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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가 사랑을 의심할 때 - 관계 번아웃에 빠진 커플을 위한 실천 뇌 과학
다니엘라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자신을 이해할 때 비로소 상대도, 관계도 이해할 준비가 됩니다. p14
이 책은 이 한 문장으로 설명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부부상담, 커플 상담하면 둘이 뭔가를 함께 하는
경험 쌓기, 서로를 다시 바라보기,
상대의 과거와 상처를 이해하기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열렬히 사랑했다가
열렬히 증오하게 된 커플 이야기,
'나를 찾아줘, 장미의 전쟁(아..옛날 사람....),
미스 앤 미스터 스미스' 등의 영화가 생각 났다.
그저 코믹 요소가 가미된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 영화들이 새록새록해졌다.
'미스 앤 미스터 스미스'가 해피엔딩일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완벽히 이해했다.
스스로에게 솔직할 것,
외부를 의식한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것,
나부터 다잡을 것.
(반면, 소설 원작의 영화 '나를 찾아줘' 에서는
끝내 완벽주의를 버리지 못한 사이코패스 여주인공으로 인해
비참한 커플 생활이 이어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장미의 전쟁'은 끝없는 싸움 끝에 부부가 죽음을 맞게 된다.)
먼저 '나'부터 생각하고 그다음'파트너'를, 그런 다음'사랑'을 보살피세요.
여러분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입니다.
파트너는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여러분의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p 128
이 책이 좋았던 두 가지 이유는,
거의 워크북 수준의 실천 항목을 제공한다는 것과
'나'를 바로 세우는 전략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관계 번아웃은 일상 번아웃과도 관계가 있다.
(무엇이 먼저 생기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 나도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렸다.
과열된 내가 나를 집어 삼키는 비참한 경험을 했다.
(단언컨대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
'번burn,버닝burning' 이라는 말이 붙어야 할 때는
버닝팻 burning fat 뿐이다.
우리에게서 태워야 할 것은 오직 셀룰라이트 밖에 없다!!)
좋아하던 것에도 시큰둥해지고, 젖은 솜처럼 무기력하고,
무엇을 시작할 동기가 생기지 않은 상태로 공부하고,
일하고, 아이 키우며 겨우겨우 살아 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초야에 묻히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던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무언가에, 한동안, 열렬했고,
그 열렬함이 나마저 태워버렸다는 것을.
증발되어 텅 빈 샘터만 남았다는 것을.
' 아! 그럼 무언가에는 열정을 바쳤던 거구나.
나는 최선을 다했던거야. 그래, 그럼 난 아플 자격이 있지!!"
그렇게 포기와도 같은 자기 위안에 빠져 있다가
관계 번아웃에 빠진 커플을 위한 실천 뇌과학을 다룬 책,
'당신의 뇌가 사랑을 의심할 때'를 만났다.
그리고 이 책을 따라가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쓴 프레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번아웃을 이미 벗어나 있지만,
다음에 번아웃이 또 일어난다면 지금보다 덜 허둥댈 것 같다.
(물론 책대로 산다면 번아웃이 될만큼 또다시 나를 볶지 않겠지만...)
나를 바로 알고 바로 세우는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훈련을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매우 유능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때처럼 그저 책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만큼 흐름이 좋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아! 내가 그랬구나!!'를 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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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가 사랑을 의심할 때'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책에 많이 쓰인 '분홍색'을 생각한다.
쨍하고 사랑스러운 '핑크'가 아닌 원숙한 분홍색.
다홍색에 가까운 붉은기가 도는 깊은 분홍색은
'사랑에 빠진' 핑크에서 스스로에 대한 고찰과 깨달음을 통해
성장한 '사랑하는, 사랑할 줄 아는' 원숙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이 컬러를 골랐다면 정말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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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