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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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

상실과 극복,

안주와 도전,

절망과 희망.

우리는 세상을 이렇게 둘로 나누어 말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그 사이에 있는 상태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시기,

사라진 것도 아닌데 끝났다고 여겨지는 슬픔,

떠날 용기는 없지만 돌아가기도 싫은 마음,

완전히 어둡지도 환하지도 않은 회색의 새벽.

흑백, 음양의 세상에서

이런 ‘사이’에 있는 것들은 이름을 얻지 못한다.

이름이 없으니 설명도 어렵고,

설명이 안 되니 이해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나는 이런 상태를

삶의 그레이존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진, 현씨, 아빠, 동주, 해미언니...

청소년 소설 ‘2.5층 너머로’에는

바로 그 그레이존에 멈춘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아진이는

엄마의 죽음과 친구 세나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사춘기라는 폭풍을 한꺼번에 맞는다.

2층도 3층도 아닌 계단참에 마음을 내려놓고

누구에게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간신히 하루를 통과한다.

겉으로 보기엔

조금 무뚝뚝하고 예민한 아이.

친구들 눈에는 그런 모습만 보이고,

어른들 눈에는 사춘기로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아진이는

상실과 죄책감, 성장 사이 어딘가에서

정처 없이 떠다니는 중이다.

이 소설이 다정한 이유는

그 애매한 자리에 기꺼이 이름을 붙여 준다는 데 있다.

그 이름은 '2.5층'이다.

2층도 3층도 아닌,

위도 아래도 아닌 그 계단참은

어린이와 어른 사이의 사춘기,

상실과 극복 사이의 애도,

안주와 도전 사이의 망설임을

그대로 품고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아진을 통해

2.5층에 머무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괜찮아, 아직 거기 있어도 돼.

움직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조금 오래 멈춰 서 있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야.'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고,

각자가 혼자 건너야 하는 그 시간을

있는 그대로 통과해 보자고.

그리고 이 책은

2.5층 아이들의 곁에 서 있는

우리 같은 어른들에게도

조용한 당부를 남긴다.

쉽게 조언하거나

‘이제 됐지?’라며 서둘러 묻지 말 것,

그 옆에 함께 머물며

마음속 진실을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려 줄 것,

겨우 입 밖으로 나온 말을

고치려 들지 말고

먼저 들어 줄 것.

어쩌면 우리 모두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자기만의 2.5층을 지나왔을지 모른다.

혹은 아직도 그 층에 서서

다음 계단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2.5층 너머’를 덮고 나니

내 곁의 2.5층에 있는 아이들,

그리고 예전의 나 자신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삶의 사랑니를 앓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견디고 있을

모든 아진이들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네가 있는 곳은 희뿌연 공중이 아니라

엄연한 2.5층이고,

네가 준비되면

언제든 너를 마중하겠다고.

지금 그 자리에서도

너는 이미 충분히 잘 걷고 있다고.

저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개와 산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혼자여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어쩌다 시선이 겹치면
모른 척해 주면 된다.
우리가 각자 보낸 시간을 지나
아침이 오고 있었다.

저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개와 산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혼자여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어쩌다 시선이 겹치면
모른 척해 주면 된다.
우리가 각자 보낸 시간을 지나
아침이 오고 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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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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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없는 2.5층의 아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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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
데일 브레드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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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늙었나 봐.”

물건 둔 곳을 자꾸 잊고, 

이름과 단어가 더디 떠오르기 시작한 나이가 됐다. 

노화와 예전과 다름을 느끼며 의기소침해진 내게 

눈을 번쩍 열리게 하는 첵제목이 있었으니 바로 『늙지 않는 뇌』다. 


저자 데일 브레드슨은 전작 『알츠하이머의 종말』에서 

알츠하이머를 노화의 운명이 아니라 

여러 대사 이상이 얽힌 상태로 보고, 

혈당·염증·호르몬·독소를 함께 조정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며 큰 호응과 논쟁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번 책 『늙지 않는 뇌』는 

이미 진단을 받은 환자보다는, '요즘 깜빡 깜빡이 심해졌다'는 중년 이후의 독자들, 

즉 뇌 건강의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에 가깝다.


