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최신개정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조인혜.주예지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모르겠어요.”

삼당 현장에서 감정을 묻는 내 질문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이다.

그 짧은 말속에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낯설고 어려운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 속 문학 또는 수필 등의 비문학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성격 기질검사 TCI를 떠올렸다.

TCI의 성격 구성 요인은 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이다.

풀어서 말하면 나, 너,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 맺는가에 대한 생각, 태도를 말한다.

이 구성 요소들이 동심원처럼 안에서부터

균형 있게 발달할 때, 심리적으로 성숙한 태도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나를 만나는 시간 → 너와 소통하는 시간 → 우리로 확장되는 시간'이라는

이 책의 구성이 TCI의 성격 구성 요인과 닮아 있었다.

1. 나를 만나는 시간 – 자율성이 자라는 자리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는 용기를 주는

1부 ‘나를 만나는 시간’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오솔길 같았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박진영, 안윤지,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TCI의 자율성은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를 묻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진짜 나를 만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그로써 내가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나를 인정하고,

나와 친할 때 비로소 나의 감정을 알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오늘 기분 어때?, 그 때 마음이 어땠어?'

라는 간단한 질문 앞에 더 이상 우물쭈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1부는 그 첫걸음 돕는다.

2. 소통으로 성장하는 우리 – 타인 이해와 연대감이 피어나는 자리

TCI에서 연대감은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긍정적인 의도’를 지니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고 싶고, 주어진 것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알아봐 주는 것이다.

김윤나,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이 책의 2부는 이런 이타심, 연대감을 다시 되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소통 문제는 단순히 말하기와 듣기의 기술 부족이 아니다.

숏츠 등의 속도가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과 게임 등에 익숙해져서

깊은 이해와 섬세한 공감의 감각이 약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2부의 글들은 그 감각을 되살리고,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런 마음이구나”

라는 꺠달음에 이르게 돕는다.

3.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 – 우리가 사는 세계로의 확장

3부와 4부의 글들은 청소년의 마음이 넓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3부와 4부는 청소년의 시야를 넓혀

환경, 인권, 사회적 갈등과 편견,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일상까지,

나와 너를 넘어, 우리라는 세계로 이어지게 한다.

“나는 더 큰 세계의 일부구나”라는 감각,

나만의 이익을 넘어서 타자의 고통과 기쁨에 감응하고,

더 넓은 맥락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능력,

그것이 바로 TCI가 말하는 자기초월의 힘이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단단히 세우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게 하는 지도 같았다.

제목만 보면 학생용 참고서 같지만,

실제로는 인성·성격 발달에 도움을 주는 인문학적인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당연해서 잊고 살지만 사실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심장 세포를 하나씩 떼어 놓으면

박동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세포들을 모아두면

그들만의 리듬으로 박동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창발 현상’이다.

최재천, 『최재천의 아마존』'

여러 교과서에 흩어져 있던 글들이 한데 모여,

인격 발달이라는 심리적 창발 현상을 일으키는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