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 김원영, 남다은, 정희진, 최은영, 앨리슨 벡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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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멀리서 보면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파도들이 쉼없이 오가며
부서지고 엉기느라 내는 소음으로
시끄럽고 부산하다.
그 안으로 더 들어가보면
몹시 억울한 소라게,
다급한 미역,
어리둥절한 조개,
분노한 해삼 등이 있겠지..
사는 건 그냥 그런 것 같다.
조용하고
매끄러운 삶을 이상으로 삼던 시절에는
살아내느라 만들어지는 소음이,
다름과 부딪히는 번거로움이
제거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만 보였다.
삶과 섞이지 못하고
삶을 ‘해결’하기 위해 노려 보았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타인과 삶을 공유하고,
나를 닮았지만 내 것은 아닌
아이-인격체-를 만나고,
부모가 되어 내 부모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지금,
‘아. 그냥 이거구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구나.’
어렴풋이 알아간다.
내게 삶은,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불완전하고 못마땅하지만
더 이상 풀어야 할 문제집은 아니다.
다시 돌아가는 날까지
꽃처럼, 벌레처럼, 그냥 그렇게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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