1·2부에는 혈당 조절, 만성 염증, 수면, 호르몬, 장내 미생물, 스트레스와 우울 등 

뇌를 늙게 만드는 요인들을 해부하고,

 중반부에서는 식생활, 운동, 수면, 독성물질 관리 등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생활습관 전략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뇌 건강을 단지 수치와 검사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 관계, 삶의 목적과 연결된 문제로 다룬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시회심리학자 엘렌 랑어의 실험 연구처럼, 

'나는 아직 내 삶의 주인이다'라는 감각과 좋은 사회적 관계, 

분명한 삶의 목적이 인지 저하와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들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하지만 이 책을 만병통치 비법서로 읽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뇌가 늙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오래 사는 기술'이 아니라 

'끝까지 행복할 수 있는 인간으로 남기 위한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값진 통찰을 건네준다.


노화와 싸우기 보다 현명하게, 행복하게 잘 익어가고 싶고,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위해 뇌와 마음을 어떻게 돌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일독을 권하다. 

두뇌 훈련도 신경학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를 모두 다뤄야 인지 기능 저하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즉 기억력, 주의력, 학습력을 키우는 훈련과 함께 기분, 사회적 유대감, 마음 가짐에 도움이 되는 훈련도 포함돼야 한다. 잘 훈련된 뇌는 구조적인 회복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회복력도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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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
데일 브레드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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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싸우기보다, 잘 익어가고 싶고,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위해
뇌와 마음을 어떻게 돌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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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최신개정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조인혜.주예지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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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어요.”

삼당 현장에서 감정을 묻는 내 질문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이다.

그 짧은 말속에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낯설고 어려운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 속 문학 또는 수필 등의 비문학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성격 기질검사 TCI를 떠올렸다.

TCI의 성격 구성 요인은 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이다.

풀어서 말하면 나, 너,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 맺는가에 대한 생각, 태도를 말한다.

이 구성 요소들이 동심원처럼 안에서부터

균형 있게 발달할 때, 심리적으로 성숙한 태도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나를 만나는 시간 → 너와 소통하는 시간 → 우리로 확장되는 시간'이라는

이 책의 구성이 TCI의 성격 구성 요인과 닮아 있었다.

1. 나를 만나는 시간 – 자율성이 자라는 자리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는 용기를 주는

1부 ‘나를 만나는 시간’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오솔길 같았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박진영, 안윤지,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TCI의 자율성은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를 묻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진짜 나를 만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그로써 내가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나를 인정하고,

나와 친할 때 비로소 나의 감정을 알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오늘 기분 어때?, 그 때 마음이 어땠어?'

라는 간단한 질문 앞에 더 이상 우물쭈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1부는 그 첫걸음 돕는다.

2. 소통으로 성장하는 우리 – 타인 이해와 연대감이 피어나는 자리

TCI에서 연대감은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긍정적인 의도’를 지니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고 싶고, 주어진 것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알아봐 주는 것이다.

김윤나,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이 책의 2부는 이런 이타심, 연대감을 다시 되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소통 문제는 단순히 말하기와 듣기의 기술 부족이 아니다.

숏츠 등의 속도가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과 게임 등에 익숙해져서

깊은 이해와 섬세한 공감의 감각이 약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2부의 글들은 그 감각을 되살리고,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런 마음이구나”

라는 꺠달음에 이르게 돕는다.

3.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 – 우리가 사는 세계로의 확장

3부와 4부의 글들은 청소년의 마음이 넓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3부와 4부는 청소년의 시야를 넓혀

환경, 인권, 사회적 갈등과 편견,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일상까지,

나와 너를 넘어, 우리라는 세계로 이어지게 한다.

“나는 더 큰 세계의 일부구나”라는 감각,

나만의 이익을 넘어서 타자의 고통과 기쁨에 감응하고,

더 넓은 맥락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능력,

그것이 바로 TCI가 말하는 자기초월의 힘이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단단히 세우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게 하는 지도 같았다.

제목만 보면 학생용 참고서 같지만,

실제로는 인성·성격 발달에 도움을 주는 인문학적인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당연해서 잊고 살지만 사실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심장 세포를 하나씩 떼어 놓으면

박동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세포들을 모아두면

그들만의 리듬으로 박동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창발 현상’이다.

최재천, 『최재천의 아마존』'

여러 교과서에 흩어져 있던 글들이 한데 모여,

인격 발달이라는 심리적 창발 현상을 일으키는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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