 임팩트를 가져다 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악마의 속삭임, 첫 장에서의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겨준 것과 달리 저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절로 웃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누군가 나에게 혹시 이무송씨 아니세요?라고 물으며 사인을 요구한다"는 부분에서는 배꼽을 잡았습니다. 정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귀여우신 외모가 서로 비슷한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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